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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Jul 03. 2020

혼자 처음 운전하던 날, 보복 운전을 당했습니다.

운전을 그만둔 이야기

아래 글을 토대로 퇴고해 2021년 8월 11일에 발행한 글은 https://brunch.co.kr/@smilepearlll/177 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이것은 1박 2일 동안 벌어진 일이다. 워낙 겁과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운전 연수를 10시간에서 20시간 정도를 받는다고 들었다. 워낙 조심성이 많은 나는 40시간을 받았다. 마침내 차를 몰고 홀로 도로에 나가는 결전의 날이 왔다.


차에는 이미 다음날 필요한 사진 촬영 소품을 잔뜩 실어놓았다. 오늘 나는 퇴근 후, 이 차를 끌고 회사에서 30분 거리의 집까지 갈 것이다. 연수 선생님 없이 처음으로 혼자 하는 단독 드라이브이다. 다음날에는 이 차를 몰고 바로 일산 집에서 출발을 해 10시까지 홍대에 있는 촬영 스튜디오를 갈 것이다.


저녁 8시, 드디어 길을 나섰다. 호수공원 옆으로 길게 쭉 뻗은 호수로에 들어섰다. 엄청 긴장을 해서 몸은 바짝 굳었고, 등을 곧추세웠다. 그 시간에 차가 많지는 않았다. 운전이 수월하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빵~~~~~’ 뒤차가 길게 경적을 울렸다. 갑자기 속도를 미친 듯이 높여 내 차를 앞지르더니 그대로 가버렸다. ‘뭐지? 내가 뭘 잘못한 건가? 앞차 속도에 맞춰서 간격도 잘 유지하고, 차선도 잘 지켰는데……’ 경적 소리에 심장이 너무 떨렸다. 혹시 내가 민폐를 끼친 것인가 싶어서 크게 위축되었다.


마침내 거의 집 근처에 다다랐다. 골목길에서 몇 번 꺾기만 하면 바로 집이었다. 마지막으로 편도 1차로인 작은 삼거리에서 신호등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빠앙~~~’ 하! 또 뒤차였다. ‘내가 뭘 또 잘못한 거지?’ 이젠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 맞다. 우회전은 신호 안 받고 보행자가 없으면 바로 해도 되는 거였지.’ 뒤차를 기다리게 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뒤차가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골목길은 내가 살던 원룸으로 이어져있었다. 중간에 다른 건물은 없었다. 원룸의 거주자가 아니라면 굳이 골목길로 들어설 필요가 없었다. 내가 약간 다른 길로 새자 그 차도 그리로 들어섰다. 나를 따라오는 게 확실해졌다. ‘하…… 이런 게 설마 말로만 들었던 보복 운전인 건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 머리는 새하얘졌고, 정말 울고만 싶었다.


‘그래, 내가 우회전을 좀 늦게 해서 기다린 게 기분 나빴다고 치자. 그래도 보복 운전은 경우가 아니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우선은 집 근처 공터에 주차를 했다. 짜잔~! 다행히(?) 뒤차의 운전자가 내리지 않은 채로 운전석의 창문이 열렸다. 드러난 얼굴은 바로 같은 팀의 차장님이셨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날 같이 야근 중이었는데 내가 운전을 너무 걱정을 하길래 염려가 되셨단다. 퇴근하려던 길에 주차장에서 내가 차를 몰고 나가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고 하셨다.


첫마디는 ‘운전 잘하셨어요.’였다. 내 말만 들었을 때는 정말로 못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홍대까지 운전해서 가는 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호수로에서 앞서간 차는 초보운전이라고 무시한 거라고, 그 사람의 운전 태도가 잘못된 거라고 하셨다. 정말로 안심이 되었다. 차장님의 마음 씀씀이에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눈물이 약간 핑 돌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삼거리에서 ‘빠앙~~~’ 하는 경적 소리는 호수로에서의 ‘빵~~~~~~’ 하는 공격적인 소리와는 달랐다. 조심스러웠고 부드러웠다.




