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교육청의 첫 시도는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까
며칠 전, 부산시 교육청이 내년부터 초등 객관적 평가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창의적 인재 육성이라는 취지 아래 시행되는 제도인데 기대와 우려... 솔직히 우려가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내년부터 부산의 308여 개의 초등학교는 모두 서술형과 논술형 문제만을 출제합니다. 수업 역시 기존의 암기 중심, 문제풀이식 교육방법에서 독서와 토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위주의 수업으로 전환합니다.
더 이상 지식 암기의 교육은 그 학습적 의미가 퇴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창의적, 융합인재 육성이라는 교육 목표 아래, 과목을 접목시켜 교육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꾸 끄집어내는 교육으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는 교육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21세기 교육의 방향은 지식을 배우는 것을 넘어 그 지식에 자신에 생각을 입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객관식 평가 폐지에 대한 기본 프레임에는 매우 환영합니다.
다만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기엔 3가지 큰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아마 대다수의 교사분들과 학부모께서 걱정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서술형은 어느 정도 채점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지만 논술형 문제를 출제한다면 그 채점 범위가 매우 모호해질 수 있습니다.
수학은 교과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자신이 직접 문제를 만들어 풀거나, 풀이과정 전부를 서술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논술형 평가가 다른 과목에 비해 비교적 공정하지만 타과목의 경우 서술형 답안에 대한 평가가 애매합니다.
또한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교과서에 나온 내용 or 문장을 그대로 적게 하거나, 특정 단어가 들어가야 맞게 하는 등의 답안 유도는 학생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목적이 아닌 또 다른 문장형 암기 테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분들은 모두 어려운 임용고시를 통과하여 교사가 된 분들입니다. 임용고시 또한 객관식 문제를 누가 더 많이 맞히냐에 따라 그 결과가 좌우되는 시험입니다. 암기식 학습에 익숙한 교사분들이 서술형 및 논술형 문제를 출제하고 평가하기까지 일정 부분 교육 및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기에 그런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리가 만무합니다.
1~2년의 교사 교육기간을 거치거나 과목별 교사 간담회를 통해 체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하나 그런 준비없이 공청회를 통해 의견만 수렴한다고 하니 당연히 일선 현장에선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전형적인 보여주기 식 교육정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중1의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더 바빠졌습니다. 당장의 시험이 없어졌으니 부모님들은 다가올 중2 중간고사가 걱정되어 예전보다 더 학생들에게 학습을 강요합니다. 모두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교육에서 한 학기, 한 학년 시험을 보고 안 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12년의 의무교육기간 동안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교육 전반에 대한 개혁이 이뤄져야 하지만 그런 논의 없이 객관식 문제를 폐지하거나, 자유학기제, 자유 학년제 등의 미봉책만 자꾸 내놓고 있으니 교육의 틀이 잡히지 않는 것입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현 고2부터 다시 수시 비중이 70%까지 늘어난다고 합니다. 일부에선 평가의 기준과 방법이 모호한 수시 대신 정시(수능 위주의 평가) 모집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합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수능을 통한 객관적 평가가 더 현실적이고 공평할지 모르지만, 수능을 기반으로 한 암기식 위주의 학생 평가는 조금씩 지양해야 하는 평가방법입니다.
우린 더 이상 잘 외우고 기억한다고 해서, 더 잘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육도 이제는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합니다. 암기식 평가와 더불어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쌓아갈 수 있는 교육과 그에 맞는 평가방식이 점차적으로 도입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적어도 5~10년 동안 그 기틀을 만들고 하나씩 적용해 나가야 하지만,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각 시, 도, 교육청마다, 대학마다 모두 다 다르게 평가하고 적용하고 시행해나갑니다.
이렇게 해서 교육은 절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은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현실적으로, 시대에 맞는 인재가 육성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잘 만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임기 동안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교육체계 기틀을 잘 닦아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전 그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