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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Aug 20. 2020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슨 일을 선택할까?

이제는 알 것 같은… 선배들이 갓 출근한 신입에게 탈 출판을 권했던 이유

더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콘텐츠 산업에 관심이 많고 애정이 깊다면 커리어를 IT 업계에서 시작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이건 사실 과거의 나에게 던지는 말이다. 인생은 프린세스 메이커와 같은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다. 현재의 기술로는 게임처럼 저장한 파일을 다시 불러서 원하는 시점의 인생으로 돌아갈 수 없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기에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의미가 없을 뿐더러 현재의 삶을 가꾸어 나가는데도 별로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의견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 진로를 고민 중인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참고자료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과거의 행적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아…… 꼰대 같다. 생각을 정리할 겸 이왕 쓰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시작해 보겠다.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슨 일을 선택할 것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관한 글이다.  힘들게 면접을 통과해서 갓 출근한 신입사원에게 선배들이 꿈과 희망을 주지는 못할 망정 '너는 늦지 않았으니 빨리 탈출하라고.' 탈 출판을 권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들은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서 이처럼 말하는 선배들이 참 모순적이라고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나 알지 못했던 세상을 더 많이 알게 되었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더 자세하게 보이기 시작하니 나도 마찬가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어린 시절의 나는 참 오만했었다. 후배가 반가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 훌륭한 출판인이자 인생 선배인 그들의 말씀은 농담도 섞여 있었겠지만 진심이었을 거다.




출판계의 근무 여건이 열악하고 불합리한 행태가 만연하다고 해서 그 안에서 일을 하는 출판 노동자의 스펙이 낮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결코 아니다. 출판은 굉장히 전문적이고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일이다. 같은 원고라도 편집자의 역량과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른 책으로 탄생한다. 한 끗 차이로 책의 콘셉트, 메시지, 디자인, 문장의 다듬새, 책의 꼴(물성), 마케팅과 홍보 등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 (사실 세상 모든 일이 돌이켜보면 다 한 끗 차이로 달라진다.) 숙련도, 애정과 열정, 어느 정도는 타고난 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모호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절대적인 감(feeling 또는 sense)’ 등이 한 끗 차이를 만들어낸다.


마찬가지로 디자인과 영업/마케팅, 제작도 감, 애정과 열정, 경험과 숙련도가 요구된다. 특히, 상업 출판에서 제작 담당자의 숙련도와 경험치는 매우 중요하다. 서점에 진열된 책을 보면 같은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쪽수, 크기, 표지가 말랑말랑한지 딱딱한지(무선인지, 양장인지), 가름끈의 유무, 본문 용지(빳빳한지 부드러운지, 흰색인지 미색인지 등), 면지의 색상과 용지 종류, 면지가 한 장인지, 두 장인지, 표지의 제목은 인쇄를 했는지, 박으로 찍어냈는지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제작 담당자는 이 모든 제작 요소를 파악하고, 실제로 만들어본 경험도 있어야 한다. 용지, 제본 방식, 인쇄 방식에 따른 제작 비용도 꿰고 있어야 한다. 제작 완료된 책의 완성도는 이들의 지식과 노하우에 따라 천자차이를 보인다.


모든 부서가 중요하고 역할이 있지만 출판사에서는 제작 부서가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을 한다. 편집/디자인/마케팅 부서 등은 각 부서별, 담당자별로 담당 도서가 나뉘어있다. 자신의 담당 도서가 아닌 다른 출간 도서는 그리 잘 알 수가 없다. 모든 데이터 파일은 반드시 제작 부서를 거쳐야 눈에 보이고 손에 쥘 수 있는 익히 잘 알고 있는 책의 형태로 완성이 된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들어가는 비용 중 제작비의 높은 편이다. 생각보다 용지에 사용되는 비용이 높다. 마케팅 비용도 정해진 비율이 있으나 상황에 따라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제작비는 인세, 인건비 등과 함께 고정 지출 비용이다. 제작 담당자의 역량은 각종 제작 손실을 줄여 제작비를 절감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책 한 권이 만들어지고 유통되기까지 작가-기획-편집-디자인-제작-마케팅-물류관리 의 전 과정은 유기적이면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이 된다. 출판인에게 숙련된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협업 능력은 필수다. 매우 매우 중요하다. 모든 일이 소통으로 시작해서 소통으로 마무리된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판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기 때문에 일련의 과정은 짧은 주기로 각기 다른 책들을 대상으로 하루에도 몇 번에서 몇십 번씩 반복된다. 다른 동료의 의견을 잘 경청하고 수용할 점은 수용하되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이슈가 생겼을 때 상황을 제대로 파악을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업무 협조를 요청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서 방법을 강구하고 실행해나가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사실 업계를 막론하고 회사 생활이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게다가 출판은 엄청 창의적인 일이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발굴하거나, 작가의 독창적인 생각이나 사상을 구체화하고 발전시키도록 독려해 세상에 내놓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출판인은 호기심과 사람·사회·세상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새로운 생각이나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어야 한다. 출판인은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는 끊임없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다. 순수한 호기심이 발단이 되어 자신의 기획을 글로 구현할 수 있는 작가를 발굴해 손에 잡히는 책이라는 형태로 '만든다'는 것, 무척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로는 예술적이기까지 하다.


