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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Jul 17. 2018

(뻔하지만 필요한) 행복에 대한 정의

#4 여운이 남는 독서리뷰_6. 굿라이프

8년 전, 처음 회사원이 된 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익숙지 않은 업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나를 둘러싼) 주변의 이야기, 바짝 긴장한 상태로 야근까지 해야 했던 난 말 그대로 녹초가 되었다.

쉬고 싶었다.

아니 잠을 좀 깊이 자고 싶었다.

그래서 주말 내내 잠만 잤던 날도 있었다. 그게 잘 쉬는 거라 생각했고, 잠을 자고 일어나 배를 채우고 TV를 보내며 아무 생각 없이 주말을 보내는 것이 난 쉬는 것이라 그땐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주말을 보내는 건 잘 쉬는 것이 아니었다.


왜냐면... 스스로 잘 쉰다는 것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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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비슷한 것이 행복이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시간을 소비하지만 정작 스스로 내린 '행복에 대한 정의' 없이 남들이 행복하다고 하는 활동들을 하며 '이것이 행복이겠'란 생각으로 시간과 돈 그리고 에너지를 소비한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면 행복에 대해 스스로 정의 내리는 일 자체를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먹고 사는 것도 힘든 마당에 무슨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갈 여유가 있냐며 일갈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누구나 살아갈 이유와 그 모이 제각각이기에 행복에 대한 정의가 필요치 않은 사람도 분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스스로 행복에 대한 정의가 필요한 사람도 있다. 그래야 남들 시선에 큰 흔들림 없이 나만의 삶을, 나만의 호흡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인철 교수의 <굿라이프>는 행복에 대한 보고서이다. 그의 책은 믿고 보기에 이번 책도 읽기 전 기대가 되었다. 사실 10년 전에 읽었던 그의 전작 <프레임>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었지만, 이번 책은 전작만큼 호기심을 자극하지는 않았다. 책의 주제인 '행복'이라는 키워드 너무 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책을 선택한 건, 저자가 말하는 행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행복이 궁금하다는 건, 그만큼 내 안에 행복한 삶에 대한 정의가 없다는 반증일수도 있고 현재의 삶이 행복한지 아닌지 스스로 확신이 없어서 일수도 있다.


책을 읽기 전,

1. (이 책을 마지막으로) 답을 찾아 더 이상 행복이라는 키워드의 도서를 읽지 않을 것.  

2. '행복한 삶'에 대한 정의를 내릴 것.

3. 지금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5가지 상황(행동)에 대해 생각해볼 것.

4. 지금보다 행복하기 위해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5. 4번과 같은 행복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오늘 하루 노력해야 할 것.


5가지 질문을 떠올리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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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라이프>는 /Part 1. 행복한 삶/Part 2. 의미 있는 삶/Part 3. 품격 있는 삶으로 구성되어 있다.

행복한 삶에서는 행복이란 단어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하고 행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의 차이를 언급하였고,

의미 있는 삶에서는 의미를 갖는 것이 왜 중요한지, 우리 주변을 채우는 일상적 의미들에 대해 말하였고,

품격 있는 삶에서는 행복한 삶과 품격 있는 삶이 결국 같은 것임을 설명한다.


결론부터 얘기 Part 1과 Part 2는 괜찮은 내용이었지만, Part 3는 조금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Part 1. 행복한 삶.

행복의 조건(가족이 화목한 것, 돈을 많이 버는 것, 좋은 사람과 결혼하는 것)과 행복 자체를 구분할 것.

인간의 어떤 특성도 유전의 힘을 비껴갈 수는 없다. 그러나 유전의 힘이 작동하는 것과 유전이 전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다른 문제다. (25)
행복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일수록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소용없는 것으로 본다.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 / 부정적인 경험을 하지 않는 것 / 타인의 웰빙에 기여하는 것 / 자신이 성장하는 것 (이선 맥머핸_행복의 본질)

고통에 뜻이 있다는 말처럼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은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내게 일어나는 우연을 내가 설계할 수는 없지만, 타인에게 일어나는 우연은 내가 설계할 수 있다.

