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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과 행복은 정말 상관이 없을까?

학력과 행복의 상관관계

by 스마일펄

학력과 행복은 정말 상관이 없을까? 이번에는 과학적 연구가 축적된 결과인 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살펴보려고 한다.


긍정심리학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나 지능이 개인의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교육 수준과 행복도>


1. 우선, 교육 수준과 행복도는 정적인 상관을 보이지만 그 정도는 미약하다.


2. 특히, 소득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교육 수준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든다.

: 대기업, 공공기관 등 근무 여건이 좋은 회사에 다니는 대졸자의 ‘대학 나와봐야 별 의미 없다’, ‘인생에서 대학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다’라는 말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안정적인 급여를 받고 있지만, 인생이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 같다는 불만족의 의미가 담겨 있다. 자기 자신의 욕구보다는 외부의 기준과 기대에 맞추는 삶의 방식이 익숙해 누구보다 열심히, 성실히 살고 있는데도 인생에서 중요한 뭔가를 빠뜨린 것 같은 만성적인 불안감과 공허함을 이처럼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근로자가 인간 소외를 경험하는 현상은 필연적이지 않을까.

: ‘대학이 필요하지 않다’, ‘대학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고졸자는 재능을 발휘해 일정 수준이상의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고, 자신의 직업과 생활에 만족하는 사람일 것이다.


3. 실업 상태에서는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보다 더 불행하다.

: 취업이나 고시에 실패한 명문대 백수가 자기객관화를 하지 못하고 명문대 간판에만 집착하다가 결국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 은둔하거나, 무기력감을 게임 등으로 해소하다가 중독자로 전락하는 등 대졸자 수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이가 사회에서 도태되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 중장년층, 노년층에서도 사무직에 익숙한 고학력자 실업자가 재취업에 실패해 백수 기간이 길어지거나, (물론,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단순노동에 종사하게 된다면, 살면서 그동안 내재화한 외부의 시선이나 기대 때문이라도 불행하다고 느낄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


4. 한편, 행복에 미치는 교육 수준의 영향은 과거보다 감소하는 추세이다.

: 높은 교육 수준을 바탕으로 좋은 회사에 취업해서 안정적인 임금을 받더라도 고물가 저성장 시대에 과거처럼 임금 소득에서 안정적인 만족감을 느끼기 어려워, 미래를 대비하고 불안감을 덜기 위한 추가 수입 방편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대 수명이 길어져 일을 하며 은퇴 후 인생 설계를 위한 새로운 도전, 자기 계발도 필수이기 때문에 대학 학위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학원 진학도 많아지고 있다. 행복에 미치는 교육 수준의 영향은 과거보다 감소했을지라도 지식과 정보가 고도화되는 사회에서 생존(밥벌이)을 위한 교육 자체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지능과 행복도>


1. 교육이나 경제적 수입 같은 다른 변인을 통제하면 지능과 행복도는 거의 무관하다.


2. 지능이 현저하게 우수하고 적절한 기대 수준을 지니는 경우는 행복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 지능 수준 그 자체는 행복도와 무관하므로, 머리가 좋은 사람에게 주변에서 적절한 기대감을 나타내면 그 기대감이 일종의 동기 부여로 작용해 성취감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만족감과 행복도가 높아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긍정심리학자인 크리스토퍼 피터슨 (Christopher Peterson)은 행복(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행복 영향 요소.jpg <행복에 영향을 주는 삶의 요인들>


이 분류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갈구하는 외적인 요소인 소득, 학벌, 외모, 사회적 지위 그 자체는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타인이 부러워하는 외적 요소를 갖췄더라도 또는 그렇지 않더라도 궁극적으로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자신의 직업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일이나 취미 등에 강하게 몰입하고 있는지, 일과 인간관계 등에서 스스로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하고 있는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내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행복과 관련된 요소로 ‘개방성’이 있다.


<교육 수준과 개방성>


개방성(open-mindness)이란 자신이 지지하는 신념, 목표, 계획에 반대되는 증거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며, 그것이 적절하다면 기꺼이 수용하려는 열린 마음이다. 개방성은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객관적이고 냉철한 태도이며, 편견과 고정관념, 편협성과 교조주의, 완고성과 권위주의 등에서 벗어나 현명한 판단을 하도록 한다.

개방성은 나이가 많아지고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증가한다. 노년기에 개방성이 감소하거나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증거는 없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지혜가 생긴다는 말은 인생의 경험치가 쌓여서 편견은 줄고 개방성은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노년기에는 완고해지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노년기에 개방성이 감소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말은 청년기, 중장년기에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노년기에도 높은 개방성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교육 수준과 지능은 행복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다양성이 존중되는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개방성이 증가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편견 없이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을 갖추게 된다면, 개방성 측면에서 교육 수준은 행복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개방성을 키우려면 상반된 주장을 개진하고 수용하는 훈련이나, 어떤 일을 결정하거나 판단할 때 충분한 시간을 들여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하는데, 대학에서의 토론식 수업이나 에세이 작성, 조모임 과제 수행 등에서 다양한 의견을 접하고 사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개방성을 키우게 되는 영향이 아닐까 싶다.


한편, 개방성도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므로 결론적으로 학력 자체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고, 자신이 대학에서 무슨 경험을 했고, 그래서 어떤 의미를 발견했는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경험이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고, 영향을 미쳤는지 - 이는 최근 기업에서 사람을 채용할 때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은 불안감에 여전히 외적인 요소에’만’ 집착하려는 경향이 짙지만, 사회는 겉치레를 걷어내고 본질을 보는 방향을 나아가고자 하는 아이러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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