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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해야 하는 이유 ②

회피와 외면이 아닌지 자신의 속마음이 솔직해지기

by 스마일펄

“저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그래서 대학 진학보다는 창업에 집중하고 싶어요.”

“저는 성공한 유튜버가 꿈이에요. 성공한 유튜버는 대학 졸업 안 해도 될 수 있잖아요?”

“저는 춤추는 게 행복해요. 평생 춤추면서 살아가려고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들에게 묻고 싶다.


- 창업에만 매진할 만큼 자신의 사업적 재능에 확신이 있는지. 심적으로, 금전적으로 준비가 돼 있는지. 오랜 아이디어를 지금 당장 실행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고, 머릿속에서 창업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잠도 오지 않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못 견디겠는지.


- 성공한 유튜버가 꿈이라면 어떤 유튜버가 되고 싶은지. 유튜버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구체적인 계기나 경험은 있는지. 잠자고 먹는 시간을 등을 제외하고는 종일 유튜브 생각만 하고, 매일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으며, 이 일이 설레고 즐거운지.


- ‘춤’이라는 인생의 행복과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니 축하할 일이다. 아마도 이 사람은 자신의 말처럼 평생 자유롭게 춤추면서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에게는 춤과 대학 교육이 이것 아니면 저것인 택일의 영역인지 묻고 싶다.




다른 이들에게도 현재 하고 싶은 일 예를 들면, 창업이나 유튜버 활동 등을 대학교에 진학한다고 못 하는지, 대학 수업과 얼마든지 병행할 수 있는 일은 아닌지 묻고 싶다. 대학생만큼 자유롭고 시간 여유가 많은(시간을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기도 없다. 떼돈을 벌만큼 성공하고 싶은 열망이 강해서 밤낮없이 일에 매진할 사람이라면 일과에 더해진 대학 수업 몇 개는 그리 큰 부담도 아닐 것이다. 그 정도 집념과 열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대학 입시 공부와 준비도 (물론, 압박과 부담이지만) 거뜬히 해낼 것이다.


‘대학교에 꼭 진학해야 하나요’ 또는 ‘대학 진학 대신 다른 일을 해보려고요’라는 생각이 든다면, 대학이 정말로 자신에게 불필요하다고 판단해서인지, 일렬로 줄 세우기 식인 한국 입시 제도 환경에서 입시 결과로 적나라하게 드러날 자신의 위치를 직면하는 것이 두려워, 실은 현실을 외면하고 회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속마음을 속이지 말고 솔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일렬로 줄 세우기 식 한국 입시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 결과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 한 사람의 가치를 매도하거나 잠재가능성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이게도 대학 입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시기에 벌써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몰두하고 있거나, 이미 자신만의 인생의 성과를 얼마만큼 이뤘다면, 대학에 꼭 진학해야 하는지, 입시 준비 대신 다른 일을 ‘하고 싶다’ 등의 고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일찍이 자신만의 길을 찾았기 때문에 머릿속은 온통 그 일로 가득하고,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3년생인 황선우 수영 선수에게 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실업팀을 선택했는지 묻자 “한창 역량이 좋아지고 있는 시기(나이)이고, 지금은 대학 수업 듣고 과제할 시간까지 아껴서 수영 훈련에만 전념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황 선수의 ‘대학 입학 대신 수영 훈련에 몰두하겠다’라는 대답은 얼핏 들으면 ‘대학 입학 대신 창업에 전념하겠다’, ‘대학 입학 대신 유튜브 활동에 집중하겠다’라는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황 선수는 ‘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친 것이 아니라 일찍이 자신이 좋아하는 수영에 몰입하고 있었고, 십 대 후반인 2020년에 자유형 100m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분야에서 실질적인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으며, 운동선수의 역량에는 신체 나이도 크게 영향을 미치므로 ‘지금’ 대학 대신 수영을 선택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황 선수는 대학 수업과 과제할 시간 전부를 수영 훈련에 쏟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대학 교육이 정말로 불필요한 사람은 대학 진학 고민 자체를 하지 않을 만큼 자신의 일에 몰두해 있을 것이다. 대학 진학을 하지 않았다고 시간을 어영부영 흘려보내지 않고 진짜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그 시간을 전부 쏟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허망한 꿈을 내세워 그럴싸한 핑계 뒤에 자신이 숨어있지는 않은 지 잘 돌아보기를 바란다. 사실, 용기는 없고 자존심만 세서 남과 다른 특별한 사람이고 싶은 마음에 생각과 말만 앞세운 이도 저도 아닌, 지극히 평범하지만 자신의 평범성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 자아가 덜 분화한 어른도 수도 없이 많다.




본격적인 대입 준비를 앞두고 ‘대학에 꼭 진학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든다면, 아직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좋아하는지 분명치 않다는 의미이니, 자신의 평범성을 인정하고 일단은 대입 준비에 매진하길 바란다. 대학 생활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 등을 한껏 탐색하는 즐거운 시절이 될 것이다. 만일 공부가 적성이 아니라는 생각에 담을 쌓고 살았다면, 그동안 공부가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는 오랜 편견이 굳어진 건 아닌지 돌아보고, 공부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자신처럼 공부에 관심이 없다가 흥미가 생겨서 재미를 터득한 사례는 없는지 한번만 마음을 열고 귀 기울여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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