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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Mar 08. 2023

성공적인 이혼을 위한 7가지 추천 활동 (2)

혼자만의 시간/글쓰기/관련 콘테츠 보기


(내용이 길어서 1, 2로 나눴는데 잠시 짬을 내 끝까지 읽으신다면 이혼의 상처를 치유하시는데 분명히 도움이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5. 충분한 혼자만의 시간

사람을 만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믿을 만한 사람들과 편안하고 안전한 만남, 여러 사람과의 가벼운 일상적인 만남은 이어가되 외로움에 섣불리 새로운 사람과 깊은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라는 의미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자신의 섬세한 감정을 느끼고, 부정적이고 긍정적인 세밀한 감정에 집중하며, 덜덜 떨리는 외로움과 고독의 시간을 혼자서 충분히 견뎌내라는 의미이다. 타인과의 대화보다 자기 자신과의 소통을 우선시하라는 의미이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고, 어떤 식으로든 외로움을 해소하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끝없이 사람에 기대 외로움을 달래려고 하고, 누군가는 식탐을 주체하지 못하며, 누군가는 끊임없이 쇼핑을 하고, 어떤 이는 술의 기운을 빌려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또한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미디어 중독, 게임 중독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과도한 외로움이 엄습했을 때 그 불안감과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괴로움을 잊기 위해 습관처럼 하던 행동을 멈추고, 마치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것만 같은 그 시간을 견뎌야 비로소 외로움을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즉, 혼자만의 시간이란 물리적으로 집안에 혼자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집에 혼자 있으면서 끊임없이 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SNS나 메신저에 집착하거나, 몸은 혼자 있지만 정신은 술이나 음식, 각종 영상매체, 쇼핑, 게임 등에 빠져서 생각이 멈추고 감정이 마비된 상태라면, 이는 혼자 있지만 결코 혼자 있는 것이 아니다.


내 경우는 정말 힘들거나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 찾아오면 아이가 엄마와의 애착 관계를 끊지 못하고 울거나 징징거리며 엄마를 찾는 것처럼 엄마에게 연락을 해 의지하고는 했다. 사실 이전까지는 나 자신이 엄마에게 이처럼 지독하게 의존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는데, ‘엄마니까 무슨 말이든 털어놓아도 된다’라는 짐짓 나를 위하는 것 같은 엄마의 태도는 나도 모르게 엄마에 대한 건강하지 못한 의존성을 키우고 혼자 처리할 수 있는(처리해야 하는) 부정적인 감정도 타인에게 의존하며 독립심을 저해하는 독이었다고 뒤늦게 알게 되었다. 외로움과 불안감에 사로잡혔을 때 익숙한 습관대로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은 마치 뭔가에 중독된 것처럼 참을 수 없는, 전화해서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고, 마음이 불안해서 손에서 땀이 나고 몸이 약간 덜덜 떨리는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그 순간을 몇 번 버티자 비슷한 감정이 올라왔을 때 최소한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은 건강하지 못한 의존 욕구는 점차 사그라들고, 심리 상태도 오히려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한편, 이혼 뒤 곧바로 애정에 기반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서 친밀한 관계를 맺는 일은 강력히 말리고 싶다. 자신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겠지만, 기존의 애착대상에게 집착하고 의존하고 통제하려는 성향을 버리지 못한 채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려는 애착의 대상이 전 배우자에서 새로운 애인으로 대체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충분한 혼자만의 시간을 겪으며 자신의 온전한 감정을 느끼고 살피는 연습이 잘 되어 있지 않으면, 이는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다는 의미이다. 그럼, 당장은 새로운 연인과의 관계에서 전 배우자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서로 잘 보이려고 하고 피상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일정 기간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별로 변하지 않은 자기 자신 때문에 결국 언젠가 아주 친밀한 관계로 접어들었을 때(예를 들면, 이번에는 상대와 잘 맞는다고 판단해서 섣불리 재혼을 한다든가) 다시 예전과 비슷한 갈등에 봉착하고, 자신에게 익숙한 예전 방식대로 대처하며, 결국, 연애 대상이 바뀌었는데도 과거의 비슷한 패턴을 반복할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다. 




6. 글쓰기

글쓰기는 혼자만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외로움과 불안을 달래고자 사람(연애)/술/쇼핑/게임/음식/미디어/약물 등에 중독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글쓰기에는 약간 중독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세세한 감정 변화를 살피며 자기 자신과 소통하고, 자신의 여러 모습과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다양한 감정을 직면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면 운동을 할 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잡생각은 떨궈지고,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람과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글쓰기의 방식은 어떤 형태여도 무방하다. 노트에 펜으로 일기를 써도 되고, 문서로 타이핑을 해도 되고, 장문의 글이 아니라 그때그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메모지나 스마트폰 메모앱에 생각 나는 대로 짤막하게 기록해도 좋다. 나는 마음이 끌리는 대로 이 여러 형태의 글쓰기를 번갈아가며 병행했다.


