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유형

#36 사랑의 모습이 유형화될 수 있을까.

by 비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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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진행 중인 사람은 자신이 지금 어떤 모습의 사랑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며 사랑하지 않는다.

그저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고, 마냥 행복하고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까닭에 오랜기간 연애중인 난, 어떤 모습의 사랑을 그려나가고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니 뭐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어떤 박사님이 쓴 <한국 미혼남녀의 사랑유형>란 글에 내 시선이 멈췄다.


글을 쓴 박사님은 수많은 커플을 설문조사하였고, 이를 통해 6가지 사랑의 모습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1. 논리적 사랑

남편 혹은 아내로서의 조건을 신중히 따지며 용모, 교육정도, 가정환경 등 분수에 맞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사랑

(간단히 말해 연애만 하기엔 나이가 차 상대의 조건과 환경을 사랑하는데 있어 가장 고려하는 유형)

2. 쾌락적 사랑

연애 자체를 쾌락으로만 여기며 상대에 대한 희생과 배려를 꺼리며 지금 이 순간만을 즐기는 유형의 사랑

3. 우정사랑

만나면 서로 편한 가운데 설레임보단 친구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유형의 사랑

4. 낭만적 사랑

순간적으로 사랑이 불타오르며, 상대를 주관적으로 바라보고 느끼는 유형

(흔히 말하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유형 / 논리적 사랑과 조금은 상반된 유형의 사랑)

5. 희생적 사랑

무조건 베풀고 용서하고 희생하며 사랑을 주는 아가페적인 사랑

6. 소유적 사랑

(가장 미성숙한 사랑의 유형으로) 배신당하거나 버림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사랑을 확인하기에 급급한 사랑으로 흥분과 절망의 양극을 찾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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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작은 대부분 비슷하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거나, 한쪽의 끊임없는 구애에 넘어가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고, 거기서부터 사랑의 크기는 점점 커져간다.

비슷한 모습으로 시작된 사랑은 시간이 지나며, 서로에 대한 마음의 크기에 비례하여, 현실적인 조건을 보기 시작하면서 그 모습이 조금씩 변해간다. 그 변화에 자연스레 적응하며 서로를 더 배려하고 노력한 커플은 장기 연애를 할 확률이 높아지지만, 서로에게 닥친 변화가 낯설고... 너와 내가 사랑을 고백할 때의 그 모습이 아니란 이유(흔히 말하는 권태)로 우린 상대에게 헤어짐을 고하는 경우도 있다.


흔한 이별가사처럼 사람의 마음이란게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냥 <널 사랑하지 않아>라는 아픈 말로 상대에게 이별을 고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랑도 사람도 결국 변한다.


장기 연애를 하고 있는 내게 있어 어쩌면 지금의 사랑의 모습은 3번과 같을지도 모른다. 우린 서로를 전우라 부르기도 하고, 연애 초 가졌던 달달함을 더 이상 서로에게서 찾아보기 힘들다. 어떤 이는 이런 상태를 권태라 생각할 수도 있고, 더 이상 그(혹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 단정 지을 수도 있다.

처음과 달리 그 사람이 너무 많이 변했기에..(아니면 변했다고 생각하기에)

더 이상 서로에 대한 긴장감이 없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상대에게 이별을 고한다.

이별을 고하는 자신 또한 변했다는 사실은 잊은 체.

사랑도 사람도 결국 변한다. 그 변화가 서로에게 낯설다면 두 사람은 이별을 할 뿐이다.


이별의 모습


데이트 폭력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한다. 서로 좋았던 두 사람의 시간이 6번과 같은 사랑의 모습으로 변질되어 한때는 열렬히 사랑했던 상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니.. 사랑이 참 서글퍼진다.

두 사람의 마음이 시간이 지나도 항상 한결같을 순 없겠지만 그 끝이 폭력으로... 상처로 얼룩진 사랑이라니.

세상의 어떤 이별에 상처가 없을 순 없겠지만, 두 사람의 끝이 서로 좋았던 시간들마저 없애고 싶은.. 지우고 싶은 기억으로 남진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은 다시 사랑


사랑을 한다하여 서로를 소유하거나 구속할 수 없다. 내 시간이 소중하듯 상대의 시간도 소중하기에 상대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해주어야 하고, 상대의 것들을 내 것으로 소유하려 해선 안된다.

설사 그 사람이 나와 함께하지 않는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사랑을 꿈꾼다 해도..

우린 상대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이 더 이상 내 사람이 아니라는 슬픈 결말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그 슬픈 결말로부터 우린 덜 흔들릴 수 있다. 상대에 대한 미움과 배신이 나를 지배하게 하기보단 앞으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성장의 밑거름이 될 테니깐.


아픈 사랑이든, 슬픈 사랑이든, 보내야만 했던 사랑이든

한차례 사랑이 끝나고 나면 또 다른 사랑이 우리에게 다시 찾아온다. 지나간 사랑이야 어찌되었든 내가 상대의 시간과 공간을 소유하고 구속하려고만 하지 않았다면 분명 우린 지난 사랑보다 좀 더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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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 규정한 미혼남녀의 6가지 사랑의 모습처럼 우리의 연애가 한 가지 형태로 딱 규정되어질 수는 없다.

사랑의 시작은 낭만적이고, 상대를 원하면 원할수록 쾌락적인 사랑이 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두 사람은 점점 이성적이고 친구처럼 편한 연애를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 변화 속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희생을 통해 두 사람의 사랑은 조금 더 단단해질 수도 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헤어짐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사랑을 어떤 유형으로 단정 짓는 것도,

넌 이런 사람이고 난 저런 사람이라고 서로를 단정 짓는 것도,

우리가 서로를 다 안다고 생각(착각)하는 것도,

어쩌면 잘못된 일인지도 모른다.


연애라는 건 서로가 서로의 시간에 잠시 동안 머물며 행복을 공유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쉽게 행복을 규정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랑도 사람도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은 아닐지.


J가 '우린 서로를 너무 잘 아는 것 같아...'라고 말했을 때,

난 단호히 '아니, 아닐껄.'

이라고 대답한 것도 그 때문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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