출판계는 열악하다고 성토를 하면서 왜 계속 그 일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많은 출판인들은 '중독자들'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지금까지 열거한 매력에 푹 빠져 한 번 중독되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는 거다.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그것도 지속적으로 말이다. 세상에 이런 직업이 흔치는 않다. 그래서 박봉에도 야근, 주말 근무까지 감수를 하는 거다. 아주 긍정적으로 사고를 한다면 '좋아하는 특별한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버니 얼마나 좋아.' 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좋은 자세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과 불합리한 근무 여건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다. 사장은 출판계가 불황이고 지난 해 초대박 베스트셀러가 없어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월급을 동결해야겠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사장 내외는 유럽 남부의 휴양지로 2주 간 휴가를 떠난다. 공과 사를 잘 구분해서 개인의 자유를 누리는 거라고 이해해야 하는 건가. 개인 소유의 회사인데? 회사가 어려우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더 일을 하고 이익을 창출할 궁리를 해야지. 대체 누구 회사인가? 앞뒤가 맞는 것 같지는 않다.




모순적인 것은 자신들이 제시하는 근무 조건이 객관적으로 합당하다고 생각을 하는지 아무나(?) 채용을 하지는 않는다. 의외로 콧대가 높다. 쓰레기장에서도 아름다운 장미꽃을 피울 수 있는 불굴의 의지로 무장한 일이 절박한 이들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 심지어 한 개 부서가 아예 공석이라 내부 직원들의 원성이 자자해도 원하는 기준에 미달하면 절대 뽑지 않는다. 드문 일이겠지만 예를 들어, 영업/마케팅 담당자가 공석이라 책을 만들어도 배본과 출고를 협의하는 등 유통 관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일단은 편집 등을 담당하는 타 부서 직원에게 당분간은 그 일까지 겸임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런 경우조차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볼 기회가 주어졌다고 여겨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오랜 출판사 운영 노하우를 발휘해 최대 효율을 추구하는 사장의 입장이 무엇인지는 알겠다. 그러나 사장을 해본 적 없이 직원만 해 본 입장에서는 노회한 늙은 여우가 따로 없다. 자신의 회사인데 본인은 뒤로 쏙 빠지고 회사가 어려우니 어떡하겠냐며 직원에게 채용 시 계약한 포지션이 아닌 다른 업무까지 요구하는 회사 대표. 마음에 드는 지원자가 없어 채용을 못하고 있는데 회사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긴급한 상황이다. 애먼 직원을 시킬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책 들고 영업∙마케팅을 뛰어야 하는 것 아닌가. 초대박 베스트셀러가 터져서(?) 잘 나갔던 과거의 영광에 그만 사로잡히고 미래 지향까지는 아니어도 좋으니 제발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이라도 좀 제대로 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이것이 직원들의 입에서 나올 소리인지. 참 희한한게 출판계는 대체로 제 몫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직원들이 제 몫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나태한 꼰대 사장을 염려하는 일이 흔하다.