브런치처럼 공개된 공간에 글을 쓰는 경우는 장단점이 있다. 내 경우는 장점을 더 많이 누렸는데, 사람들의 댓글 반응에서 위로도 많이 받았고, 이혼은 실제로 인생에서 큰 일이고 나에게도 아주 커다란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누구에게나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며, 생각보다 별 일이 아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겪게 되는 일이라고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을 드러낸 만큼 같은 상황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양한 시각을 접하며, 나 자신과 결혼생활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내가 실은 전 배우자나 가족들이 말하는 것만큼 유별난 사람은 아니고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깨닫고 낮았던 자존감을 조금씩 회복하는 계기도 되었다.


공개된 공간에 글을 쓰는 단점은 아무리 솔직하게 쓴다고 하더라도 누군가가 읽도록 보이는 글이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기 검열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오히려 그 점 때문에 객관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정에 치우치거나 방어적이지 않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좀 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혼의 표면적인 이유는 외도, 경제적인 문제, 성격 차이, 폭력 등등 다양하지만 본질은 잘 맞지 않는 사람을 잘 맞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같이 살기로 섣불리, 미숙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판단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고, 자기 객관화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한다. 내 경우는 스마트폰 메모앱에 ‘나’라는 폴더를 만들고 틈틈이 생각나거나 깨달은 나 자신의 면모를 날짜와 함께 기록하고 있다. 주제는 제한이 없고,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닮고 싶은 사람, 다음 연애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의 조건, 몸이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등을 적는다. 이런 과정으로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어떤 사람이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사람 보는 눈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


이런 식으로 구글 Keep에 나 자신에 대해 새롭게 깨달은 점을 생각날 때마다 날짜를 적고 기록하고 있다.




7. 관련 영화, 드라마, 책 보기

미디어와 콘텐츠는 욕망을 대변하고, 욕구를 대리 충족하며, 각 인물에 감정이입하고, 간접경험을 하도록 역할을 한다. 최근에 자신이 보는 드라마나 영화, 책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자신의 감정이나 결핍과 연결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경우에는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보면서 눈물이 나면 울고, 화가 나면 욕하고, 나와 비슷한 콘텐츠 속 인물을 보면서 내 지난 연애와 결혼생활을 돌아보며 자기 성찰을 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 인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제삼자의 시각에서 나는 그 인물을 객관적으로 어떻게 바라보게 되는지 생각하고 곱씹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상처의 치유이자 감정의 해소이기도 한데, 마음이 회복될수록 같은 콘텐츠나 비슷한 인물을 보더라도 감정이입도 덜 하고 연민이나 슬픔도 덜 느끼게 되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가던 콘텐츠에서 벗어나 다른 유형의 콘텐츠를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 콘텐츠는 영화 <결혼 이야기(노아 바움백 감독)>,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그리고 나도 이것이 순한 맛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유튜브에서 예전에 방영한 <사랑과 전쟁>을 찾아서 보면서 공감하고 감정을 정화할 수 있었고, 유튜브 웹드라마 <픽고>의 자존감 낮은 연애를 하던 소현 캐릭터의 성장을 보며 여러 감정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인간관계나 심리에 대한 분석을 담은 유튜브 영상이나 책도 이론을 기반으로 지적(知的)으로 관계와 감정, 심리를 이해하는데 간접적인 도움이 되었다. 인간은 결국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고 믿지만, 여러 이론이나 사례, 누적된 경험으로 검증된 의견을 참고해서 지난 인간관계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생각하고 적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아는 변호사>,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양브로의 정신세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심리학자 잇다> 등의 유튜브와 <나를 사랑하는 법(엔도 슈사쿠)>,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야(김경림)>,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슈테파니 슈탈)>,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김혜남)> 등의 책이 도움이 되었다.




이혼이라는 인간관계의 크나큰 상실을 치유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사실 사람의 오랫동안 굳어진 성향이나 성격은 잘 변하지는 않기에, 이성적으로는 ‘앞으로 전 배우자와 비슷한 사람은 만나지 말아야지’ 싶지만 반드시 연인이 아니더라도 원가족, 동료, 친구, 지인 등 자신도 모르게 자꾸 비슷한 유형의 사람에게 끌리고 부지불식간에 비슷한 패턴의 관계를 맺고는 한다. 그러나 최소한 부부처럼 깊은 관계는 아니기에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맺더라도 알아채는 순간 금세 빠져나와 관계의 거리를 멀리 두도록 조정할 수 있고,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수록 자신에게 독이 되는 비슷한 관계 패턴에서 다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유연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 높아질수록 건강한 자아는 단단해지고, 인생도 좀 더 여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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