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학군보다 중요한 것.

현대판 맹모삼천지교는 괜찮은걸까?

by 비소향

최근에 집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결혼을 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 '함께 살 집'이기에 근래 최대의 관심사가 집이 되었습니다.

친누나 또한 집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조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교육환경을 고려한) 이사를 준비 중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모두가 알다시피 학군이 좋다고 소문난 지역의 집값은 평범한 누나네 가정이 들어가기엔 턱없이 높다는데 있습니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어떻게 해서든 학군이 좋다는 지역으로 이사가길 원합니다. 많은 것을 감수하고 아이를 위해 학군이 좋다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게 정말 현명한 선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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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통계가 알려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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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는 올 한 해 서울대에 가장 많은 학생을 보낸(?) 고교별 순위입니다. 위의 통계와 더불어 중학생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지역별, 학교별로 순위를 매기는 지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교 서열화, 사교육 조장, 낙인효과 등의 부작용으로 학업성취도 평가 순위 공개는 2017년 폐지되었습니다.

(자사고, 특목고를 제외하고) 서울대에 학생을 가장 많이 보낸 일반고 순위를 살펴보면 21개 학교 중 8개 학교가 서울 강남, 서초에 위치해 있습니다. 거기에 자사고 폐지 논의, 반포 재개발 등의 이슈로 학원가 및 부모님들의 관심은 전보다 더 뜨겁게 강남, 서초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내 아이가 초.중학교 때 공부를 좀 잘한다 생각이 들면 어느 부모라도 강남, 서초에서 자녀교육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Q2. 왜 다들 학군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사실 저도 강남, 서초에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참 안했습니다. 다행히 뒤늦게 정신 차려 겨우 서울권 대학에 진학해 현재 이 동네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참 다양한 학생을 만납니다. 저와 같이 이 동네에 쭉 살던 친구들도 있고, 부모님의 높은 교육열로 인해 이곳으로 이사 온 친구들도 있습니다.

친누나는 제게 말합니다.

'넌 이 동네서 초, 중, 고를 모두 나왔고, 여기서만 수업하니깐 면학 분위기와 동네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거야.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주변에 어울리는 친구들도 동네마다 다르기에 학군은 무시 못하는 거야'

솔직히 말해 고등학교 동창이나 지도하는 학생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가정에서 자랍니다.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보다 많은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서울권 대학 진학률이 높았고, 대학 진학률에 따른 학군이 형성되고, 사교육 시장도 이에 맞춰 더 발달되어 왔습니다.


Q3. 학군은 중요할까?

사실 학군은 중요합니다. 학세권이라는 말도 있듯이 교육환경이 잘 갖춰진 지역에서 교육을 받는 건 30~40대 부모님들에게는 중요한 이슈이며 내 자녀가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길 원하는 부모 마음은 모두 한결같기에 학군과 공부하는 환경은 매우 중요시되어 왔습니다.

학습과 더불어 부모님들이 신경 쓰는 부분은 교우관계입니다. 내 아이가 어떤 친구를 사귀느냐에 따라 아이의 방과 후 활동들이 결정되기도 하기에...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은 부모님들이 공부 못지않게 신경을 쓰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내 아이가 누군가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지는 생각지도 않고 말입니다.

더불어 좋은 친구의 정의가 경제적 환경(맞벌이/외벌이, 사는 곳, 학업성취도)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그런 부분도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아예 배제할 수는 없기에 학군의 중요성은 더 부각되어 왔습니다.


Q4. 하나의 사례.

초등학교 때 공부 좀 한다는 소리를 들은 A군의 어머니는 A군의 학습을 위해 집을 줄여가며 강남 8군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자녀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만큼 어머니께선 A군에게 다양한 사교육을 시켰습니다.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거니 생각한 어머니는 A군의 2학년 첫 중간고사 성적을 받고 놀랐습니다. 기대했던 것에 비해 턱없이 낮은 성적을 받아 온 것입니다. 어머니는 당황했고 A군과 갈등은 깊어졌고, 자녀교육에 대한 해답을 찾길 원했습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부모님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치로 A군의 교육에 투자하였습니다. 가정경제가 흔들릴 만큼 무리해서 자녀교육에 투자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비용을 자녀교육에 쓰다 보니 A군의 숙제 및 시간관리를 타이트하게 할 수밖에 없었고 거기서부터 조금씩 부모님과 자녀의 관계는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A군 또한 공부를 잘하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초등학생 때에 비해 해야 할 것들은 너무 많았고, 매일매일 해야 하는 숙제에도 점점 지쳐갔습니다. 부모님의 기대가 큰 걸 알기에 자유로운 활동보단 책상에 앉아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았고, 학습에 가장 중요한 학습동기도 서서히 잃어갔습니다. 자신감도 떨어지고, 엄마의 요구는 날로 늘어갔고...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번아웃 상태가 되었버렸습니다.


