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과 편안함, 그 사이 어딘가

영화 속 사랑 <Take this Waltz>_우리도 사랑일까?

by 비소향

가끔 우린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새로움이 주는 설레임 사이를 오고 간다.


손에 익은 때묻은 샤프가 좋다가도 때론 새로운 디자인의 샤프에 홀랑 마음이 뺏겨 충동구매하기도 하고,

너무나 익숙해진 일과 직장에서의 무료한 삶이 불현듯 자신을 갉아먹고 있다고 느껴 새로운 환경으로 이직을 결심하여 일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론, 오랜 시간 만나온 연인이 주는 편안한 사랑 대신 낯선 누군가와의 설레임 가득한 짜릿한 연애가 생각나기도 한다.

우린 그렇게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설레임과 익숙함 사이를 저울질하며 적절히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아 인생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문젠 우리 주변의 물건이나 직장은 원하는 대로 편안함과 설레임 사이에 선택지를 바꿔가며 살아갈 수 있지만,

사랑은... 그리고 사람은

두 감정 사이에 균형점을 찾기가 어렵다는데 있다. 안그런 것 같아도 우리에겐 오로지 설레임을 주는 사람과 편안한 사람. 두 가지 선택지만 각각 존재할 뿐이다.


만일 당신에게 설레임과 편안함 각기 다른 두 사랑이 동시에 다가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건가요.

영화<take this waltz>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영화를 보실 분은 초록색 글은 패스해 주시길..)

결혼 5년 차 마고(미셸 윌리엄스)와 루(세스 로건)는 아이는 없지만 둘 사이 큰 문제없이 평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부부이다. 남편 루에겐 다채로운 매력은 없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묵묵히 마고에게 충실한, 가정을 지키는 든든한 고목나무같은 사람이다.

마고는 그런 남편의 단단함이 좋았지만 한편으론 허전했다. 아니 적어도 대니얼(루크 커비)이 그녀 앞에 나타나기 전까진 루가 주는 편안함과 단단함만으로도 그녀의 인생은 괜찮았을지 모른다.

출장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대니얼에게 마고는 자 설레이게 되고 대니얼이 그녀의 집 앞에 산다는 영화적 요소가 가미되며 두 사람의 설레인 감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못하고 더 커져만 간다.


그렇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결혼한 여성이 가정을 버리고 설레인 사랑을 찾아가는 불륜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나 불현듯 사랑이 찾아올 수 있지만, 기혼인 당사자가 그 설레임 때문에 가정을 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는 분명 지탄받을 스토리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 리뷰를 공들여 쓰는 건 당사자인 세 사람의 감정선이 너무나도 분명하고 섬세하게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여배우이자 감독인 사라 폴리에 의해 세 사람의 감정선은 그렇게 영화 곳곳에 잘 뭍어나 있었다.


# 루의 scene <결혼기념일 식사>

출처 : 네이버 영화

위의 스틸컷은 아니지만, 영화 속 마고와 루의 결혼기념일 식사 장면이 있다. 루는 맛있는 음식을 마고와 함께 먹는 것으 사랑을 표현한다 믿었고, 마고는 음식의 질보다 함께 먹는 이와의 밀도 있는 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루는 맛있는 음식에... 마고는 그런 루에게 집중한다. 서로를 사랑하는 건 분명 같아 보이는데.. 왜 그 방법과 온도가 그렇게 달랐을까. 영화 속 그들에게만 그런 걸까.


# 대니얼의 scene <놀이기구>

출처 : 네이버 영화

대니얼과 마고가 함께 놀이기구를 탄다. 5분도 체 안 되는 시간이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두 사람은 짜릿함을, 순간의 흥분을, 서로의 밀고 당김을 만끽한다. 5분간 서로에게 집중했고 그래서 더 뜨거운 사랑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5분의 시간이 지나, 놀이기구가 멈추고, 불빛이 꺼지니 그 화려했던 순간은 거품처럼 사라져 버린다.

우리도 누구와 연애를 하든 그 5분간의 짜릿한 순간들을 잊지 못하며 그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마고의 scene <베드신>

1시간 58분의 러닝타임에서 1시간 30분쯤 되어서야 마고는 루의 곁을 떠난다. 그만큼 한없이 자신에게 자상했던 루를 떠나기 힘들었고, 미안해했다. 마고는 대니얼과의 사랑은 루의 것과 다를 줄 알았다. 그렇게 대니얼과 격정적인 사랑을 시작하지만, 몇 번의 베드신을 거치며 짜릿함은 점차 일상이 되어가고 비었던 공간은 둘만의 것들로 채워지며 대니얼과 마고의 사랑 역시 평범한 일상이 되어간다.

꽃이 피었다지고, 불꽃이 화려하게 터지고 소멸되는 것처럼, 마고의 짜릿한 순간도 조금씩 색이 바래져가는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 신제품도 시간이 지나면 빛바랜 구닥다리가 되고, 열정을 품었던 새로운 직장도 어느새 익숙하고 따분한, 돈벌이를 위해 매일 가야만 하는 장소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설레임 가득했던 새로운 사랑도 시간이 지나고 무뎌지면 어느새 익숙함만 남은 편안한 사랑이 되어있다.

그렇게 우리 주변에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색이 조금씩 옅어진다.

그런 빛바랜 삶 속에 강렬한 색이 덧대지면 누구나 흔들리기 마련이다. 문젠 그 강렬하게 덧대인 색 마저 결국 또 시간이 지나면 옅어진다는 사실을.... 영화는 대니얼과 마고의 배드신에서.

마고의 시누이였던 제럴딘이 했던 말속에서 우린 알 수 있다.


Life has a gap in it, it just does. You don't go crazy trying to fill it...
인생엔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꿔가며 살아갈 수는 없어.


미혼인 연인이 설레인 누군가에게 흔들려 그 사람에게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미 결혼한 누군가가 한순간 반짝이는 설레임으로 평생의 약속을 저버리는 건 자신이 가진걸 모두 버려야 할 만큼 큰 책임과 지탄이 따른다. 그럼에도 새로운 것에 설레이는 건, 우리 인간이 가진 고유한 습성인지도 모른다. 이미 익숙해진 편안한 사랑은 그 장점보다 단점이 더 도드라지게 보일 수 있다.

오랜시간 나와 함께 했기에... 그 사람의 장점이 내게는 무뎌진.

그리고 그 무뎌진 장점 대신 자꾸만 안보이던 단점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

그래서 새로운 것이 더 혹해 보이는 것.

이 모든 감정의 동요가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실행에 옮기든 옮기지 않든 우리 마음속에서 알게 모르게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항상 사랑과 관련한 영화 리뷰에서 난 결혼생활엔 배려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 배려가 내가 생각한, 나만 기억하는 배려가 아닌 상대가 진짜 원하는 배려.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쩌면 그 배려 안에 평소의 내 모습과 다른 모습을 상대에게 보이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 건 아닐까.

이미 익숙해져 버린 나 말고, 조금은 다른 나를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


상대가 느끼는 모든 빈틈을 내가 메워줄 순 없지만, 그래도 일부분은 이렇게 평소와 다른 모습을 통해 조금씩은 메꿔질 수 있을테니 말이다.

옅어진 도화지 위에 두 사람이 함께 강렬한 점하나만 그려 넣어도 그것이 곧 두 사람에겐 또 다른 새로운 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루가 알았더라면 두 사람의 결말은 어땠을까 하는 괜한 생각을 하게 된다.





.....+) 더하여

* 설렘이란 표기법이 맞지만, 설레임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아 그냥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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