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사랑> 레볼루셔너리 로드
우린 언제 결혼을 꿈꿀까?
그 사람이 내게 프로포즈 했을 때,
그 사람의 사소한 행동이 내 마음에 '콕' 박힐 때,
이 사람이라면 가정을 잘 지킬 것 같고 나 하나 굶기지 않겠단 믿음이 생겼을 때,
내 말에 귀 기울여 줄 때,
내가 결혼이란 걸 생각했을 때 마침 '너'란 사람이 내 옆에 있을 때,
너라면... 후회 없는 선택일 될 것 같아서,
여러 사람 만나봐야 '그놈이 그놈'이란 생각이 들 때,
우리는 결혼이란 제도 속으로 들어간다.
이처럼 결혼의 계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가정을 화목하게 유지하는 비결은 결국 하나다.
서로에 대한 배려.
그런데 만일 그 배려가 일방통행이라면 어떤 관계든 지속되기 어렵다. 그렇기에 결혼을 선택하기 전 '이 사람은 내 어떤 모습까지 배려해줄까?', '난 이 사람을 얼마나 배려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물론 서로에게 배려를 원하는 포인트가 같을 땐 싸움이 시작되지만
그 포인트가 다르다면 두 사람 사이의 다툼은 충분히 대화와 배려를 통해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사랑만으로 결혼(생활)이 유지될 수 없다. 영화 <레볼루셔너리로드>는 서로 사랑했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1950년대 한 중산층의 가정의 모습을 통해 결혼에 대해.. 삶의 가치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영화를 보실분은 Skip)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주인공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은 선상파티에서 처음 만난다. 에이프릴은 프랭크의 자유분방함과 남자다움에.. 프랭크는 (유명한 건 아니지만) 배우였던 에이프릴의 아름다움에 끌려 불같은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약속한다.
뉴욕의 외곽지역인 레볼루셔너리로드에 신혼집을 마련한 두 사람은 아이를 낳고, 여느 가정처럼 평범한 중산층의 삶을 살아간다. 현실 속 우린 그 평범함을 추구하고자 발버둥 치지만, 이미 평범한 가정을 꾸린 영화 속 두 사람에겐 권태가 찾아온다. 연극배우였지만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배우로서 자신의 한계를 맞닥드린 에이프릴은 꿈을 포기하고, 자유분방함이 매력이었던 프랭크 역시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책임질 일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아버지처럼 평범한 회사원으로 삶을 이어나간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삶이 안정적이고 평범해질수록 에이프릴에겐 권태와 인생의 무미건조함만 남는다. 자신은 여러 가지 이유로 꿈을 접어야 했지만, 그녀의 눈에 비친 프랭크는 여전히 빛났고, 현재 그들을 권태롭게 만든 그곳(레볼루셔너리 로드)을 벗어나 파리로 가면 그가 빛날 수 있어 보인다. 연애 당시 반했던 그때 프랭크의 모습을 되찾을 것만 같은 것이다.
그렇게 파리에서의 가슴 뛰는 삶을 꿈꾸지만, 셋째 임신과 프랭크의 승진이 그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자유분방한 프랭크였지만 그의 아버지가 자신을 키워낸 것처럼 프랭크 또한 자신의 자녀를 그렇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에.. 그에겐 현실에서의 안정된 삶이 더 중요하다.
반면 에이프릴은 자녀들도 소중하지만 자신과 프랭크의 삶이 더 소중하다. 연애 당시 가장 빛났던 그들의 모습이 그녀는 그리웠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그들 다운 삶이라 생각했다.
영화는 그렇게 떠나고 싶은 그녀와 떠나고 싶지 않은 그의 관점과 삶의 모습을 그리며
영화 내내 두 사람의 갈등을 그려낸다.
주변 사람 모두 두 사람의 파리행을 반대하지만,
정신쇠약 증세를 보이는 이웃 존만이 안정된 삶을 포기 못하고 주저하는 프랭크를 힐난한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바랐던 두 사람에게 남은 건 상처뿐이다.
여전히 에이프릴을 사랑한 프랭크는 어떻게든 그녀를 설득해 현재의 삶을 유지하길 바라지만 그의 생각대로 쉽게 그녀가 바뀌지 않는다.
미친 듯 사랑했고... 그래서 결혼까지 했는데
불현듯 찾아온 권태로
서로 다른 가치관을 확인한 두 사람이 맞이한 사랑의 끝은 어땠을까.
(결말은 영화에서 확인하시길)
연애 당시 우린 서로를 다 알지 못한다. 어쩌면 결혼을 해서도.. 서로를 영영 다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설령 서로가 서로를 다 안다 해도...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건 또 별개의 문제다.
상대와 나의 다름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삶의 가치관 차이라면.. 혹은 배려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간극이라면..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결코 평탄할 수 없다.
영화는 극단적으로 이상과 현실이라는 상반된 삶의 관점을 에이프릴과 프랭크에게 투영한다.
이렇게 극단적인 차이가 아니더라도 현실에서의 결혼생활은 분명 사소한 충돌의 연속이다. 우린 현재보다 더 행복하기 위해 내게 꼭 맞을 것 같은(혹은 내가 맞출 수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
그러나 연애 당시 보지 못했던 (나와 다른) 그 사람의 가치관, 교육관, 경제적 관점, 삶의 방식 등이 보이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점화된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행복할 수 있겠지... 란 믿음이
이 사람 때문에 내가 불행하게 되었다... 란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결혼생활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물론 현실 속 대부분의 가정은 평온하며 사랑이 넘친다. 서로 너무 달랐던 영화 속 두 주인공의 갈등이 미혼인 내게 단지 더 크게 다가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린 아직도 갈등에 대처하는 모습이 미숙하다.
그렇다고 갈등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린 결혼이란 것을 해보려 한다. 연애할 때보다 더 많은 갈등이 우리에게 닥칠 수 있고, 여태껏 서로에게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보이게 될 수도 있다.
그 갈등의 크기가 너와 내가 함께 감당할 수 있는 무게라면
우린 평생을 약속할 것이고,
만일 그렇지 못한다면 두 사람은 서로를 놔줘야 할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것 하나로 두 사람이 평생을 약속할 수 없다는 걸 이미 너와 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단어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할 무렵 보게 된 이 영화는 내게..
갈등에 대처하는 서로의 모습에 대해..
두 사람의 가치관에 대해..
권태에 대해..
사랑에 대해..
그리고 결혼에 대해.
깊은 생각과 잔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