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소향 May 23. 2021

5인조

feat. 글쓰기 숙제 (글감 : 나의 모양)

가끔 하루를 되돌아보면, 하루에도 수많은 감정들이 날 지나쳐 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에 소심하게 5분 뒤 알람을 맞춰 놓고 쪽잠을 청하기도 하고, 

슬픔 가득한 표정으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회사에 도착해선 상사에게 쓴소리를 들어 까칠해지기도 하고, 

나를 방어하기 위해 때론 버럭 하기도 해야 한다. 

일이 잘되어 좋은 결과가 내 몫이 되었을 때 비로소 기쁨이 찾아오기도 하고 

더 큰 기쁨은 퇴근시간이 되어서야 그 빛이 더욱 반짝인다. 

가장 반짝이는 빛은 월급을 받은 금요일 퇴근시간 즈음일 것이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우리의 삶이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우린 같은 일상, 같은 장소에서도 하루에도 수십 번 다양한 감정과 마주한다. 

어떤 감정이 우리의 마음에 더 큰 포션을 차지하고 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모습과 성격이 정해지는 건 아닐까.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기쁨이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 이 다섯 가지 감정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다. 

만일 우리의 삶에 하나의 감정이라도 빠져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떤 모양일까?

기쁨이가 없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고, 

슬픔이가 없다면 기쁨이 또한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까칠이와 버럭이가 없는 우리는 과연 행복할까? 

살다 보면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하고, 나를 까칠하게 방어해야만 지킬 수 있는 일들도 때론 겪게 된다. 


기쁨으로만 가득 찬 삶은, 

그 기쁨이 주는 감사함을 어쩌면 당연함으로 생각하여 느끼지 못하고, 

기쁨을 주는 감정들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삶의 모습은 각기 다양하지만, 

이런저런 감정들이 한데 모여 우리의 빛깔을 정하고, 각각의 감정들이 주는 고통과 행복을 경험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내일은 더 발전한 감정들을 만나길 기대하며 말이다. 

기쁘기만한 감정도 없고 슬프기만 한 감정도 없다. 

우리는 살아가며 기쁘지만 슬프다는 감정과 소심하게 버럭 하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도 알아간다. 


감정은 서로가 서로를 공유하며 

본래의 고유한 색깔에서 그 사람에게 맞는 색으로 변색되어 간다. 어떤 이에겐 초록빛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이에겐 보랏빛이 보이기도 한다. 


하얀 도화지에서 시작된 삶은 각기 다양한 색으로 채워져 인생이 끝날 때쯤 그가 그린 그림으로 끝이 난다. 

우린 지금 도화지에 얼마나 많은 감정의 색깔을 칠했으며 그 색깔은 지금은 어떤 빛깔일까?

어쩌면 어떤 빛깔로 그려지길 기대하는 것조차 생각 않은 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마음에 소심한 감정이 불쑥 튀어나온다. 


삶이 끝날 때쯤 내 도화지엔 어떤 색깔로 그림이 마무리되어 있을까?


다섯 가지 감정을 갖고 태어난 우린 누구나 날 때부터 5인조다. 


매거진의 이전글 #8 기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