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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Sep 14. 2020

나는 결혼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가

이기적이고 가족애가 없는 사람이라는 말에 대한 항변

설날이 없어져버렸으면 좋겠어!!’라는 제목으로 2020년 1월에 설날을 열흘 가량을 앞두고 온라인에 공개를 한 이후, 130여 개의 댓글이 남겨졌다. 조회수는 8만 회를 넘었다. 온오프라인을 망라하고 그때까지 내가 만든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봤고 의견을 준 제작물이었다. 며칠 동안은 플랫폼에 접속을 할 때마다 새로운 댓글 의견이 계속 남겨졌다. 신기했다. 공감 댓글, 반박 댓글, 비난 댓글, 반박이나 비난에 재반박하는 댓글 등 양상도 다양했다. 가장 신기했던 건 반박이나 비난 댓글에 글쓴이인 내가 마음에 상처를 받지는 않았는지를 염려하는 댓글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마음까지 살피는 넓은 도량과 따뜻한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했고 감동을 받았다.


통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대략 공감 댓글은 85~90%, 반박이나 비난 댓글은 나머지인 10~15% 정도로 보였다. 공감은 나의 생각과 같거나 비슷하다는 의견이니 차치한다.  반박이나 비난 의견은 대체로 아래처럼 정리됐다.


- 전을 부치거나 요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힘들다는 건지 공감이 가질 않는다.

- 본인이 스스로 다과회 준비를 하고서는 나중에 불만을 표출하는 게 모순적이다.

- 자신의 가족을 대접한 것(시가 식구)에  배우자가 ‘고맙다.’라는 생각과 말을 하지 않았다고 갑자기 화를 낸다면 남편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1년에 고작 두 번인데 참지 못하다니 결혼을 왜 한 건지 모르겠다. 가족을 위한 희생정신이 없고 이기적이다.

- 남편이 불쌍하다. 댁 같은 생각을 가진 며느리가 들어올까 봐 무섭다.

- 그냥 이혼해라. (......)


누구라도 볼 수 있게 온라인에 글을 공개를 할 때는 어떤 의견이라도 일단은 수용을 하겠다는 각오가 되어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었다는 건 그만큼 명절문화 또는 명절증후군이 우리 사회에서 현재 진행 중인 뜨거운 화두라는 말이기도 하다. 첨예한 댓글 갈등이 있었다는 건 2020년 한국 사회에서 명절 문화는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는 것을 분명하게 반증하고 있다. 무슨 생각이든 간에 지지자도, 반대자도 모두 존재하기 마련이다. 미국 아카데미와 프랑스 칸에서도 인정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도 분명 강력한 비판 또는 비난 의견을 지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위안을 삼으며 머리로 이해를 하려고 노력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공감과 응원과 격려의 말속에 누군가의 가시 돋친 한마디는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너무나도 강력하다. 때로는 가슴속에 비수로 남기로 한다. 명절증후군을 소재로 작성한 글에 관한 반박과 비난 의견을 읽은 후 한동안은 정신이 멍했다. 결혼 후 삼년만에 큰집인 친정에 명절 음식 준비를 도우려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동네 지하철역에 도착을 한 후 역 밖으로 바로 빠져나오지 않고 마음이 좀 진정이 될 때까지 플랫폼 내 의자에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과연 나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인가. 가족애가 없는 사람인가. 결혼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데 내 이기심을 앞세워 사랑하는 사람을 불행에 빠뜨린 건가. 몇 날 며칠 고민 끝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내가 뭘 얼마나 잘못을 한 거지. 나는 그저 원래 시가에서 하던 대로 명절에 전문 음식점에서 가족이 다 같이 모여서 맛있게 외식을 하자고 한 것뿐이잖아. 시가 가족이 싫다거나 모이지 말자고 한 것도 아니잖아. 식사 비용을 우리 부부가 전부 부담하는 게 억울하다면서 생색을 내지도 않잖아. 집에서 다과회 준비하는 게 별일이 아니라면 내가 아닌 누군가가 직접 하면 되잖아. 게다가 별일 아니라면 생략해도 그만 이잖아. 자신이 생각하기엔 별일 아닌 일인데 그 때문에 고통받는 가족을 ‘결혼은 원래 그런 거야. 네가 조금만 참으면 되잖아.’라면서 외면을 하는 건 가족인가. 별일이 아닌 일로 왜 희생이라는 거룩한 말까지 거론되어야 하는 거지? 희생은 당연하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고귀한’ 희생이라는 말이 있는 거 아니야? 가족이라는 미명으로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 건가?


가시 돋친 말들 덕분에 숱한 고민과 반박의 과정을 거쳐 오히려 나의 생각은 명료해졌다. 내면의 갈등은 종식되었고, 불분명했던 죄책감을 집어던지게 되었다. 깨달은 대로 행동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스스로 옳고, 그름의 기준을 세우게 되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 관습이라서 하게 되는지, 어떤 부분을 '원래 그런 거니까.'라는 이유 때문에 여성이자 며느리로서 부담을 지는 건지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나는…… 마침내 심리적 자유를 얻었다.


희생 犧牲

1. [명사]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림. 또는 그것을 빼앗김.

2. [명사] 사고나 자연재해 따위로 애석하게 목숨을 잃음.

3. [명사] 천지신명 따위에 제사 지낼 때 제물로 바치는, 산 짐승. 주로 소, 양, 돼지 따위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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