차장님의 말씀에 용기를 얻어서 다음날 자신 있게 운전대를 잡았다. 길을 잘못 들고 주차에 애를 먹어서 일산에서 홍대까지 2시간 30분이 걸렸다. 제대로 운전을 했다면 4~5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초보 주제에 아는 길이라고 네비 말을 무시했다가 바로 자유로로 진입을 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일산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한강을 건너 김포까지 갔다가 바로 다시 돌아 나왔다. 짧은 시간에 왕복 톨비를 두 번을 냈다. 아침 햇살에 별처럼 반짝이는 한강은 눈 부셨으나 내 마음은 지옥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을 해 주차를 할 때는 기다리는 뒤차에 양해를 구하느라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운전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변명을 하자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회사 업무 때문에 할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에 두 번가량 일산에서 강남까지 왕복 거의 세 시간씩 운전을 했다. 가끔 업무를 늦게 마쳐 퇴근길 러시아워에 걸리면 강남에서 일산까지 편도만으로도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래도 나름은 혼잡한 강남에서 흔한 고급 차 사이를 비집고, 안전하게 방어운전을 해온 것에 큰 자부심이 있었다. 그 사이에 종로 야간 운전, 비 오는 날 자유로 운전, 외곽순환고속도로 운전 등 경험치도 제법 쌓였다.




그러던 8월의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업무 때문에 강남에 도착을 했다. 그날따라 근처의 유료주차장까지 모두 만석이었다. 주차 공간을 찾느라 별 생쇼를 다 했다. 결국 좀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마음씨 좋으신 음식점 사장님의 허락을 얻었다. 5천 원인가를 내고 주차를 할 수가 있었다. 너무 긴장을 했고, 극한의 스트레스 상태였다. 온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결국 또 러시아워에 강남에서 출발을 했다.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는데 그날따라 도로는 더욱 혼잡했다. 왕복 8차선 도로에서 연속적인 차선 바꾸기에 실패했다. 거리는 너무 짧았고 자동차는 너무 많았다. 2차로까지 한 번만 더 성공했으면 됐는데 끼어들지를 못했다. 원하던 좌회전 차로가 아니어서 할 수 없이 직진을 했다. 결국 잠실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영동대교에 진입을 해서는 내비를 잘못 읽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길을 잘못 빠져서 반대 방향인 구리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렇다. 이날 이후로 운전을 그만두었다. 생각만 해도 진절머리가 났다. 운전대를 놓은 지 2년 정도가 되어 간다. 사람들 말로는 자전거나 수영처럼 몸이 기억을 한다던데…… 막상 운전대를 잡으면 운전을 할 수 있을 거라던데…… 정작 나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다시 운전을 한다면 처음 운전을 했던 날이 참 많이 생각이 날 것 같다. 차장님의 따뜻한 마음씨와 격려, 응원의 말씀이 큰 용기가 될 것 같다. 마흔 살 전에는 두려움 없이 능숙하게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긴 하다. 파이팅!




보복 운전이라는 어휘가 주는 공포감이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립니다.

처음으로 혼자 운전을 하던 날이라 다른 운전자의 작은 행동도 무척 민감하게 받아들였기에 든 생각입니다.

제가 차장님께서 쫓아오는 걸 인지한 시점에서 집까지 걸린 시간은 2~3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차장님께서는 혹시라도 제가 놀랄까 봐 매우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셨습니다. 아마도 제가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차장님이라고 인지를 했을 것이라 생각을 하셨다고 했습니다.

잠깐 두려움을 느꼈던 건 사실이지만 차장님의 마음씨에 지금은 무척이나 감동적인 순간으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보복 운전은 절대 안 돼요. 너무 위험해요. ㅠㅠ

모든 운전자 여러분, 오늘도 안전 운전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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