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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Jul 07. 2020

세상 모든 고통이 깨진 그릇과 같다면......

얼마든지 새로 사서 원래 자리에 다시 놓아둘 수 있다면.

며칠 전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을 깨뜨렸다.

손이 미끄러져서

세제가 묻은 채로 개수대에 놓여 있는 넓은 그릇에

잡고 있던 머그컵을 톡 하고 떨어뜨렸다.

튼튼할 것만 같았던 넓은 그릇의 바닥은 

너무 쉽게 톡 하고 갈라졌다.

드문 일이었다.

불길했다.


‘이건 아무 일도 아니다. 아무 일도 아니다.

그릇이 깨진 것일 뿐이다.’


애써 마음을 다독였다.


‘그릇은 다시 사면 되잖아.

그날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잖아.

일단은 잘 마무리가 되었잖아.

그만하길 다행이었잖아.’


며칠 전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설거지를 하다 말고

급하게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떨리는 손으로

깨진 것과 같은 그릇을 검색을 했다.

그것을 지금 당장

원래 있던 자리에 놓아두어야

마음이 진정될 것만 같았다.


이틀 뒤 그릇이 도착을 했다.

이번엔 두 개를 샀다.

원래 있던 것과 똑같았다.

당연했다.

공장에서 제작된 기성품이니까.


세상 모든 아픔, 슬픔, 괴로움이

깨진 그릇과 같다면……


깨지면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얼마든지 새로 사서

원래 그 자리에

다시 

놓아둘 수만 있다면……


아픈 기억이 완전히 잊히지는 않겠지만

아주 아주 조금이나마 빨리 지워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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