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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Jun 14. 2023

부모의 알코올 중독,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기

<부모님과 헤어지는 중입니다> 프롤로그

부모의 알코올 중독과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얼마 전 결혼을 앞둔 친구 부부의 신혼집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지만 방 한 칸을 떡하니 차지하고 엊저녁의 만찬에 이어 아침으로 장어구이까지 얻어먹었으니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습니다. 친구 부부와 작별 인사를 나누는데, 두 사람이 마치 말을 맞춘 듯 “또 자고 가”라는 말을 건넸습니다. 단순한 인사치레일 수도 있고 저 또한 민폐는 한 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쉼이 필요하면 기댈 수 있는 모처럼 든든한 안식처가 생긴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십 대 중반까지 살았던 집을 여전히 지키고 계신 아버지의 “자고 가”, “집에 자주 와”라는 말씀은 늘 불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제껏 그 거북한 감정의 근본을 알지 못했는데, 고작 하룻밤을 머문 친구의 신혼집에서 뜻밖에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편안한 집에 온 듯한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꿈꾸던 우리 집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마음이 편안하니 남의 집에서 실제로 오래간만에 세상모르고 단잠을 자고, 음식이 쑥쑥 들어가 밥은 또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모릅니다.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는 모습이 느껴지고 끊임없이 소통하는 행복한 부부를 보고 있으니, ‘만일 마음이 넉넉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이들이 부모였다면, 나의 성장과정은 어떻게 달라졌을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마도 행복한 가족에 대한 이상적인 환상과 허망한 집착을 거두고,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사랑을 진정으로 주고받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좀 더 일찍 깨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정서적 괴롭힘을 서슴지 않은 알코올 의존증 아버지와 이를 방관하고 동조하며 가스라이팅을 일삼은 어머니가 한 가정을 어떻게 붕괴시키는지 구체적인 일상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부모에게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정서적 학대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갇혀버린 자식의 영혼이 어떤 과정을 거쳐 파괴되는지 세밀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알코올 의존증이고 유약하다고 해서 부모가 늘 고함을 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무조건 자녀를 방치하고 모든 양육에서 회피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밥도 주고 학교도 보내고 옷도 사 주고 친구를 초대해 생일 파티도 열어주고 아주 가끔 박물관도 데려가고 때때로 인색한 칭찬을 보내기도 합니다. 이처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비일관적인 양육 태도를 보이는 부모에게서 불안정한 성장과정을 보낸 사람은 혼란스러운 양가적인 감정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부모가 싫으면서도 좋고, 거리를 두고 싶은데 자꾸 다가가게 되고, 독립을 원하면서도 한편으로 의존하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감정이 불쑥 고개를 듭니다. 이럴 때마다 죄책감에 가슴은 돌덩이를 얹은 듯 묵직하고, 마음은 전전긍긍 불안해집니다.


이 글이 어떤 부분에서는 부모를 향한 깊은 애정과 염려가 담겨 있다가 갑자기 돌변해 부모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감정이 묻어나는 등 일관적이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이는 부모와 불안정애착을 형성한 사람의 평소 널뛰는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난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이라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지배적이고 의존적인 숨 막히는 부모와 한번 불안정애착을 형성했다면, 평생 애정결핍과 양가적인 감정에 휘둘리며 대물림받은 불안과 우울, 외로움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아야 할까요. 불행을 견디고 감정을 억압하며 참는 것도 습관이라 오랜 불안정한 감정을 벗어나서 안정적인 애착 상태로 변화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부모-자식이라도 서로 애틋하고 위안을 주는 보호막이 되기 보다 함께 있어서 한쪽 또는 양쪽 모두 불행해지고 인생을 갉아 먹히게 된다면, 그 인연은 놓아주어야 합니다. 가족의 존재는 물론 특별하고 소중하지만,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만나서 오히려 불행한 가족도 너무나 흔합니다. 부모가 중독이나 폭력 성향을 띤, 그런데 이러한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미성년 자녀의 심적, 신체적 고통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책은 부모의 괴롭힘과 가스라이팅, 착한 아이 콤플렉스 등 익숙한 불행에서 벗어나 저를 함부로 대하는 이들에게 비로소 나 자신을 보호하고, 행복해지는 선택을 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했습니다. 애정결핍이 심하고 의존성이 높은 미성숙한 부모로부터 허구의 독립을 넘어 진정한 독립을 이루는 실질적인 방안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한편, 이 글은 지난 1년간 심리상담을 받으며 내면을 통찰하고 자기 자신을 객관화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갑자기 찾아온 이혼이라는 상실과 트라우마를 치유하고자 시작한 심리상담은 힘들었던 결혼 생활, 원가족을 향한 복잡한 감정을 거쳐 결국 제 자신을 처음으로 깊이 성찰하는 계기였습니다. 심리상담이 낯선 분들은 글 중간중간 상담에서 오간 내밀한 대화에서 심리상담이 무엇인지 간접적인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부모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가까운 지인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무책임한 아버지에 대해 접하거나, 어머니처럼 연약하고 안돼 보이는 누군가에게 저도 모르게 심적으로 의지처가 되어주다가 또 다시 상처를 받아 트라우마에 빠졌다가 헤어나오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신호는, 예전에는 아프고 무거워서 무작정 덮어뒀던 상처를 이제는 ‘아, 내 마음이 아직 다 낫지 않았구나. 한 박자 쉬어가면서 좀 더 어루만져 줘야겠다’라며 스스로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두 살 터울의 여동생과 종종 부모님께 느낀 감정을 서로 털어놓다 보면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위로받고는 합니다. 이 글이 과거 상처받았던 마음속 어린아이를 위해 마음껏 목놓아 울고, 위로하고 어루만져 주며 느리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치유해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오랜 상처를 간직한 여러분이 이제는 사랑을 제대로 주고받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아낌없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까요.


2023년 봄

일상을 가장 많이 보내는 익숙한 집 공간에서



 <부모님과 헤어지는 중입니다> 프롤로그 전문입니다.

프롤로그 전체 내용은 온라인서점 미리보기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알라딘 미리보기가 책 형태와 가장 비슷해 링크로 남깁니다.

https://www.aladin.co.kr/shop/book/wletslookViewer.aspx?ItemId=31868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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