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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Jul 09. 2018

누군가의 소확행

2018년 7월의 책 

가끔 카드 명세서를 들여다보면 이번 달 내가 어디에 집중했는지 보이기도 한다. 식당과 카페에서 쓴 비용이 대부분이지만, 그 외에 사용한 비용은 이번 달 내가 뭘하며 살았는지 확인하게 해주는 것이다.  

7월 카드 명세서(6월 사용분)엔 쿠팡과 11번가와 같은 인터넷 몰에서 결제한 비용이 눈에 띈다. 나를 위해 소비한 비용이면 좋겠지만 집수리를 하는데 필요한 도구(방문 손잡이, 전등, 콘센트 덮개 등)를 산 내역이었다. 

6월의 카드 명세서엔 회사생활로 힘들어하는 J를 위해 사용한 금액이 기본 카드비에 더하여 청구되어 있었다. 


한동안 씀씀이를 줄여보겠다고 이런저런 노력을 했었다. 쇼핑을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일주일에 서너 번 가던 편의점 나들이도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이기도 했고, 좋아하는 책 구매도 한동안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 달에 사용한 금액은 비슷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비용이 여기저기서 들었기 때문이다. 

소확행
주택 구입, 취업, 결혼 등 크지만 성취가 불확실한 행복을 좇기보다는, 일상의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 또는 그러한 행복을 말한다.
원래 소확행이란 말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ランゲルハンス島の午後)≫(1986)에서 쓰인 말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속옷을 볼 때 느끼는 행복과 같이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을 뜻한다. 이와 유사한 뜻의 용어로는 스웨덴의 ‘라곰(lagom)’, 프랑스의 ‘오캄(au calme)’, 덴마크의 ‘휘게(hygge)’ 등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소확행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소비하는 기쁨도 있었지만, 한동안 돈을 모으는 기쁨이 더 컸다. 적금도 새로 들고, 청약저축도 꼬박꼬박 넣으며 모으는 재미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검소한(?)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한두 푼 아끼는 게 조금 서글펐다. 

술을 마신다고 돈을 왕창 쓰는 것도 아니고, 담배를 피는 것도 아니고, 친구를 만나는 것도 그리 좋아하는 내가 아니기에 생활 속에서 소소하게 느끼는 행복에 드는 비용은 그냥 쓰면서 살자고 생각했다. 요즘 말로 소확행. 


내게 있어 소소한 행복은 책을 사고 책을 읽고 글로 무엇인가 끄적거리는 것.  

미용실 원장선생님도 이해하지 못했던 내 소소한 행복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유로 실로 오랜만에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3월에 3권을 구매한 것이 마지막이었으니 3개월 만의 책 구매였다. 이번 책 구매의 기준은 '실패하지 말기'였다. 즉 검증된 작가의 책을 구매하는 것이 1순위였다. 

쌓여있는 책은 언제보아도 좋다


1. 강원국의 글쓰기 by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란 도서로 잘 알려진 저자 강원국의 신작이다. 이제 글쓰기 책은 더 이상 사지 않는다!! 란 내 생각에 유이하게 예외로 두는 작가. 전작들이 누군가의 글쓰기를 대필하며 배운 것들이라면 이번 신작은 오로지 저자 본인의 생각과 글쓰기 모습들이 들어간 책일 것 같아 기대를 안고 구매하였다. 

내게 있어 그는 언제나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 작가이기에. 


2. 역사의 역사 by 유시민 

이 책은 6월 25일 초판이 발행되었는데 7월 5일 벌써 3쇄를 기록한 국내에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유시민. 

그가 이 책을 쓰며 조금 있어 보이게 쓰고 싶어 책을 썼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해도 있어 보이게 말을 하는 그가 있어 보이게 쓴 이번 책은 어떨지 기대를 안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더 이상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작가의 책. 


3.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by 유한준 

이번에 책을 구매하며 유이하게 검증되지 않은 작가의 책. 

최근 부쩍 주택시장에 관심이 늘었는데 입지와 가격만 보고 있자니, 도대체 우리에게 도시란.. 주택이란.. 거리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건축학자의 시선으로 본 이 책 내용이 궁금해졌다. 

더욱이 자주 찾는 도서블로거의 추천이 있었기에 기대를 안고 buy!!


4. 굿라이프 by 최인철 

그의 스테디셀러 '프레임'은 내게 참 다양한 생각과 시선을 보여주었다. 프레임에 따라 우리의 생각과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제로 발표를 하기도 했으니 여러모로 참 기억에 남는 도서이다. 

그런 그가 13년 만에 책을 냈으니..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 행복한 삶을 심리학자의 관점에서 풀어낸 책인 것 같은데 흔한 주제이고 결론이 나지 않은 이 물음에 저자가 어떤 생각을 풀어낼지 자뭇 궁금해진다. 


5. 스님의 주례사 by 법륜스님 

20대 초반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결혼을 해야 할 시기가 되면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10년 넘게 흘러 이 책이 다시 궁금해졌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기에. 

분명 누군가에게 빌려주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돌려받지 못했다. 개정판도 나왔으니 이 참에 그냥 사야지 하며 담았다. 20대 읽었을 때에도 참 좋았던 것으로 기억하기에. 


6. 연애의 행방 by 히가시노 게이고 

워낙 다작을 하는 일본의 대표적 추리소설 작가의 책. <용의자 X의 헌신>이란 그의 첫 책이 내겐 너무 충격적이고 자극적이어서 다양한 그의 작품을 읽었었다. (많이 읽었다 생각했지만 다 읽진 못했다...)

이번에 구매한 책은 그가 처음으로 썼다는 로맨스 소설 <연애의 행방>이다. 추리적 요소가 얼마나 들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연애소설을, 대표적 추리소설 작가가 썼다고 하니 기대가 되기에 집어 들었다. 


7.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by 박준 

(내게 있어) 검증되지 않은 두 번째 작가의 책. 

사실 동명이인의 여행작가 박준이란 분이 있다. 그분의 책 <책여행책>이 좋아서 그 저자의 책이 있나 검색하던 중 발견한 또 다른 박준이란 작가의 산문집이다. 

산문집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그의 글들은 모두 짤막짤막하다. 그가 시인이기에 산문집에도 많은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솔직하게 말해 책 제목에 이끌려 산 이 책의 내용이 좋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8. 뜻밖의 좋은 일 by 정혜윤 

다른 글에도 소개(https://brunch.co.kr/@item84/96) 한 적이 있는 작가 정혜윤. 소개했던 <사생활의 천재들>이 작가의 지인 이야기를 묶은 책이라면 이 책은 온전히 정혜윤이란 작가와 그녀가 읽은 책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런 부류의 책이 집에도... 그리고 시중에도 워낙 많기에 구매할까 망설였지만 지난 작가의 글을 믿고 구입!


아직 좋아하는 작가 2명의 신작도 기다리고 있는데 난 벌써 이렇게 8권을 덜컥 사버렸다. 읽을 책이 너무 많아 7,8월엔 도서관 갈 일도 없겠다. 

책을 다 읽고,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아 브런치에서 8권의 책 모두를 소개할 수 있기를 바라며. 


더불어, 온 사은품 중 이 파우치가 왜 이렇게 기억에 오래 남을까. 여러모로 즐거운 소소한 행복이다.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정말 그렇다. 


올여름. 

즐겁게 떠난 휴가지에서 모두 즐거운 독서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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