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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Aug 17. 2022

협의이혼(자녀가 없는 경우) 궁금증과 유의사항 (2)

feat. 확인 기일 당일 법원 풍경

협의이혼(자녀가 없는 경우) 궁금증과 유의사항 (1)




7. 유의사항: 구청에 제출할 이혼신고서에 반드시 부부 두 사람의 서명을 포함해야 합니다.

‘1. 협의이혼 절차’에서 간략하게 설명했듯이 협의이혼은 법원에 출석해서 판사에게 협의이혼 의사를 확인한 것만으로는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법원에서 발급받은 협의이혼 확인서와 이혼신고서를 구청에 제출해야지 비로소 협의이혼 절차가 완료됩니다. 결혼식을 올린 뒤 구청에 혼인 신고서를 제출해야지 행정 처리를 거쳐서 비로소 법적 혼인 관계가 성립하는 원리와 같습니다.


※ 구청 제출 서류

  1) 법원에서 발급한 협의이혼 확인서 1통

  2) 이혼신고서 1통

  3) 신고인의 주민등록증과 도장


이혼신고서는 구청에도 비치돼 있고요. 법원에서 협의이혼 확인서를 발급받을 때 사무관님께서 나눠주시기도 합니다. 재산분할과 별거까지 완료한 상황이라면 법원에 출석했을 때가 부부가 서로를 만나는 마지막 날이 될 수 있습니다. 이혼 과정을 겪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누가 대신해 줄 수만 있다면 대신 처리해줬으면 하는 게 바로 이혼 과정입니다. 한마디로 나를 대신해서 다른 사람이 상대방을 만나고, 법원에 출석했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자고 일어나면 깔끔하게 이혼 절차가 완료되었으면 좋겠지만, 그 지난한 과정을 감당해야 할 사람은 오로지 자기 자신이기에 이혼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싫어도 상대방을 최소 몇 번은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만나는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는 법원에 출석한 날에 이혼신고서까지 작성해서 상대방의 도장 또는 서명을 받아 두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혼신고서 작성과 서명 때문에 다시 또 만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이혼신고서에는 이혼 당사자의 본, 등록기준지, 부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도 기재해야 해서, 이날 작성을 완료하는 편이 좋습니다. 만일에 이 사항을 정확히 모르면 법원 내 무인발급기에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발급받아서 확인해서 바로 작성하면 됩니다.


*서명(署名) [명사] (서명은 사인과는 다릅니다.)

1. 자기의 이름을 써넣음. 또는 써넣은 것.
2. [법률 ] 본인 고유의 필체로 자신의 이름을 제3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씀. 또는 그런 것.


이혼 신고서 양식


8. 구청에 이혼신고할 때는 부부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가도 됩니다.

7에서 말한 서류와 신고인의 주민등록증과 도장을 가지고 부부 양쪽 중 한 사람이 구청에 가서 서류를 제출하면 비로소 이혼 절차가 종료됩니다. 이혼신고는 법원에서 이혼의사 확인서등본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하면 됩니다. 이 기간 내에 구청에 이혼신고를 하지 않으면 법원에서 이혼의사확인을 받았더라도 이혼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법원에 협의이혼 접수(협의이혼의사 확인신청)를 할 때 앞에 60~70대는 되어 보이는 어르신들이 이혼을 한 뒤 주민센터에서 서류를 발급받았더니 아직도 혼인 관계라며 사무관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묻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는데요. 법원에서 이혼의사 확인까지 받고서 3개월 내에 구청에 이혼신고를 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이분들은 이혼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기에 협의이혼 접수를 하는 처음부터 다시 똑같은 이혼 절차를 밟아야 했습니다.


9. 이혼신고는 주민센터(동사무소)에서 할 수도 있을까?

주민센터에서 이혼신고는 처리되지 않습니다. 등록기준지, 현재지를 관할하는 구청/시청, 읍/면사무소에서 신고해야 합니다.


10. 확인 기일 법원 풍경

정해진 절차를 밟는 거라 무미건조합니다. 이혼이 당사자 개개인에게는 인생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전환점이 될 만큼 큰 사건이지만 법원에서 협의이혼을 담당하는 분들께는 일상적으로 업무상 벌어지는 처리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국가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서 의료진을 만날 내 순서를 기다리거나 은행 업무를 하려고 번호표를 뽑고 은행원을 만나려고 기다리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이혼이라서 이번에는 법원에서 이혼의사 확인을 해줄 판사를 기다리는 거고요.


