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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Aug 20. 2020

왜 출판계는 열악하다고 하는 걸까.

출판사 취업을 꿈꾸고 있다면 꼭 읽어야 할 글 - 출판의 추억 (4)

이 글은 앞서 작성한 <출판인, 직업으로서의 매력과 힘겨움> 전문의 일부분입니다. ‘출판계의 열악한 근무 여건’에 관한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앞선 글의 여러 내용을 주제별로 4개의 글로 나누었습니다. 긴 내용을 다 읽지 않고 관심 있는 주제를 읽으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앞선 글을 이미 읽으신 분께서는 동일한 내용이니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각 내용은 출판사를 사례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직원이자 직장인으로서의 비애에 관한 글이기도 합니다.



나의 이야기가 특수한 상황이기를 바라지만, 업계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안타깝고 슬프게도 2020년 현재에도 출판계에 이와 같은 불합리한 처우는 여전히 만연한 것 같다. 최소한 휴가의 개념이 부재하고, 퇴직금을 연봉에 합산하고, 초봉 2,000~2,400만 원인 것과 출판계의 불황으로 인한 열악한 근무 환경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를 나는 잘 모르겠다(2020년 최저임금: 시급 8,590원, 월급 1,795,310원). 고용주의 무지의 소치라고 믿고 싶지만 그러기에 그는 지식과 콘텐츠를 다루는 사업을 하고 있다. 결코 멍청할 리가 없다. 지금은 감이 떨어졌을지 몰라도 한 때 그는 뛰어난 독해력과 콘텐츠를 꿰뚫는 판단력을 지니고 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서 회사를 설립했고 기본 매출을 창출하는 몇 권의 스테디셀러를 만들어 나름 자리를 잡았다. 지식정보 산업에 종사하는 만큼 여러 분야의 사장들 중에서도 아는 것도 많고 지적이며 똑똑한 축에 속한다. 부당하게나마 자신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서 일부러 관심을 끄고 귀 닫고 눈 닫고 있는 것으로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출판계에 가장 회의를 느끼는 점은 우러러볼 ‘리더’가 부재한다는 점이다. 훌륭한 기획자와 1인 출판사 경영자는 많다. 그런데 5명~10명 남짓부터 100명 가까이 되는 직원을 고용을 해 회사를 운영을 하는 대표 가운데 올바른 리더십이나 기업가 정신을 지닌 사람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말로는 ‘혁신’과 ‘변화’를 외치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른다. 말을 하는 순간조차 스스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건지도 의문이 든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저 분은 좀 괜찮고 능력이 있는 것 같은데.' 싶으면 업적을 덮을만한 치명적인 면모들이 곧 드러나곤 했다. 직원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강한 불통과 독고다이 정신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예사다. 알고 보니 횡령, 성추행, 개인 용무로 법인카드 사용(안마방 등에서 결제) 등을 일삼거나 알고도 방관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과 실망을 준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이거 빼고, 저거 빼면 믿을 수 있는 리더가 있는지, 과거에는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분명히 지금 이 시간에도 머리 싸매고 고군분투하시는 사장님들이 계실 거다. 그런데 나에게 비친 사장님들의 모습은 대체로 노력한 것보다도 더 큰 대가를 바라는 것 같았다. 다수의 책을 출간을 한 뒤 운이 좋아서 예를 들면, 예상치 않게 힐링 컬러링북 열풍을 불러온 <비밀의 정원>처럼 베스트셀러로 빵 터지는 것을 ‘기대’한다. 어떤 책이 ‘터질지’ 모르니 지식 노동을 하는 직원들을 공산품을 만드는 공장 컨베이어 벨트처럼 기계 부품 다루듯이 쥐어짜고 다그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출간 종수를 늘려야 하니 고용 역량이 되지도 않는데 무리해서 고용을 하는 경우다. 책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찬 사회 초년생들에게 업계 관행과 취업 불황기라는 점을 악용해 월급 2,000~2,400만 원을 제시한다. 출판계에서는 그나마 양심 있는 고용주다. 음료수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음료수가 나오듯이, 오늘 무언가 지시를 하고 인풋을 하면서 훌륭한 아웃풋을 바로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그들은 평소에는 시간이 많아 보이는데 지시를 한 이후에는 늘 너무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아웃풋을 내놓으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직원들도 시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아직 사회생활에 요령이 없는 많은 착한 신입사원들은 사장의 말에 비자발적이면서도 자발적인 대가 없는 야근이라는 무보수 봉사활동을 시전 한다.


