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고 지난달이 이번 달과 같은 비슷한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여가요.
이런 일상이 지루해 새로운 공간과 흥미로운 활동에 내 몸을 밀어 넣어봐도 다시금 이 새로움도 일상이 되버려 또다시 반복되는 그런 일상의 순간들이 흘러가요.
그런데 가만히 돌이켜보면 삶은 언제나 그런 하루들의 연속이었어요.
중. 고등학생 때는 학교와 학원, 집 그리고 숙제를 반복해서 해야했던 일상의 순간들이...
대학생 땐 약간의 자유와 일탈이 주어졌지만 수업, 알바 그리고 취업준비로 연속된 나날들이.. 쌓여갔어요.
직장인이 되고는 다시 일상의 반복됨으로 하루하루가 우리에겐 쌓여가지요.
수십년째 반복된 일상의 연속에 왜 갑자기 변화를 찾게 되고, 무기력해지고, 걱정이 많아지는 걸까요.
학창시절땐 우린 모두 같은 교복을 입고 있던 학생이었어요.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긴 했지만, 친구와 노는 게 좋았고, 사소한 일에도 즐거워하며 친구와 운동 끝나고 먹는 떡볶이 한 접시에 그렇게 행복했어요.
그렇게 대학생이 되고,
반복됐던 일상에 음주와 연애가 삶에 들어오면서 반복되는 일상도 새롭게 느껴지고 하루하루가 설레기만 했어요. 미래가 불안하긴 해도, 함께하는 이가 있고 아직 젊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를 호기롭게 살았던 것 같아요.
어렵게 직장인이 되고,
일을 잘해야 한다는 욕심에, 더 높은 성취를 위해 노력하고 노력하다 절망도 겪게 되고 그렇게 퇴사를 하기도 해요.
그럼에도 우린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하기에 다시 일을 하게 되고 일에서의 큰 성취와 기쁨보단 '오늘 하루도 무사히..'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이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살다 보니 삶은 아주 조금씩 무뎌져가나 봐요.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반복되던 일상이 어느 순간 지겨워지고, 무기력해지고 힘겨워지기도 하나 봅니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른다.
'삶에 정답은 없다.'
그 명확하고도 분명한 사실을 앞에 두고도 우린 자꾸 옆사람과 비교하게 되고,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돌아보며 불안해하기도 하고 스스로 위축되기도 하나봐요.
그런데 어쩌면 삶의 방향이라는게 없는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사히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은 버거울 때가 많으니까.
거창한 꿈도,
대단한 미래를 기대하고 사는 것도 아닌데 삶은 자꾸 팍팍해지고 오늘의 즐거움을 잊어버린 체 하루하루가 지나는 듯해요.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가고자 하지만, 내 마음이 어디로 흐르고 무엇을 원하는지 나도 내 자신을 모를 때가 많아지는 건 무엇때문일까요.
남보다 조금 늦게 하루를 시작하고 또 조금 늦게 하루를 닫는 일상의 패턴이 된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유독 올해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하는지, 작년보다 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난 어떤 노력을 하며 살아가는지 모른 체 하루가 지나가요.
이런 공허함이
나이가 들수록 더 느껴지는 건지,
혼자이기에 느끼는 외로움 때문인지,
아니면 일상의 반복에서 오는 권태와 무기력함인지,
그도 아니면 그냥 단순히 지나가는 생각의 편린인지 모를 만큼 저도 제 자신의 상태에 대해 딱 진단 내리기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듯해요.
우리의 삶은 마치 농사와 같아서 올해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어야만 내년에 수확을 하고 또 그 수확한 열매를 가지고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텐데 지금은 마치 모든 수확을 마치고 버려진 땅처럼 마냥 쉬고 있는 듯해요.
누군가는 토지에 거름을 주며 비옥하게 만들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이모작을 하며 수확량을 두배로 늘리고 있는데 나만 이렇게 내 땅을 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괜스레 걱정되기도 하지만 남의 땅과 비교하면 할수록 의미가 없어지는 걸 알면서도 삶의 중심을 잡는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제 땅에만 집중하며 이 곳을 어떻게 가꿔야 할지 그것만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야 되겠죠?
남들은 이미 자고 있을 11시 혹은 12시에 퇴근하는 일이 일상인 제게 하루의 끝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모습인 것 같아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책을 읽거나 자버리면 어느새 집에 도착했는데, 운전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새벽녘 퇴근길에서 한 생각들이니까요.
반복되는 일상이 때론 나를 힘들게 하고 무기력하게 해도
이 반복되는 일상이 없으면 우린 또 허전해지겠죠?
반복되는 일상이 단순히 나의 하루를 갉아먹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나를 좀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있는 과정인지는 오롯이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할 일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어요.
오늘도 우린 반복되는 하루를 살았고,
누군가의 지적에 아주 약간 멘탈이 흔들리기도 하고,
조금 웃기도 하고 또 조금 좌절하기도 하겠지만,
오늘도 우리는 하루를 열심히 살았고 또 살아가고 있다는 것.
누구에게나 반복되는 일상이라 그 사소한 노력을 아무도 들여다보거나 위로해주지 않겠지만
그 누구보다 나는 잘 알고 있다는 것.
그래서 자신만이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다는 사실.
'오늘도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라고 스스로에게 꼭 말해주길.
종현이라는 가수의 노래를 통해 위로 받을때가 참 많아요. 그가 생전에 남긴 노래들로 우린 이렇게 위로를 받는데 그는 뭐가 그리도 급해 먼저 세상을 떠난건지. 참 슬프고도 감사한 노래입니다.
어쩌면 그의 노래들은 누군가를 위로해주기 보단 스스로 위로받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들이 아니었는지.
그의 목소리와 그의 가사가 생각하는 어느 하루입니다.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다섯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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