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행복과 그의 마지막 연주

<영화 속 사랑> 라라랜드 (La La Land)

by 비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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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랑.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이 두 단어는 청춘에게 있어 언제나 중요한 화두다. 한때는 자신의 꿈을 향해, 또 때론 사랑하는 이에게 올인하기도 하는 우리는 항상 일과 사랑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그 접점이라는게 사람마다, 시기마다, 제각각이어서 어떤 이는 일 때문에 사랑하는 이를 잃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꿈이나 미래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렇게 청춘이라는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우리는 꿈을 꾸고, 몇몇 사람과 연애를 하며 일과 사랑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영화 <라라랜드>는 그 경계에 서있는 두 주인공 세바스찬과 미아의 삶을 뮤지컬 형식으로 조명한다.

예전부터 보려 했던 영화지만, 시기를 놓친 탓에 관심에서 멀어졌다. 다행히 추석 특선영화로 접한 이 영화는 내게 조금의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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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다수 포함 / 꼭 영화를 보신 분만 읽어주시길)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동을 더하는 영화의 음악은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 <라라랜드>의 결말은 씁쓸했고 아쉬웠다. 그 씁쓸함의 원인이 두 사람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때문만은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원하는 삶을 이루었다. 세바스찬은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맘껏 연주할 수 있는 재즈바를 오픈하였고, 미아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배우가 되어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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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2.jpg 두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다워 보였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각자의 꿈을 끝까지 붙들었고 결국 원하는 삶의 모습을 이뤄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꿈을 지지했던 상대를 끝까지 붙들진 못했다.


영화의 결말은 세바스찬의 재즈바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이 옅은 미소를 보내며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이 장면이었다.

미아는 자신이 원하던 삶을 성취하였고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세바스찬은 아니지만) 그녀 곁에 자신을 지지해주는 남편이 있었다. 세바스찬이 없어도 그녀의 삶은 충분히 행복했고 완벽해 보였다.


반면 세바스찬의 모습은 쓸쓸했다.

두 사람이 함께 작명했던 재즈바를 오픈했고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마음껏 연주할 수 있었지만 세바스찬 곁에 미아는 없었다. 미아는 남편과 함께 였지만 세바스찬은 혼자였다. 그의 음악을.. 그의 삶을 응원해주는 다른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세바스찬의 마지막 모습이 그리 쓸쓸해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남자여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세바스찬의 모습에 더 눈길이 갔다.

그는 (영화에서 보여진 만큼은) 미아를 위해 헌신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은 아니지만 고정적인 수입을 얻기 위해 밴드에 들어갔고,

밴드로 인해 정신없을 때에도 미아를 위해 서프라이즈를 기획했다.

미아가 꿈을 포기하려 했을 때, 손을 내밀어 준 것도 그였다.


영화가 스킵해버린 두 사람의 5년 동안 서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영화에서 보인 세바스찬의 모습은 마지막 결말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았다.

사랑할 당시 그는 그녀에게 최선을 다했고

미아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었다.


세바스찬 곁에 그의 음악과 그의 삶을 함께 응원하는 누군가 있었다면... 이뤄지지 않은 미아와 세바스찬의 사랑이 어쩌면 조금 더 와 닿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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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성 간의 만남과 헤어짐이 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영화 속 세바스찬과 미아처럼 서로의 꿈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힘든 시기에 함께 했던 연인의 헤어짐을 본다는 건 일반적 연인의 이별을 보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이다.


All happy families are alike; each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이다.


이 문장처럼 연인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행복한 연인은 대부분 비슷한 모습으로 사랑하고 결혼을 하지만,

헤어진 연인은 두 사람만 알 수 있는 각자의 이유로 이별을 맞이한다.


세바스찬과 미아 역시 두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이유로 서로에게 이별을 고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이별은 그렇다 치더라도 세바스찬의 쓸쓸한 마지막 모습은 내게 있어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movie_image (1).jpg 영화 속 세바스찬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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