1인 기업이 아니고서는 최종 판단과 책임은 사장의 몫이다. 그러나 5인 정도 규모의 출판사만 하더라도 책을 만들고 파는 실질적인 일은 대체로 직원들이 하기 마련이다. 나 하나 정신줄 잘 붙들고 살자고, 좋아하는 일 하면서 자부심을 가져보자고 하기에는 리더 한 명이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나도 크다. 해악일 경우엔 직원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더더욱 크다. 업계 발전에 한계가 느껴진다. 개인의 커리어의 끝이 훤히 보인다. 이를 간파한 현명한(?) 이들은 빠르게 월급루팡으로 전락한다. 기업이 성장할 일이 만무하니 급여가 인상될 확률은 희박하다. 새로운 일을 벌이거나 도전하기보다 만날 하던 대로 한다. 높아진 업무 처리 속도로 같은 일을 빠르게 처리하고 개인적인 여유시간을 확보하는 게 절대적으로 이득이다. 상사의 지시나 동료의 요청에 적당한 핑계를 둘러대서 순간을 무마하는 고급 스킬(?)을 탑재한다. 무기력은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이 되면서 악순환은 반복된다.


사장은 책 한 권이 대박이 나서 건물주가 되거나 자신의 주머니를 가득 채울 일확천금을 노리는 속마음이 뻔히 보인다. 권력과 영향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성장이나 업계의 발전에는 무관심하다. 일련의 행동에서 드러난 사소한 의사결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회사를 책임지는 대표자로서 판단력이 흐려진 것은 아닌가 싶다. 영 미덥지 않다. 노후 자금 마련, 마땅히 써야 할 비용까지 줄여 당장의 이익을 극대화 해 부를 축적하는 데에는 관심이 있다. 그토록 바라는 매출이 잘 나왔을 때 직원 성과의 인정, 공정한 배분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의 지원과 회사라는 시스템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스스로를 치켜세운다. 직원의 엄연한 성과를 치하는 하지 못할 망정 노력마저 폄훼하려 든다. 그나마 희박하게 남아있던 정마저 뚝 떨어진다. 나에게 당면한 일이 아닐지라도 동료의 그간의 의지와 열정, 마음고생, 몸 고생을 보아온 입장에서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면 분통이 터진다. 억울하고 씁쓸한 마음에 눈물이 난다. 좋은 책 한 권을 제대로 만든다는 건 한 사람의 영혼을 갈아 넣는 일인데 말이다. 더 속상한 것은 사장이 이를 절대 모를 리 없다는 거다. 모른 척, 외면하고 싶을 뿐인 거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궁극적으로 출판 업계가 성장을 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사람들은 이야기,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작가)에게는 예로부터 늘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호기심과 앎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본성 아닐까. 출판이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불황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 전반의 저성장 기조의 영향, 콘텐츠와 채널의 다변화로 독서 인구, 독서 시간이 줄어든 이유도 있겠으나, 궁극적으로는 수많은 직원들에게 가해지는 불합리한 근로 처우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그리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미련 없이 출판인을 그만둘 수 있었다. 현재 출판계나 여타 산업에서 7~10년 차 이상 경력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의 부재가 극심한 상황이라면 나와 비슷한 이유에서 그들이 좋았던 기억과 상처를 함께 안은 채 홀연히 떠났기 때문이 아닐까.


15년 전 겨울, 습관처럼 영풍문고 종로본점을 들렀던 이야기를 시작으로 출판사에 입사하게 된 계기와 퇴사를 한 경험담, 내가 생각하는 출판업계가 성장이 더디고 여전히 근무 환경이 열악한 이유 등을 풀어놓게 되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므로 판단은 개인의 몫이지만, 어떤 이유로든 출판업계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콘텐츠 산업에 관심이 많고 애정이 깊다면 IT 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게 더 나을 듯하다. 선택을 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말이다. 세상이 바뀌어 IT 기술이 접목되지 않는 영역이 없다. IT 지식과 이해,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 콘텐츠와 산업의 확장을 꾀하고 변화를 모색한다면 무궁무진한 기회가 열릴 것이다. 세상을 구할 단 한 명의 영웅을 기다리는 건 정말 별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습에 젖어 성장이 더디나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출판계에 변화가 일어나려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출현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총 4개의 글로 구성.


출판인, 직업으로서의 매력과 보람

 : 날 것의 원고와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 - 출판의 추억 (1)

https://brunch.co.kr/@smilepearlll/79


왜 그토록 매력적인 출판인을 그만두었는가.

 : 출판사를 퇴사한 이유 - 출판의 추억 (2)

https://brunch.co.kr/@smilepearlll/80


'00 씨는 출판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 출판사 해고의 추억 - 출판의 추억 (3)

https://brunch.co.kr/@smilepearlll/81


[현재 글]

왜 출판계는 열악하다고 하는 걸까.

 : 출판사 취업을 꿈꾸고 있다면 꼭 읽어야 할 글 - 출판의 추억 (4)

https://brunch.co.kr/@smilepearlll/82



자료 출처


출판사 수와 발행 실적에 관한 자료

대한출판문화협회, <2019년 출판시장 통계>, 2020.05

 : I. 부록 1 > B. 2018년 년 기준 출판산업 관련 주요 통계 > 2. 사업체 수 (통계청 전국사업체 조사)


출판사 연봉 공개 설문지에 남긴 말말말 (19.12.17 기준)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ung870918&logNo=221739875824&categoryNo=1&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공지] 출판계 연봉 공개 (익명의 설문지)

https://blog.naver.com/sung870918/22168860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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