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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Oct 17. 2022

동물들이 왜 눈에 하트를 달고 있을까?

고상우 전시회 <Forever Free - 그러므로 나는 동물이다>

요새 브런치에 발행하는 새 글 소식이 너무 뜸했지요.

핵심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조만간 근황과 앞으로 브런치에 쓰고 싶은 글 등을 정리해서 공유드리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에 앞서서 가벼운 마음으로, 지난 9월에 다녀온 인상적인 전시회의 작품 몇 개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머리를 식히는 겸 봐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사비나 미술관에서 2022년 6월 15일부터 9월 11일까지 열린 고상우 전시회로,

전시 제목은 <Forever Free - 그러므로 나는 동물이다 The Animal That Therefore I am> 입니다.

전시 주제는 동물도 인간과 동등한 생명체이며, 모든 생명은 생명의 그물망으로 연결돼 있으므로 공존하며 생태계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런 의미에서 '그러므로 나는 인간이다'를 차용한 '그러므로 나는 동물이다'라는 전시 제목은 함축적이면서 명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술관 안에는 푸른빛을 띠는 호랑이, 하마, 북극곰, 판다 등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 사진이 빼곡했습니다. 모든 동물이 눈두덩이에 분홍빛 하트를 그리고 있는 점이 독특했는데요. 작가는 이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심장이 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눈 주변에 사랑스러운 하트 모양을 그려서 표현했습니다.

두 눈에 하트가 그려진 동물도 있지만 어떤 동물은 한쪽 눈에만 하트가 그려져 있는데요. 이는 자신의 반쪽을 찾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몽환적인 푸른빛이 독특하고 인상적인데 이는 작가가 미국에서 생활할 때 동양인으로서 차별받은 경험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작가는 멸종위기 동물을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하면서 우선 자신과 피부색이 비슷한 동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작가는 호랑이처럼 우리와 피부색이 비슷한 동물에게 더 마음이 가고 더 동질감을 느낀다고 하는데요. 이는 자신이 차별받을 경험을 비슷한 피부색의 동물에게 투영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색상을 사진매체의 반전기법을 사용하면 이번 전시에서 보는 것처럼 푸른빛을 띠는데요. 반전과 전복을 통해 차별받는 동물을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보도록 했습니다.


고상우 작가는 암실에서의 사진 작업 중 피부가 황색인 동양인의 경우 인화하기 전 반전으로 파랗게 보인다는 점을 발견한 이후 이 기법을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이러한 음영과 색이 반전되는 '네거티브' 효과를 사용한 사진 작품으로 '푸른색 사진예술의 선구자(Pioneer of blue photography)'라 불리며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이것이 과연 사진인지, 회화인지 헷갈리기도 하는데요. 작가는 소묘를 먼저 한 뒤 사진 작업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사진 작업을 먼저 하고 나중에 소묘를 덧입히기도 한다고요.


각 작품의 크기가 작지 않은 편인데,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게 작품 속 동물들의 눈높이가 맞춰져 있어서 작품을 감상하기 한결 편합니다. 동물들이 인간인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주고자 작품을 거는 위치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습니다.


고상우 작가는 2019년에 사비나 미술관에서 다른 작가들과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멸종위기 동물, 예술로 HUG>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 전시회는 3년 전의 전시를 더욱 확장, 발전시킨 결과물입니다. 멸종위기 동물과 기후위기, 자연파괴 등 환경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는 거지요. 작업을 위해서 세계자연기금, 나사 등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고 받아서 그 내용도 반영했습니다.


순환 CYCLE Ultrachrome HDR Print on Museum Glass, 150*150, 2022


이번 전시에서는 모든 작품이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작가가 작업하는 방식에서도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 자신의 관심 분야를 점차 확장하는 것

    - 자신의 본업인 작품 활동으로 관심 분야나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해서 실현해가는 것

    - 자신의 과거 차별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

    -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

    - 가공되기 전 raw data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등을 배웠습니다. 이런 태도는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글을 쓰거나 일을 할 때도 적용할 수 있으니까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좋아할 만한 전시였는데요. 동물을 주제로 하고 색감도 독특해서 아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상우 작가님께서 다른 곳에서 전시를 열면 주변인들에게 꼭 가라고 강권하고 싶을 만큼 전시에 만족했습니다. 여러분들의 일상에 조금이나마 여유를 드렸길 바라며...... 다음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


현상수배 몽타주에서 착안한 '멸종위기 동물(실종된 동물)을 찾습니다' 포스터.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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