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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Jan 03. 2019

#2 하기 싫은 일

누구에게나 하기 싫은 일은 있다.

출처 : www.unsplash.com
C학생 : 쌤~수학 하기가 너무 싫어요. 쓸모도 없을 인수분해는 대체 왜 배워야 해요?

나 : 야~그렇게 따지면 한국에서 살 거라면서 영어는 왜 배우고, 세계사는 뭣하러 배워?

C학생 : 아~몰라요. 어쨌건 오늘은 숙제를 좀 줄여주세요.

나 : 오늘은 딴소리했으니 숙제 1장 추가.

말은 이렇게 했는데 솔직히 나도 왜 너희들이 이렇게 하기 싫어하는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이곳에서 내게 주어진 임무는 너희들에게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와 수학적 실력을 조금이라도 향상하는 게 일인데 나조차 너희들이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지 못하니...

너희에게 피상적인 얘기밖에 하지 못하네.


그도 그럴 것이 너희에게 쌤이라 불리는 나 조차도..

고등학교 2학년 때 반짝 열심히 해서 겨우겨우 서울에 있는 대학을 들어갔고,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다가 지금 너희 앞에 서있는 거거든.

대학 졸업 후, 처음 들어간 회사일은 전공과 상관없는 일이라 너무 힘들고 괴로워 쫓기듯 이직을 했고 그렇게 너희에게 수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일을 하게 된 거야.

처음부터 강사란 직업이 좋아서...

학생을 만나고 너희들이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뿌듯해서 선택한 일은 아니었어.


그저 하고 싶은 일은 찾지 못하고, 하기 싫은 일은 피하며 살아가다 보니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되었고, 먹고살기 위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드는 거거든.

근데 너희는 그런 게 아니잖아.


놀고 싶기도 할 거고,

공부 이외에 다른 것들이 하고 싶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그냥 자고 싶을 수도 있고.

그럴 때 일거 같아.


세상엔 억지로 되는 일은 없더라. 하기 싫은 일은 정말 능률도 안 오르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참 힘든 거 같아

공부가 아니더라도

노는 것 말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걸 해도 좋고

하고 싶은 일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그걸 먼저 찾는 게 수학문제 푸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


그렇게 조금이라도 일찍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간다면

인생을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


나도 막연히 먹고살기 위해 선택한 이 일을 한 10년 넘게 하다 보니 이제서야 더 잘하고 싶어 졌고,

이 일을 손에서 놓을 때까지 '내가 스스로 공부하게 격려해준 사람', '수학적 실력을 한 단계 올려준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일하고 싶어졌어.


난 조금은 많이 돌아가는 거지만,

너희는 지금도 늦지 않았고, 1년 동안 수학을 안배운다고 해도 괜찮아.


억지로 2년 배우는 것보단, 내가 정말 필요해서 1년 동안 배우는 게 훨씬 기억이 오래 남고, 더 잘할 수 있으니깐.


(어려운 일이겠지만) 정말 하기 싫은 일을 잘하게 되면,

그 자신감으로 어떤 일도 두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을테고,

 힘으로 행복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되지 않을까. 


너희들도... 나도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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