만날 단군 이래로 출판계는 불황이었으며 한번도 매출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는 핑계 섞인 넋두리는 집어 치우길 바란다. 불황이 온전히 출판 업계의 특성과 대한민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 때문인지, 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회사 대표로서 매너리즘에 빠져 낙후된 업계 시스템과 만성 불황에 기여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의 양심에 물어보길 바란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판사에 입사하는 신입 사원 중에는 중고 신입들이 많다. 타 업계에서 1년 6개월~2년가량 일을 하다가 염증을 느끼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이직을 한 경우다. 내가 거쳐온 출판사에 채용된 신입 사원들의 90% 정도는 그랬다. 이전 직장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을 하며 ‘대체 이 일을 왜 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 즈음 출판에 환상을 갖고 업계의 문을 두드린다. 대기업에서 근무를 해 ‘보고 체계’를 이해하고 있고 ‘회사어’를 구사할 줄 아는 조직 생활의 기초가 잡힌 이들, 타 디자인 업계에서 1~3년의 근무 경력이 있는 이들,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영어와 프랑스어 독해를 할 수 있는 이들, 책을 출간한 경험이 있고 시나리오 보조 작가 등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이들…… 다른 분야에서 경력이 있으나 출판 산업은 다르리라는 생각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 출발을 하려는 이들이다.


어리숙하게 이전 경력 인정을 바라지 않고 신입 초봉에 준하는 연봉 2,500만 원 내외(긍정적인 금액이다. 북에디터 게시글 등을 참고하면 여전히 1,000만 원 후반대~2,000만 원 초반대를 제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를 수용하는 고스펙자들을 업계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어떻게 보면 타 업계에 비해 나이나 경력에 관대해 일을 하기 위한 문턱이 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업계 내 이직과 해고(?)도 잦고, 심지어 퇴사를 한 뒤 몇 달 후에 같은 회사에 다시 입사를 하는 재 입사자도 꽤 흔하다. 음…… 미국 등 노동유연화가 보편화된 해외 선진국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차이점이라면 해외 선진국처럼 해고수당, 실업급여, 취업 장려 지원금 등 사회안전망의 혜택은 거의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 정도? 인간미가 있어서 직원이 퇴사를 통보하면 언제든 다시 돌아오라고 한다. 업무 성과 평과 기준은 모호해서 보상이 없다시피하니 경력이 오래될 수록 일할 동기가 떨어진다. 결국, 매너리즘에 빠져 스스로는 물론이고 동료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기댈 것은 그나마 함께 일하는 좋은 사람들과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고 알린다는 재미와 자부심이다.




취업 준비생 시절, 출판 직종에 관심이 있는데 신입사원 취업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의아했는데 업계에 입성하고 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앞선 이야기처럼 근무 환경이 열악하니 많은 중소기업들이 그러하듯이 바로 적응해서 일당백을 할 수 있는 중고 신입을 선호했다. 생초짜 신입사원은 드물기 때문에 출판사 신입사원 취업 정보도 없었던 것이다. 요새는 예전보다 유튜브나 블로그 등으로 출판사 입사 관련 정보가 많아지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신입사원 채용은 드문 편이다. 정말 간혹 그나마 근무 여건이 나은 종합출판사에서 여력이 될 때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있다. 잦은 일은 아니다. 10명 미만의 소규모 출판사에서 채용을 하기도 하는데 근무 여건이 좋은 편은 아니다. 나쁜 편일 경우가 많다. 연봉을 경력직의 요구 조건에 맞출 수가 없어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무 체계도 없고, 일을 알려줄 선배도 없이 혼자서 알음알음 인맥을 동원해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일당백을 해야 하는 소규모 IT 스타트업 직원의 업무 스타일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소규모 출판사와 종합 출판사에서 모두 근무를 해 본 입장에서 종합 출판사에서 경험과 연륜이 있는 선배들과 같이 일하는 게 훨씬 나았다. (당연한 소리인가?) 소규모 출판사에서 했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그 에너지로 그곳에서와는 다른 의미의 새롭고 다양한 일들을 펼칠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보고 듣는 정보량의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수치화 할 수는 없으나 소규모 출판사에서 1년 동안 접하는 정보보다 종합 출판사에 첫 출근을 한 날, 하루 동안 교류하면서 얻은 정보의 질이나 수준이 훨씬 높았다. 급여나 휴가 사용, 복지 혜택은 격차가 너무 커서 비교를 하기에도 애매하다. 몇 배, 몇 십 배의 일을 해내면서 훨씬 빠르게 업무 역량을 키워 커리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늘어난 급여만큼 삶의 질도 향상되었다.


업무 여건도 괜찮은 편인 탄탄한 중견 출판사(대략 인원 10~30명 규모)는 대체로 소규모 출판사에서 일을 하던 경력자가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업무 조건이 좋으니 T.O 발생은 드물다. 신입사원보다는 업계 내에서 귀한 인력인(대체로 관리자가 되기 전에 업계를 떠나는 경우도 잦기 때문에) 팀을 이끌고 관리할 수 있는 팀장급 이상의 역량을 지닌 인재를 모시고자 하는 것 같다.




