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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해야 하는 이유 ①

부와 유명세, 명예를 얻은 이들도 대학교에 간다

by 스마일펄


“저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그래서 대학 진학보다는 창업에 집중하고 싶어요.”

“저는 성공한 유튜버가 꿈이에요. 성공한 유튜버는 대학 졸업 안 해도 될 수 있잖아요?”

“저는 춤추는 게 행복해요. 평생 춤추면서 살아가려고요.”


대학(또는 학벌)이 성공을 보장하는 시대가 아니다. 사실, 성공의 기준은 주관적이라 정의는 저마다 다를 수 있다. 2023년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이란 짐작하건대 ①떼돈 벌기, 그래서 ②강남에 수십 억 대의 아파트 소유하기, ③(연예인처럼) 유명해지기, ④수억 대의 외제차 타기 또는 자랑할 명품 사들이기, ⑤일 안 하고 돈은 많이 벌기, 여기에 우리나라는 가족주의가 강한 만큼 가족들도 다 같이 잘 살기 정도가 덧붙여지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대학 진학보다 창업에 집중하고 싶다거나, 대학 졸업장 없이 성공한 유튜버가 되고 싶다는 이면에는 이처럼 아주 소수만이 누릴 수 있고, 만일 운 좋게 그 목표를 이룬다고 해도 허망할 가능성이 높은 부질없는 욕망을 감추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일 안 하고 돈 많이 벌기’ – 사기처럼 타인의 금전을 갈취하는 등의 도덕적 타락 없이 과연 도덕적이고 양심적으로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떳떳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가능한 일일까.


성공한 사업가와 성공한 유튜버,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인 의사와 변호사 등의 전문직, 유명한 연예인과 웹툰 작가, 그 외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은 거의 대부분 일을 대단히 많이 한다. 일에 ‘집중’하는 즉, 멍하게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오로지 일에 쏟는 절대적인 시간과 에너지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사람들은 눈에 띄고 부러운 좋은 결과만 보지만, 사실 이들은 이 단계에 이르기 위해 적게는 몇 년부터 십 년 이상, 잠 덜 자고 놀지 않고 ‘이 길이 과연 내 길일까’ 수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며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남몰래 눈물 지으면서도 꾸준한 노력을 멈추진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마침내 많은 돈을 벌고, 아파트도 소유하고, 유명세도 얻고, 외제차를 타거나 명품을 소유하고서도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이는 달리 말하면 자본주의 세상에서 부자로 성공하거나 유명해지면 모든 고민이 해결되고 만족하며 살아갈 것 같지만, 많은 이들이 꿈꾸는 일확천금이나 유명세를 획득한 것만으로는 결코 생각만큼 인생이 충분치 않다고 할 수 있다. 만일, 돈이 인생의 전부라면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물려받을 재산이 있거나, 어린 나이에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십 대에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은 대체 왜 대학교에 진학할까. 이제 학벌은 중요하지 않고 능력과 재능 위주라고 하는 시대에 그럼, 일찍이 경제적 자유를 획득한 재벌 2세나 3세, 십 대에 올림픽 금메달을 딴 운동선수, 어린 나이에 연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유명 연기자 등은 대학 교육이 불필요하지 않을까.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이들이 굳이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돈으로도 결코 살 수 없는 대학 교육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은 아닐까.




마침내 직업적 성공을 거둔 이들은 자신의 직업을 유지하거나 더 나은 직업적 성취를 이루고자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기꺼이 감내하며, 자기 계발을 아끼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한다. 즉, 대학(또는 학벌)이 성공을 보장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직업적/사회적 성공을 하고 이를 유지하려면 평생 공부해야 하는 시대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버전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듯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발전하는 세상에 발맞춰 내가 가진 정보와 지식도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하며, 자신만의 직업적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야 한다.


요새는 워낙 다양한 매체가 발달하고 온/오프라인에서 수준 높은 강의나 강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대학교에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알아야 할 필수 기초 지식과 미래지향적인 최신 학문을 기반으로 한 훌륭한 강의가 널려 있다. 사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듯 똑같은 강의 내용을 매 학기 반복하는 발전 없이 정체된 교수도 소수 존재하지만, 대학교수의 자리까지 이르렀다면 일찍이 학문에 뜻을 두고 평생 연구하고 교육하는 학자로서 살기로 마음먹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정신적, 내적으로 성장하려는 욕구가 강해서 최신 사회 동향을 민감하게 파악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강의에서 열정적으로 지식을 전수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교수라는 직업 자체가 원래도 공부를 업으로 하지만, 지금껏 말했듯이 교수도 이제는 다른 직업처럼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업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다. 내부 평가와 학생 평가에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강의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강의를 개발하려고 분발할 수밖에 없다. 대학교육의 유용성이나 실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존재하고, 막상 대학에 진학해서 수업을 듣고 대학생활을 겪어보니 역시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중퇴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학교만큼 현대 사회를 살기 위해 알아야 할 폭넓고 깊은 전문지식과 다양한 정보를 압축적이고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학습의 장(場)이 있을까 싶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훌륭한 강의와 강연이 대부분 일방향 소통으로 이뤄지고 일회적인 성격이 짙다면, 대학교에는 4년 내내 마음껏 문답하고,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교수님과 친구들, 선후배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현대인으로 태어나서 어차피 평생 공부해야 한다면, 한 번 즈음은 캠퍼스에 도서관과 학생식당, 체육관 등의 시설까지 갖추며 공부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는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으로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세상의 어떤 지식도 그 자체로 돈이나 성공, 유명세를 보장하지 않는다. 배움을 어떻게 현실에 적용하고, 의미 있게 활용할지는 오로지 개인의 몫이다. 내가 경험한 대학은 적어도 세간의 인식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비효율적인 지식을 양산하지는 않았다. 대학에서 배운 다양한 지식과 여러 경험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요긴한 세상을 바라보는 틀, 나만의 기준인 가치관을 형성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리고, 이면의 의미를 파악하는 통찰이 중요한 현대 사회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나만의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는 가치관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대학 교육은 개인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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