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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Jan 04. 2021

글쓰기가 두려워진 나에게.

방치했던 이 공간에 다시 글을 써보려 하니 갑자기 두려워졌다. 

두려워졌다라는 건, 그만큼 글을 쓰는 삶과 현재의 내 삶이 많이 멀어졌다는 뜻이기도 했고, 

글을 써야 하는 이유와 목적이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왜 난 다시 기록을 남기고 싶은 걸까?

어떤 글을 남기고 싶은 거니?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 글을 쓰기 전, 브런치에 올라온 글들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무수히 많은 글이 전보다 더 많이 올라오고 있었고  

그런 글 속에 내 글은 그냥 감정의 배설과 혼자만의 추억을 위해 쓰여지고 있는 건 아닌지...

누군가가 시간을 들여 읽을만한 그런 가치 있는 글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번지니 한 단어 그리고 한 문장 쓰는 것도 버거워졌다. 


멋진 글쟁이가 되고 싶은 것도, 글을 통해 나를 브랜딩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글이란 것을 씀으로써 남과는 그래도 다른 내가 되고자 했던 마음도 점점 옅어져갔다. 


글을 쓰려면 예민해져야 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도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글쓰기 소재가 될 수 있는지 살폈고, 

글쓰기 소재가 된다하여도 그것을 어떻게 써내려갈지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예전엔 그런 고민의 시간들이 즐거웠고 내 하루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일이 바빠지고 이별이 찾아온 후에는 그런 고민보단 현실에서의 삶이 더 우선이 되고 감성보단 이성이 삶을 지배하자 글쓰기와 삶은 점점 멀어져 갔다. 


평범하지 않은 내가 되고 싶어 글을 썼는데...

어쩌다보니 지금은 평범하게 사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 삶인지 깨달으며 

남들과 비슷하게 

평범하지만 소박하게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삶을 간절하게 희망하게 된다. 

그게 그동안 왜 그렇게 내게는 어려웠던 걸까. 


마음이 문제였다. 

바쁘지 않은 직장인은 없었고, 불안하지 않은 직장도 없었다.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어느 날 갑자기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나의 마음 한켠에 그 생각이 너무 컸기에  행복한 법을 잊고 살았고,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행복을 느끼는 것,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 또한 나에겐 연습이 필요했다. 

불행은 항상 대비하려고 노력하지만, 

행복을 맞이하려는 노력은 어느순간부터 하고 있지 않았다. 

주어진 시련을 감내하는 것은 항상 당연했고, 

행복해지는 방법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는 스스로에게 인색했다. 


올해엔 작년보단 좀 더 행복한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행복해지는 연습도 필요했다. 

어떻게 행복한 시간 만들어갈지,

행복에 대한 정의가 내겐 무엇인지,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행복해지는 나를 올해엔 자주 만나려 한다. 


내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에 '글쓰기'도 포함되어 있을까? 

예전엔 확실히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글을 쓰는 건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고 스스로 예민해져야 하기에 

나만 만족하는 글쓰기를 계속 해야만 하는지, 글쓰기를 통해 내가 행복해지는지는 

나를 좀 더 찬찬히 살펴봐야 할 것 같았다. 



비소향(悲笑香)

여러가지 생각에 필명을 바꿨다. 만일 앞으로 글을 계속 쓴다면 비소향이라는 이름으로 날 소개하려 한다. 

슬플 悲

웃음 笑

향기 香

지난 내 글들을 돌이켜보면 난 위트 있는 글은 잘 쓰지 못했다. 앞으로도 위트 있는 글은 쓰지 못할거란 확신에 필명을 어떻게 바꿀지 생각해보았다. 

우리의 삶은 가끔 슬프고, 또 가끔은 웃음지을 날들이 있는데 그런 시간들을 글로 적어 내려가며 그 속에서 나만의 색깔과 향기가 나기를 기대했다.  

어떤 작가의 글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사람만의 분위기와 향기가 그려진다고 생각했었기에 나 역시 글을 쓰며 누군가에게 그렇게 기억되고 싶은 마음에 이름을 새로이 만들어봤다. 


2021년에도 어김없이 가끔 슬픈 일들과 웃음지을 순간들이 나를 찾아올텐데.. 그 찰나의 순간속에 내가 행복해지는 만큼만 글을 써보려 한다. 

너무 애쓰는 글쓰기 말고, 

그냥 편안하게, 

그렇지만 글을 읽은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수 있을만한 글을 써보는 것. 


그게 올해 이 공간을 마주하는 나의 모습이다. 

스쳐지나가듯 이 공간을 찾아온 손님들과 나의 행복을 항상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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