출판인은 매력적이고 의미 있는 직업이지만 첫 직장을 다시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기를 쓰고 IT 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것이다. IT 회사의 콘텐츠 기획∙유통 관련 업무를 담당을 하다가 여전히 출판 산업에 미련이 남는다면 그때 출판계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콘텐츠를 다루고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능력, 창의력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아마도 IT 기업의 콘텐츠 부문과 출판사에서 하는 일이 본질적∙실질적으로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점이라면 IT 기업은 막강한 플랫폼과 거대한 자본력을 보유해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 확산성이 훨씬 크다는 것, 직원들의 연봉과 사회적 지위, 폭넓고 다양한 기회 정도? 엄청난 차이인가. 출판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며, 많은 노하우와 경험이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를 읽는 눈에 돈 개념, 사업 감각, IT 기술 이해도까지 겸비를 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출판 산업을 만들어 산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말이 쉽지.) IT 서비스가 적성에 잘 맞으면 계속 그 일을 하면서 커리어를 쌓아 가면 된다. IT 기업과 출판사에서 같은 기간을 근무했다고 했을 때 최소한 IT 기업 근무자가 모아 놓은 돈도 더 많을 것이고, 이직 시에도 진출할 수 있는 업계의 범위도 더 넓을 것이다.


(사실 다 쓸데없는 소리다. 계획을 달성을 하려면  우선, 원하는 회사에 입사해서 바라는 부서에 배치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막상 그 시점에는 당장 눈 앞에 닥친 일들을 해치우기에 급급할 것이다. 지나고 보니 ‘그때 그랬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꼰대 같은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어떤 일을 하라도 해도, 하지 말라고 해도 어차피 할 사람은 할 것이고, 하지 않을 사람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선배들의 진심 어린 조언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듯이 이미 답은 내 안에 있고, 가지 않은 길에는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사실 해보지 않고 어떻게 알겠는가. 미련도, 후회도 결국은 선택한 이의 몫이다.) 


실제로 출판사에서 보유한 콘텐츠와 작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어떤 형태로든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하는 곳도 있다. 에를 들면, 배우와 가수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연예 기획사처럼 전속 작가 계약을 맺고 출판 산업과 작가 매니지먼트를 연결 지어 시너지를 창출하고 사업을 확장하려는 구상을 하는 경우다. 생각과 시도도 좋고, 열정과 야망, 의욕도 좋으나 새로운 사업이 현실화∙가시화되지 못하는 내가 생각하는 몇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출판사는 자본력이 부족하다. 교재, 유아동 전문 출판사를 제외한 단행본 매출 최상위 종합출판사의 연 매출액은 200억 원~300억 원 규모이다. 30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드물고 최대 250억 원 내외이다. 영업이익은 10억 원~25억 원 선이다. 30억 원~4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드물다.



출판사의 현재 매출 규모, 성장성, 업무 방식, 임직원의 역량, 특히, 대표의 리더십과 기업가 정신 등을 고려했을 때 잠재력은 낮으며 투자자의 투자를 이끌어내기에 역부족이다. 신사업에서는 대표의 통찰력과 의지, 지식 정도와 이해력 등이 매우 중요한데 흠…… 이미 너무 여러 번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더이상 말하지 않겠다. 사업이 추진이 된다고 하더라도 직원들 대부분은 종이책을 만드는 데 익숙한 이들이다. 비슷하게 콘텐츠와 작가를 다루는 업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업무를 이해하고 경험을 쌓는 숙련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몇 종합출판사의 경우 대형 IT기업 근무 경력으로 대표직에 취임을 하거나 대표 대행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출판 편집, 마케팅 경력자가 1인 출판사를 설립해 회사 규모를 키워가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흐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서는 위치가 바뀌면 다른 풍경이 보인다. 독자의 입장으로 즐겁고 재밌게 읽는 책 한 권 속에 스민 보이지 않는 출판인들의 피, 땀, 눈물이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작가님들께도 업무적 협업 관계에 있는 출판 노동자들이 어떤 이들이며, 어떤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약간이라도 이해를 높이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마운 동료들♡ 그들 덕분에 마음만 먹으면 1~2만 원으로 언제든 방구석 놀이터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잔뜩 읽으며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오늘도 세상에 행복을 선사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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