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마일펄 Sep 07. 2020

인생은 후회와 반성을 반복하는 것

'나이듦'이란 무엇일까.

아직 서른 중반이지만 종종 ‘나이듦’을 생각한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느낄 때와 아플 때다. 나이를 든다는 건 내 몸에서 약한 부분을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지난주 엄마와 통화를 했다. 가슴이 미어지는 이야기를 들었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져서 꺼억꺼억 울고 말았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나도 이젠 방법을 모르겠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갑갑하고 답답한 심경 언저리에서 답이 있길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짐을 짊어진 이들이 조금씩 조심스럽게 풀어가야 하는 문제다. 가끔씩 내가 작은 보탬은 될 수 있지만 완전한 해결사가 될 수는 없었다.




회사 생활을 할 때 잡소리, 뻘소리에 반복적으로 강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어느 날부터 뒷목이 뻣뻣해지는 걸 느꼈다. 뒷골이 당긴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뻣뻣해진 뒷목의 감각은 이내 가벼운 두통으로 이어졌다. 마음이 무거운 이야기를 들은 다음날, 역시나 오전까지는 멀쩡하다가 정오 즈음부터 증상이 나타났다. 두통은 메스꺼움과 소화불량으로 연결됐고 가만히 누워서 차분히 들숨, 날숨 호흡에 집중했다. 요새 가끔씩은 너무 무리를 하면 눈까지 아프지 아팠는데 이날 눈 주위까지 통증이 있었다.


몸과 마음이 아파 계획했던 일들을 물리고 몇 날 며칠 흰 죽에 간장을 버무려 먹으면서 늘 같은 다짐을 한다.


1. 꾸준하게 운동을 해야지. 운동하는 시간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지. 하루 최소 5,000보는 걸어야지.


1. 너무 무리하지 말아야지. 아파서 하루를 통으로 쉬면 하루에 1~2시간씩 더 노력했던 건 결국 안 하니만 못했던 거니까..


1. 루테인을 먹지 말아야지. 아까워서 남은 걸 먹었는데 나는 부작용이 심한 듯. 10개 남짓 먹을 때마다 눈이 심하게 아픈 증상이 반복되는 걸. 이젠 통증이 루테인 때문이라는 확신이 커졌으니 복용을 중단하자. 이 참에 안과에서 눈 건강 상담을 받아봐야겠다.


1. 게임에 빠져서 식사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지. 누적된 피로가 분명히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듯.


1. 안타까운 상황에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아야지. 무너지지 않도록 마음을 잘 다스려야지.




그리곤 몇 날 며칠 바짝 안 하던 운동을 한다. 식사에도 더 신경을 쓴다. 일을 할 때 집중하고 쉴 때 확실히 쉬고 취침 시간을 잘 지킨다. 그러다가 다시 또 무언가에 빠져서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어.’라고 생각을 하면서 점점 무리한 생활로 기운다. 또다시 가끔 아프고, 그러면 다시 ‘아! 무리했던 거구나.’라고 후회한다. 다시금 운동도 빼먹지 말고 식사도 소홀히 하지 말고 등 같은 다짐을 하는…… 반성을 하는 시간을 반복한다. 그리곤 인생은 어쩌면 후회와 반성을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시간이 축적된 결과물이 아닐까 라는 별 개똥철학을 찾는다.


이른 오전 안개 낀 스위스 한 산악기차역. 안개 너머로 환하게 뜬 해가 비친다. (직접 찍은 사진)


작가의 이전글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슨 일을 선택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