같은 확인기일을 지정받은 스무 쌍 정도의 부부가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서 절차를 안내받고 대기실에서 기다립니다. 이혼을 하는 특정 연령이 정해져 있지는 않기에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혼이라는 같은 목적으로 잠시 잠깐 같은 공간에 모여있는데요. 좀 의외인 점은 50대 중후반~70대에 이르는 어르신으로 보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저는 막연하게 결혼을 20년~30년을 유지하면 그때는 맞춰온 세월이 있으니까 익숙한 대로 결혼한 채로 살아가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타인의 인생이라고 오만하게도 가볍고 얄팍하게 생각했던 거지요. 나이를 떠나서 누군가는 단 하루를 살더라도 결혼의 속박에서 벗어나서 오로지 나 자신으로 자유롭게 살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요. 어떤 사람이든지 인생에서 단 한 번 밖에 누릴 수 없는 매 시간, 매 분, 매 초는 저마다 소중한 법이죠. 그건 아무리 나이가 많이 들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공평한 감정인데, 어른들은 모두 감정이나 인생에 무딜 것이라고 착각했습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순서가 되면 판사님이 계신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방으로 부부가 같이 들어갑니다. 드라마에서 보는 법정 풍경이 아니고, 중간 크기의 회의실 분위기입니다. 협의이혼은 이혼소송과 달리 이미 부부 양측이 이혼을 하겠다고 협의를 마치고 진행하는 거라서, 법원의 역할은 정말로 이 두 사람이 이혼을 하기로 협의를 마쳤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질문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우선 본인이 맞는지, 예를 들면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또는 뒷자리를 묻거나 본관을 묻는 식이고요. 두 번째는 정말로 협의이혼 의사가 있는지 예를 들면, ‘남편, 협의이혼에 동의하십니까?’, ‘아내, 생각을 충분히 하고 내리신 결정이 맞습니까?’를 묻고 확인하는 식입니다. 판사를 만나서 답변을 하는 시간은 1~2분 채도 걸리지 않습니다.


그럼, 드디어 그토록 바랐던 ‘협의이혼의사확인서’를 손에 쥐게 됩니다. 협의이혼은 결국 법원에서 발급하는 협의이혼의사확인서 이 문서 한 장을 얻기 위한 대장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협의이혼 진행 중에 만일에 한 사람이라도 마음이 바뀌어서 결혼 유지를 희망해서 확인 기일에 불참하면 이혼을 할 수 없습니다. 이혼을 할 마음이 확고하다면 소송까지 가지 않고 협의이혼이 최악의 상황에서 몸 고생, 마음고생 덜 하는 가장 나은 선택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아무리 더럽고 치사해도 혹시라도 상대방이 그사이 의도적으로 마음을 바꿀까 싶어서 쌍욕 하고 싶고 멱살 잡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견디고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확인 기일까지 울화가 치미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억울하든 분노하든 고요하게 마음을 다스리고 상대방에게 점잖게 대하는 게 원만한 이혼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최선의 방법입니다.


사무관은 판사가 이혼 사유를 묻는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분위기로 봤을 때 흔한 경우는 아닐 것 같습니다. 부부 양방의 합의가 아니라 한쪽의 강요로 이루어지는 것 같을 때는 질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1. 구청에 이혼 신고를 하면 바로 처리되나?

저는 전산에 반영하기까지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안내받았고, 실제로는 나흘(4일) 정도 걸렸습니다. 이전에 제가 메시지 알림 같은 서비스를 신청했는지, 처리 완료했다고 메신저 메시지로 안내받았습니다.


12. 혼인관계증명서에 이혼 여부가 기재되는가?

법원에 가서 서류를 접수하고, 숙려 기간을 참고, 확인 기일에 참석하는 일련의 행위의 최종 목적은 결국은 법적으로 깨끗한 서류 정리입니다.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에서 한때 배우자였던 이의 이름을 지우는 거지요. 이혼 완료 뒤 혼인관계증명서 일반에는 혼인사항이 기재돼 있지 않습니다. ‘기록할 사항이 없습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더는 법적인 배우자가 없고 혼인 관계가 아니니까 당연하지요. 다만, 상세 증명서에는 과거 혼인 이력(혼인 신고일과 배우자 이름, 처리관서)과 이혼 이력(사건번호, 이혼 신고일, 배우자 이름, 처리관서)이 상세 내용이 기입돼 있습니다.


막상 이혼 상황이 닥치면 매우 당황스럽고, 인터넷에 잘 정리된 정보를 읽어도 ‘이게 맞는 건지. 이렇게 하면 되는 건지’ 누군가에게 확인하고 싶은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 글이 착잡하고 복잡한 심경을 뒤로하고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운 가운데 협의이혼 절차를 제대로 숙지하고 원만히 진행하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인생을 대체로 최선과 차선 중에 선택하는 좋은 운을 누리며 살아왔는데요. 이혼 과정은 최악과 차악 중 차악을 선택하는 연속이라서 무척 괴로웠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고, 이혼은 다른 누군가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그 괴로운 시간을 잘 견디시라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습니다. 암흑 같던 시기에는 평생 차악과 최악 중 차악을 선택하는 삶이 이어질까봐 두려웠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스나브로 다시 최선과 차선 중 선택하는 순간이 때때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괴로운 순간도 제대로, 잘 견디고 나니 인생 전체로 보았을 때는 약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부디,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내시길 바라며 이만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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