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즐거움을 찾는 것이 이상적일까

by 비소향

얼마 전 황금알이란 프로를 보았습니다. 거기에 '공부의 신'이라 불리는 강성태 씨가 나와 다른 패널들에게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청년들 사이에 헬조선이란 단어가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대졸자 중 상당수가 백수가 되는 이 시대에 청소년들이 진지하게 물어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정말 희망이 있을까요? 열심히만 하면 진짜 되나요?'라고 말입니다.

다양한 이의 의견이 오고 갔지만 대체적으로 이 시대의 청(소)년들이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이견을 다는 이는 없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어느 세대든 어려움이 없던 세대는 없었습니다. 보릿고개를 겪은 세대도 있고, IMF라는 국가적 위기를 겪어낸 세대도 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대학 들어가는 것은 똑같이 어렵고 '사'자 들어가는 직업이 여전히 대우받는 것도 예전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분명 지금의 어려움은 이전과 많이 다릅니다.

경제성장률이 0%에 다다른 현재 시기에 대기업은 인건비 지출(고정비용)을 무엇보다 꺼려하기에 신입사원을 이전만큼 원활히 뽑지 못합니다. 대기업 상항이 여의치 않으니 중소기업 역시 저임금의 비용으로 인력을 사용하며 불황인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의 수는 이와 비례해 줄지 않고 유지가 되고 있으니 당연히 인력공급이 인력수요보다 넘쳐나 청년백수가 예전과 다르게 엄청나게 양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 구조는 사실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지하 사교육 규모까지 포함하면 한 해 약 30조에 달하는 사교육 시장과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재정을 충당하는 대학들의 지속적인 위기감 조성과 일단 대학은 보내 놓고 보자는 부모님들의 심리가 맞물려 쉽게 사그러 들지 않는 것입니다.

더불어 대학이 앞으로 답이 될 수 없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사회적 대안이 없기에 현상유지를 하고자 하는 것 또한 사교육 시장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어느 시기나 경쟁력 있는 사람(공부를 아주 잘하는 학생, 능력이 뛰어난 비지니스맨) 은 사회가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곤 합니다.

문제는 이런 뛰어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중. 하위권 학생(혹은 중산층)들은 점점 더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는 데에 있습니다. 부모 말대로 공부만 해서 대학에 들어가도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없고, 그들을 받아줄 수 있는 기업들이 줄어듬에 따라 생활 자체가 어렵게 돼버리는 경우가 더 늘어나는데 있습니다.


작금의 상황 속에서 대체 우린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를 포함한 20~30대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제가 코칭하는 10대 아이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줘야 하고, 부모들에게는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 걸까요.


'그래, 공부하기 어렵지. 대학에 들어가도 취업하기 힘들고.. 그러니 대학에 들어가지 말고 20살이 되면 네가 하고 싶은 일과 관련한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한 달에 알바 두세탕을 뛰면 100 정도 벌 수 있고 아껴 쓰고 저축해 50만원씩 5년을 모와. 그럼 3000만원이 모이지. 그걸 가지고 장사를 시작해. 장사를 하다가 망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25살이 될 테니 그래도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야'

황금알에 나왔던 가수 김장훈 씨가 자신에게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청년들에게 해준 말이라고 합니다. 장사가 모든 청소들의 대안이 될 수 없지만 대학에 들어가지 않고 스스로 자립할 길을 미약하게나마 알려준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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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가치의 융합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가 재미없습니다. 하기 싫고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지루하기만 한 이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고달픕니다.

아이들의 현실은 이전과 바뀐 것이 없지만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할 부모님들은 이전과 다르게 선택해야만 하는 시대입니다.

부모님들이 그러셨던 것처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공부시켜 대학을 보내는 것이 그 첫 번째 선택지이고 학습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에 올인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시는 것이 그 두 번째 선택지입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선택도 아니며 어느 것 하나만 선택해서 All-in 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재미난 일을 찾고 그 일을 통해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말은 쉽지만 실상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컴퓨터 게임과 잠, 친구들 만나는 것 밖에 좋아하는 게 없어 보이는 내 자식에게서 아이가 즐거워할만한 일을 찾고 그 재미를 통해 가치까지 발견하라니... 어렵겠지요.


재미와 흥미가 없다면 아이들은 집중은커녕 무관심으로 모든 것을 바라봅니다. 게임을 하는 것은 즐겁게 몰입할 수 있고, 게임을 함께 하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것을 끊기란 쉽지가 않지요. 게임을 통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하면 좋은데, 게임은 아이들만의 가치를 발현시킬 도구가 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즐겁게 몰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주어야 합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아이에겐 소설을 읽고 그 이야기를 자신의 생각으로 글을 써보게 하고, 요리를 좋아하는 아이는 자신만의 레시피 노트를 만들어 보는 것,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기계를 조립하고 분해해 보는 것, 농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MBA 관련 기사를 보고 자신만의 기사로 각색해 보는 것 등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가치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것을 배우고, 똑같이 생각하며 일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의 색을 발휘하며 일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대학 대신 힘들지만 아이들에게 맞는 길을 먼저 찾고 걸어가게 하는 것이 어쩌면 지금의 청년보단 더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교육 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제가 영어, 수학 비중을 줄이고 다른 일에 더 몰두하라고 말하는 것이 어쩌면 위험한 생각일 수 있지만 결국 영어, 수학 위주의 사교육 시장은 점점 줄어들 테니, 저 또한 지속적으로 저만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본의 아니게 글이 길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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