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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Apr 25. 2023

프라다와 다이아몬드를 선물했다

고가의 선물에 담긴 저마다의 마음들

아주 고가의 다이아몬드 세트를 선물 받은 적이 있다. 지금껏 받은 선물 가운데 최고가였다. 나는 은행 빚도 없지만 차(Car)도, 집도, 명품 가방 하나도 없기 때문에 내가 가진 물건 중에서도 가장 비싼 것이었다. 반지는 너무 눈에 띄어서 착용하기 부담스러웠지만, 귀걸이나 목걸이, 팔찌는 심플한 디자인이라서 청바지 같은 캐주얼 차림에도 잘 어울렸다. 다이아몬드라고 굳이 말하지 않으면 아트박스에서 산 큐빅인지, 로이드에서 산 주얼리인지도 분간할 수 없어서 자랑할 거리도 되지 않았고, 괜히 누군가의 시샘을 받을 염려도 없었다. 다이아몬드는 명품과는 달리 떡하니 브랜드 로고가 새겨져 있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5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액세서리들을 단 한 번도 착용하지 않았다. 아, 선물해 주신 분을 뵈러 갈 때, 그때 딱 한 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했는데, 이건 일종의 성의 표시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처음에는 워낙 고가의 물건이라 아까워서 아껴 두려는 마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비싼 물건과 음식은 얻기가 어렵고 처음에나 귀하지 한번 적응하면 금세 익숙해지고 결국 평범해지기 마련이다.


한참 뒤에야 이것이 소중해서 아껴두려는 마음이 아니라 교묘한 선물을 한 대상에 대한 강한 불편감과 거부감의 발현이었다고 깨달았다. 이 다이아몬드 세트는 선물한 분의 순전한 호의에서만 비롯된 선물은 아니었다. 선물한 이가 자신의 떳떳하지 못한 처지를 인정받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은근히 부를 과시하고 싶은 욕망도 담겨있었다. 이렇게 나도 모르게 선한 마음이라고 착각한 덫에 걸려 불현듯 찾아온 불행의 시기를 연장하고 말았다.




친구가 자신의 언니와 소공동 백화점에 간다고 했다. 프라다(Prada) 매장에 예약해 놓은 언니의 신발을 찾으러 간다고 했다. 나도 몇 백만 원 하는 프라다 신발을 구경하고 싶다며 백화점에 동행하기로 했다. 심플한 디자인의 로퍼는 언니와 잘 어울렸고,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게 은근히 티 나게 새겨진 프라다 로고는 신발에 특별한 아우라를 부여해 더욱 멋지게 보였다.


“나도 알아. 프라다는 명품 중에서도 비싼 명품이잖아. 사실 이 가격에 신발을 산다는 게 말이 안 되지. 그래도 언니에게 한 번은 제대로 된 명품을 선물하고 싶었어. 그동안 언니에게 받은 만큼 보답하고 싶었거든.”


프라다를 신고 있는 언니가 참 부러웠다. 언니의 동생이자 나의 친구가 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언니에게 언젠가 프라다를 꼭 선물하려고 평소 돈을 차곡차곡 모았을 친구의 모습이 그려졌다. 열심히 일하며 경력을 하나씩 쌓아 회사에서 인정받고 이제는 언니에게 프라다 신발 하나 정도는 기꺼이 사줄 수 있는 재력을 갖춘 친구가 멋있었다.




나도 언니인 나를 무한히 열렬히 사랑하고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는 사랑하는 동생이 있다. 그래서 언니를 향한 친구의 사랑이 부럽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 한껏 보답할 수 있는 동생을 둔 언니가 참 부러웠다.


오랫동안 아파서 삶의 목적과 방향을 자주 잃는 동생은 나에게 늘 미안해한다. 나는 사랑스럽고 소중한 동생의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고 힘이 나는데, 동생은 항상 자신이 나에게 받기만 하고 제대로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고 있다.


동생에게 말해야겠다. 그렇게 미안하면 얼른 돈 벌어서 언니에게 프라다 하나 선물해 달라고. 또 다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만큼 절망적인 순간이 닥친다면 일단은 나에게 프라다를 꼭 선물해야 한다는 삶의 목적을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프라다보다도 비싼, 마음 불편한 다이아몬드는 앞으로도 착용하지 않을 테지만, 동생이 선물한 프라다는 닳고 바래고 낡아 없어질 때까지 매일 하고 다니고 싶다. 지쳐서 목소리가 더는 안 나올 때까지 만나는 사람마다 ‘이 프라다 동생이 선물한 거’라고 온종일 자랑하고 다니고 싶다.


“사랑해, 내 동생♥ 나에게 너는 이미 충분한 존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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