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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Aug 01. 2021

현실의 나와 글쓰는 나.

평범한 일상 속 필요한 특별한 순간들.

그런 순간들이 있지 않나요? 

SNS로 내 사생활(모습)을 드러내며 보여주고 싶지만, 직장상사나 현실에서 날 아는 누군가는 보지 말았으면 하는 그런 이중적인 마음. 


네이버 블로그에서부터 브런치까지. 

꽤 오랜 시간 자기만족을 위한 글을 썼지만, 누군가에게도 자랑하거나 글을 보여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가족, 친구, 직장동료 할 것 없이 현실에서 날 아는 그 어떤 누군가에게도 제 글이 써진 이 공간을 드러내지 않았어요. 

취미가 글 쓰는 거라고 하면 항상 사람들은 SNS 주소를 물어봐요. 자기도 보겠다면서. 

그럼 전 한사코 거절을 해요. 

혼자 한글파일에다가 글 쓰고 저장한다고... SNS는 없다며. 

포털 메인에 글이 올라가고, 조회수가 엄청 증가하는 순간을 경험하면서도 

지인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혼자 캡처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생각해봐요. 


현실에서의 나와, 글 쓰는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일까?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니라면, 왜 그렇게 난 지인에게 글 쓰는 내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던 걸까? 


생각해보니 이유는 간단했어요. 

내가 쓰는 글은 나를 드러내는 과시의 글이 아닌, 솔직한 감정과 어쩌면 찌질한 생각들의 모음일 수 있기에..

이 공간이 날 아는 누군가에게 오픈된다면, 내 심리상태가 그대로 발가벗겨진 것처럼 느껴질까 봐.. 그런 모습들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던 것 같아요.   

만나지 못할 익명의 누군가에겐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글로 표현되는지는 중요치 않지만, 지인에게 그런 모습이 보여지는 건 왠지 나만 발가벗겨진 상태로 상대와 마주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또 제가 쓴 글에 대해 그들 나름대로 판단하고 재단할 것만 같기에, 철저히 글 쓰는 내 모습은 숨기고자 했던 것 같아요.   


아무리 친한 지인이라도 너에게 그렇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말을 누군가는 제게 건네기도 하지만, 

20대 때 그 말은 잘 들리지 않았어요. 

지금은 어떻냐고 물어보신다면, 지금도 막 드러내고 싶지는 않지만, 또 그렇다고 숨기지도 않을 것 같아요. 

우리는 우리 각자의 삶도 바쁘기에, 

누군가의 삶 그리고 누군가의 사생활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다는 것을 정말 너무나 잘 알겠더라고요. 


'우리는 누구나 관종이다' 란 강원국 작가의 말처럼 개인 SNS를 운영하는 우린 모두 누군가 내 사진이나 영상 그리고 내가 쓴 글을 바라봐주고 공감해주길 바라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습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론 일하는 날이 아닌 글을 쓰며 쉬는 날은 '비소향'이라는 이름으로 더 열심히 살아보려고 해요. 


일하는 제 모습보단 비소향이란 이름으로 하고 싶은 활동들을 하는 시간들이 어쩌면 더 소중하고 기억될 수 있으니깐요. 

코로나 시국이 조금 안정적이 되면, 인문학과 심리학 그리고 글쓰기가 결합된 독서모임 운영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글도 많이 써보려구요. 


현실의 삶이 너무 바쁘지 않길 바라며, 남은 2021년은 조금 더 즐겁게 살아봐요. 

걷기 좋았던 어느 일요일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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