Q5. 학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교육에 정답은 없습니다. 학생마다.. 부모님의 생각과 교육환경이 모두 다르기에 하나의 정답이 없는 것이 자녀교육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답을 찾자면, 적절한 관심응원 그리고 과감한 선택입니다.

최근 들어 자녀교육을 투자개념으로 생각하시는 부모님이 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월급은 한정적이고 예전과 달리 노후도 생각해야 하기에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 역시 꼼꼼히 따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특히 중산층 가정에서 이런 현상이 심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조기에 자녀교육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학원 선생과 같은 타인을 통해) 미리 알고 싶어 하십니다.

(상위권 학생만 지도하는 몇몇 학원을 제외한) 사교육 기관들은 학생 한명 한명이 소중한 고객이기에 모두 다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학교-학원-숙제-시험-원망-다른 학원-숙제-시험-원망의 레파토리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적절한 관심

결국 공부의 주체는 학생입니다. 학생은 할 마음이 별로 없고, 부모님의 마음이 불안해서 시키는 교육이라면 투자해도 무리 없는 최소 수준의 교육비만 지출학시고 성적과 일일 학습량에는 최대한 무관심해져야 합니다.

(아이가 공부를 한다면 성적보단 흥미 있는 과목과 어려운 과목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떻게 하면 부모가 도울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고 학습시간을 조금씩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 관심의 핵심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소리도 결국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에 자녀와 심도 깊은 대화를 이어가려면 자녀의 관심사에 귀 기울여주는 편이 더 낫습니다. 그것도 별로라고 생각된다면, 아이가 흥미 있어 하는 다른 교육을 시키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응원

모든 부모님들은 자식을 응원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보다 내 아이가 잘되면 좋겠고, 보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부모 마음입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자녀들은 그런 부모의 마음을 잘 헤어리지 못합니다. 엄마는 나를 공부기계로 보는 것만 같고, 아빠는 내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엄마는 내가 좀 더 좋은 대학에 가길 바라고, 아빠는 내 학원비를 대느라 열심히 야근을 하는대도 말입니다.

보통 이런 갈등은 아주 사소하게 끝이 나지만, 이 간극이 너무 커져버린 가정은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부모-자식 간에 연을 끊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결국 내 아이와 나,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응원을 하는 것. 그것이 자녀를 바르게 키울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감한 선택

아이가 아무것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과감한 선택을 하기 어렵겠지만, 공부 이외에 관심 있고 잘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면 과감히 선택하고 밀어주는 선택 또한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자녀 교육에 있어 가장 어렵고 힘든 선택일 수 있지만, 어쩌면 자녀와 부모 모두를 위해 필요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다양한 이유로 학군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학군이 좋다고 모든 학생이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타 지역보다 사교육을 더 시키기 때문에 그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부모님들은 학군이 좋은 지역에 내 아이가 있으면 더 잘할 것 같은 심리적 요인이 학군에 대한 수요를 더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렇기에 학군보다 더 중요한 건 내 아이와 깊고 끊임없는 소통입니다. 공부를 하는 주체는 학생이기 때문에 주변의 소리와 학원에서 말하는 것보다 더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것이 학생의 생각과 마음입니다.

사교육은 끝이 없습니다. 단기 특강, 10주 완성, 한 번에 정리하는 영문법, 시대를 앞서가는 코딩 교육 등..

끊임없이 학부모의 니즈에 맞춰 진화하는 것이 사교육입니다.

이 모든 교육을 다 시킬 수도 없고, 다 시킨다 해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그 교육을 듣는 학생의 마음가짐과 자세입니다.


말로는 참 쉽지만, 실제로 해보면 마음처럼 안 되는 것이 자녀교육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로 남겨두는 건, 제가 훗날 아빠가 되었을 때 이런 원칙들을 지키며 자녀를 키우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모든 부모님들이 내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학군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깊이 고민해보는 시간을 자녀와 함께 가져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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