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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Apr 28. 2020

왜 게임을 나쁘다고 생각하는 걸까?

게임이 지닌 가치보다 폄훼되는 이유

이토록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안 좋은 것’, ‘시간을 빼앗아 먹는 것’, ‘나쁜 건 아니지만 굳이 해야 하나 싶은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인식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생각하면 학생들 중에서 머리를 식히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누군가는 게임을 하는 거고, 다른 누군가는 책을 읽는 차이일 뿐인데 말이다. 성인들 중에서 누군가는 하루 종일 게임을 하고, 다른 누군가는 하루 종일 드라마를 보는 것뿐인데 말이다. 또 누군가는 게임 중계를 보는 거고, 다른 누군가는 야구나 축구 중계를 보는 거다.

같은 시간을 한다고 했을 때 나는 여가 시간에 스트레스를 풀려고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봐. 때로는 프로 야구나 유럽 프리미어리그 축구 중계를 봐.’라고 하면 ‘그렇구나.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구나.’라고 별생각 없이 지나간다. 반면, ‘나는 게임을 하거나 게임 중계를 봐.’라고 하면 (나와 우리 부모님을 고려했을 때) 많은 여성과 어른들은 ‘게임을 한다고? 정말 할 일이 없나 보네. 심지어 게임 중계방송까지 본다니.’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이런 편견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우선, 게임은 나쁘다는 인식 하나만으로도 게임의 여러 긍정적인 속성을 이해받거나 알릴 새도 없이 이미 인식적으로 폄훼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디 멀리 갈 것도 없다. 28세인 내 남동생의 경우, 엄마는 여전히 아들이 게임을 많이 한다며 걱정을 하시고, 아빠도 마찬가지로 저 놈이 게임에 빠져서 제 앞가림이나 제대로 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신다. (부모님의 자식 사랑은 끝이 없는 법이다. 장성한 자식도 그분들에게는 꼬꼬마로 보이니까.) 그는 학창 시절부터 이미 15년 이상 게임을 해왔고, 이젠 거의 그의 일부분이나 다름이 없는 활동이다. 부모님 또한 동생만큼이나 포기를 모르신 채 게임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기겁을 하시며 정말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신다. 부모님은 이젠 거의 습관적이거나 관성적으로 남동생이 언젠가는 게임을 그만 하고 더 생산적인 일에 집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럼 정말로 남동생이 부모님의 생각처럼 제 앞가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까. 내가 본 남동생은 생각이 바르다. 즉, 옳고 그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 하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을 잘 알고 있다. 사교성, 친화력도 좋아서 교우 관계도 무난했고, 현재 인간관계도 괜찮아 보인다. 국방의 의무도 충실이 마쳤고 장손이라고 절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집안의 모든 제사에 의무적으로 필히 참여하고 있다. 과음을 해서 추태를 보인 적도 없다. 최근 설날에 이야기를 나눠보니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진중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동생이 게임을 하지 않고 그 시간에 공부를 했다면 학창 시절 더 좋은 성적을 얻었을 거라고 생각하신다. 영향이 없지야 않았겠지만 그의 학교 성적과 게임의 상관관계의 진실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가만히 생각을 했을 때 비로소 동생의 양심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앞서서 게임의 장점으로 꼽은 속성 중 일부는 알코올, 마약, 섹스 등의 중독에 빠지는 이유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서 꼽은 게임의 속성은 다음과 같다.


게임을 하면,

- 머릿속이 비워진다.

- 기분이 좋아진다.

- 즐겁다.

-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것만 같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게임을 하면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적과 몇 번 싸우고, 아이템을 바꾸느라 잠깐 고민을 했을 뿐인데 이미 30분은 훌쩍 지나있다. 게임을 할 때면 시간이 왜 이렇게 짧기만 한 건지. 점심을 먹고 게임을 켰는데 플레이를 좀 했다 싶은 마음에 시계를 보면 어느덧 저녁을 먹을 때다. 계획했던 공부, 운동, 집안일 등은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마땅히 해야 할 ‘의무’는 하지 않은 채 자유로울 ‘권리’만을 추구한다. 정작 문제의 궁극적인 원인은 과도한 게임 플레이 시간인데 부모-자식 간, 연인, 부부 간 갈등과 불신으로 번진다. 불화가 끊이지 않고 게임은 나쁘다는 부정적인 편견이 자리 잡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언론이나 미디어에서는 게임 플레이어의 극단적인 사례이자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게임 중독’을 집중하고 부각해서 다룬다. 게임을 많이 하는 것 = 중독의 위험성이라는 프레임이 형성이 돼 게임은 부정적이라는 인식은 강화된다.


음식에 따라서 어울리는 맛과 도수를 지닌 술을 곁들여 식사를 하면 음식에 풍미가 더해져 더욱 즐거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와이너리를 운영하면서 기업을 세운다면 이때 술은 자본 축적의 도구이다. 소믈리에나 바텐더라는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 반면, 자신의 힘겨움을 술에만 의존한 채 살아간다면 알코올 중독자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게임도 다른 세상 만물처럼 칼의 양날과 같다. 세계적인 프로게이머 페이커의 연봉은 약 5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 엔터테인먼트 엔씨소프트의 2019년 12월 기준 매출액은 1조 7,012억 원이고, 영업이익은 4,790억 원이다. 시가총액은 14조 1,384억 원이고, 코스피 19위의 기업이다(2020.04.28 기준). 반면, 누군가는 이 시간에도 게임 중독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다.

‘적당히’의 묘미가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게임’이지 않을까. 프로가 목표는 아니라면 적절히 즐겁게, 적당히 눈치껏 즐기면 되는 거다. 여기에서 눈칫껏의 대상은 엄마, 아빠, 애인, 배우자 등일 수도 있지만 자기 내면의 양심의 목소리도 포함이 된다. 또 한 가지! 내가 지닌 편견을 의심해 보는 순간 마음이 열리고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면서 더 넓은 세상이 펼쳐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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