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연휴기간에 바라본 학습

부모의 일관성과 JIT방식

by 비소향

한동안 교육에 관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쓰지 못한 게 아니라 쓸 말이 없었습니다.

수능 개편 관련하여 1년 유예가 결정 나고, 교육과 관련한 크고 작은 이슈들이 있었지만 일선 현장에선(적어도 제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교육 이슈에 민감한 건 교육 관련 이슈를 다뤄야 하는 신문기사와 일부 학부모님 그리고 학원뿐이었습니다.

학생들은 1등급부터 9등급까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1~3등급 학생과 학부모님은 교육 관련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4~9등급까지 학생의 학부모님들은 교육 이슈보단 공부를 하지 않는 (아니면 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될 뿐입니다. 자꾸만 학생들을 성적으로 나눠 언급하는 게 보기 안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성적으로 나눌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렇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1. 대치동 학원가

http://news.donga.com/3/all/20170929/86586313/1

매년 반복되는 기사지만 올해와 같이 연휴가 10일 이상되는 경우엔 학원가 특수가 조금은 더 불편해 보이기도 합니다. 학부모 입장에선 우리 아이만 쉬게 하기엔 불안해서... 학원은 분명한 수요가 있고 불안을 활용한 마케팅이 효율적이기에.. 학생들은 그저 시키는 대로 이번 연휴 동안 꼬박 특강을 듣습니다.

당장 수능을 앞둔 고3이나 시험이 추석 이후에 있는 학생들의 경우 사정상 어쩔 수 없지만, 이미 시험이 끝난 고1, 2 학생들 심지어 중학생을 대상으로 단기특강을 진행하는 현재의 학원가는 씁쓸하기만 합니다.


2. 엄마의 후회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474100012&ctcd=C02

한 어머니가 후회를 합니다. 자식을 공부기계로 만들어버린 것을.. 자식의 장점을 보려 하지 않고 단점만 보려 했던 지난날을... 자식을 어떻게든 자신의 뜻대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런 강방적인 엄마의 모습에 두 자녀는 엇나가기 시작했고 엄마는 자식의 폭주에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수한 일들이 있었겠지만 기적적으로 엄마와 아이들의 관계는 회복되고 자식들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할 일을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엄마는 이 일로 무조건 주입식 교육을 하는 티칭보단 아이의 감정과 끄집어내는 코칭 교육을 강조하며 책을 쓰고 강연을 하러 다닙니다.


만약을 생각해봅니다.

아이들이 폭주하지 않았다면 어머니의 생각과 행동은 변화했을까. (지금 아이들이 하고 있는 일을 지지했을까)

기적적으로 관계가 회복되었다고 했지만 아직 아들과 엄마 사이에 말 못 할 사연은 없을까.

코칭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코칭만으로 내 자녀를 교육할 수 있을까.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3. 부모의 고민

모든 부모님들은 자녀의 교육에 대해 고민합니다. 내 아이를 위한 올바른 교육이란 무엇일까?

한쪽에선 2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호텔+학원특강을 듣게 하고, 또 한쪽에선 그런 자녀교육을 후회합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그렇게 학생과 학부모를 사교육의 굴레로 안내합니다.

'안 시키면 불안하고... 시키고 있으니 답답하고...'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대부분 이런 마음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제게 어떻게 해야 할지 여쭤보곤 하시지만 제게도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 학생 성향에 따라 조언을 드리곤 합니다.

그런 제 조언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학생과 학부모의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됩니다.


4. 무엇이 옳은 교육일까.

자녀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자식이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모든 집들은 자녀 교육과 관련한 고민이 있습니다.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 아이의 부모는 공부를 썩 잘하는 아이의 부모를 부러워하지만, 자녀가 많이 아픈 가정의 부모는 공부는 안 해도 좋으니 몸만 건강하길 기원합니다.

자녀 교육은 그만큼 상대적이며, 주관적이며, 내 아이의 성격과 특성에 따라 많이 변화합니다.

그런 이유로 보편타당한 올바른 교육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남의 자녀와 비교할 수 없는 게 내 자녀 교육이고, 남의 자녀 성적을 올려준 학원이 내 아이 성적을 올려주리란 보장도 없기에 누구에게나 맞는 학습법은 있을 수 없습니다.


5. JIT(Just In Time)방식

올바른 교육에 대한 정답도 없고, 교육이라는 것이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라고 하면... 대체 당신은 뭘 말하고 싶은 거냐고 되묻는 분이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언급하고자 했던 건 '부모님의 주관과 시스템'입니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따라 합니다.

그렇기에 성적에 따라, 시기에 따라 변하는 부모의 모습에 아이들은 부모님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대화가 단절되고 성적표가 촉매제가 되어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집니다. 따라서 자녀에게 일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건 시스템입니다.

조금 오래된 경영개념이긴 하지만 도요타의 JIT란 방식이 있습니다. 이는 대량으로 물건을 찍어 판매하고 남은 재고를 공장에 쌓아두던 예전의 생산 방식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물건을 생산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예전의 방식보단 소비자가 물건을 받을 때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리지만 비생산적인 시간과 비효율을 제거하는데 집중하여 공정과 시스템 개선에 주력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로 인한 물류비용 축소와 효율성 개선으로 제품 단가가 개선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자녀의 학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생뚱맞게 기업의 경영방식을 언급한 이유는 공부도 결국 이런 시스템과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은 '숙제 다 했니? 시험공부는 언제 할 거니?'란 잔소리로 자녀의 학습을 독려하지만 그 말 한마디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공부의 주체는 학생이고 학생이 능동적으로 할 마음이 생겨야 효율과 성적이 오르기에 자녀에게 공부하란 말 대신 공부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개선시켜 주는 것이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훨씬 효율적일 것입니다.


당장의 성적을 위한 질문은 아니지만

어떻게 학습할 때 성적이 잘 오르는지,

어떤 과목에 가장 큰 성취와 흥미를 느끼는지,

무엇을 할 때 잘 쉰다 생각이 되는지,

공부 이외에 무엇을 하면 기분이 좋은지,

학습의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인지,

부모와 무엇을 함께하고 싶은지,

좋아하는 운동은 없는지,

....


내 아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겁고, 어떻게 공부해야 효율이 가장 좋은지,

아이에게 모든 걸 맡기는 게 아닌 부모도 함께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학습의 JIT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유명학원, 추석특강, 무한반복학습과 같은 비효율적인 학습보단 내 아이를 좀 더 알고, 그에 맞게 학습시키는 것 그리고 효율적인 학습 방법에 맞게 내 자녀를 교육시키는 것이 그 어떤 비싼 학습보다 더 중요할 것입니다.


(고3, 중간고사 아직인 학생을 제외)

긴 연휴입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큼 잘 쉬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부모님과 학생 모두 즐거운 명절, 쉼이 있는 연휴, 그리고 서로를 좀 더 알아가는 연휴가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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