행복은 철저히 일상적이다.

나는 행복한가? 란 질문은 나는 무언가에 관심이 있는가라는 질문과 같다.
                                                                                                                      <굿라이프 part 1 중에서>

(PANAS 감정 목록)

긍정감정

관심 있는/신나는/강인한/열정적인/자랑스러운/정신이 맑게 깨어있는/영감 받은/단호한/집중하는/활기찬

부정 감정

괴로운/화난/죄책감이 드는/겁에 질린/절대적인/짜증 난/부끄러운/두려운/조바심 나는/불안한


Part 2. 의미 있는 삶.

일을 잘하는 것(성공 가능성)과 자기다움의 삶을 사는 것(통합)이 우리를 행복과 의미로 이끄는 두 가지 관점이다.

굿라이프는 의미가 가득한 삶이다. 의미는 우리 삶에 질서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준다.

인간의 마음속에서 현재는 쾌락의 시간이고, 미래는 의미의 시간이다.

경험하는 자기+기억하는 자기(의미 있는 삶)

성취를 중시하는 삶행
행복은 순간의 감정으로만 좋게 이해하게 되면, 한 가지 불안이 생겨난다. 바로 행복이 성취 혹은 성공과 무관하거나 심지어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불안이다.
                                                                                                                     <굿라이프 part 2 중에서>

part 3는 패스



지난 주말 결혼을 앞둔 대학 동기가 청첩장을 건네주는 자리에 친구들이 모였다. 2차가 끝나니 결혼을 앞둔 대학 동기와 제수씨는 자리를 뜨고 이어진 3차에서 한 친구가 고백을 했다.

'나 얼마 전에 이혼했어..'

불현듯 술이 깼다. 축하의 자리에서 말할 수 없던 그 사실을 조용히 그리고 담담하게 친구는 얘기를 이어나갔다. 친하지만 형제는 아니기에... 그리고 당사자가 아니기에 우린 조심스레 대화를 이어나갔고, 결국 도달한 결론은 '혼자든 둘이든 잘 살자'였다. 잘 산다는 것. 결국 행복하게 산다는 뜻일 텐데 스스로 행복에 대한 정의가 나에게도 그리고 최근 힘든 일을 겪은 그 친구에게도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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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렇게 책을 덮으며, 책을 열기 전 떠올렸던 질문에 하나씩 스스로 답을 채워 나갔다.


2. '행복한 삶'에 대한 정의를 가질 것.

고요한 상태에서 이따금 미소 지을 수 있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삶.

덧붙여 무언가에 미친 듯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삶.


3. 지금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5가지 상황(행동)에 대해 생각해볼 것.

- 일 :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인정받는 것. 더불어 지속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때  

- 관계 : 마음 맞는 친구들과 분기별로 한번씩 술 한잔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 즐거움 : 홀로 시간을 갖고 커피 한 잔에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을 때   

- 사랑 :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또 내가 사랑을 받고 있구나 느낄 수 있을 때

- 건강 : 위의 4가지가 지속가능하도록 주 2회 운동을  할 때,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테니스를 배울 때)


4. 지금보다 행복하기 위해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 지속가능한 일과 안정

5. 4번과 같은 행복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오늘 하루 노력해야 할 것.

- 자세한 건 노트에 기록을...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행복은 어떤 특정한 상태나 감정이 아니다. PANAS 감정 목록에 보이는 긍정감정을 일상 속에서 자주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도, 실체도 없는 행복을 꿈꾸며 우린 오늘 하루를 또 열심히 살아간다. 내가 정의한 행복 또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나열한 것이지만 어쩌면 이런 잔잔한 고요 속에 조그만 성취들을 이어나가는 것이 <굿라이프>에서 말하는 행복이 아닐까.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고 경험하는 나(현재의 좋은 기억)기억하는 나(미래의 내 모습을 위해 노력하는 삶)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런 삶의 모습을 만들고자 우린 오늘 하루도 그렇게 열심히 그리고 의미 있게 보내고 있는 것인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행복이란 어떤 상태인가요?

문득 궁금해진다. 남의 행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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