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내 아이 사교육을 계속 시켜야 할까?

by 비소향

중. 고등학교의 기말고사가 조금씩 끝나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시험을 잘 봤든, 잘 보지 못했든 이제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까지 또 신나게 놀겠지요. 속 태우는 건 온전히 부모님들과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의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때 즈음 부모님들은 고민합니다.

내 아이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

아무리 내 자식이지만 공부도 안 하는 얘한테 이 만큼의 사교육비를 투자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은데.. 학원이고 과외고 모조리 다 끊어버릴까?

아니.. 그러자니.. 지금도 못 쫓아가는데 남들 열심히 할 때 아무것도 안 하고 놀아버리면 더 못 쫓아가지 않을까? 대체 이 아일 어떻게 해야 하나...


대부분 중, 고등학생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은 이를 두고 고민합니다. 투자한 만큼(사교육비를 들이는 만큼) 좀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데.. 저 아인 누굴 닮아 저렇게 열심히 안 하는지...


시험이 끝나면 대부분 이런 고민을 가진 부모님들과 마주 앉습니다. 그리곤 제게 묻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몇 년째, 부모님의 고민은 한결같습니다. 남의 귀한 자식을 저도 열심히 가르치곤 있지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를 키워보지도 않은 제가 어찌 부모님의 애타는 속을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래도 지난 몇 년간 제가 봐왔던,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조심스럽게 부모님과 대화를 시작합니다.

(실제로 부모님을 만나면 이렇게 솔직하게 말씀드리진 못하는 것을 양지해주세요.)


1. 시험을 보기 전, 성적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아시다시피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시험체계와 난이도가 많이 다릅니다. 중학교 시험은 외워서 풀면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리는 게 가능하지만 고등학교 시험은 중학교 때처럼 시험기간 바짝 암기한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수학을 푸는 자세와 방법, 평소 공부하는 습관을 보면 이 아이가 이번 시험에 대략 몇 점을 맞겠구나 하는 감이 오곤 합니다.

평소 공부를 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간절함과 꿈에 대한 확신인데 이건 누가 주입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어떤 포인트에서 어떤 자극을 받는지는 아무도 모르니 말입니다.


2. 공부머리가 따로 있긴 하다.

공부는 누구나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공부머리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8시간을 앉아있어도 어떤 친구는 5장을 암기하고, 또 다른 어떤 친구는 2장도 체 못 외웁니다. 공부하는 방식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어 다양한 학습법을 대입시켜 보지만 이 Gap을 줄이는 것은 녹록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생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지만 좋지 못한 성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공부머리도 한 몫했다고 전 생각합니다.


3. 부모님의 교육철학

교육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개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부모님의 교육관입니다. 내 자식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부모이고 가장 모르는 사람 또한 부모입니다. 때론 아이들과 멀어지기도 하지만 또 가장 가까운 사람도 바로 부모입니다. '저 놈은 누굴 닮아 저렇게 말을 안 듣는지..'라는 말은 사실 공감이 되면서도 공감이 안될 때도 많습니다.

학원이나 과외교사가 아이를 키워주지 않습니다. 그냥 내 눈에 안 띄게 학원 잘 다니고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신다면 역설적이게도 잘 안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제 학생 중에는 (부모님과 상의하여) 공부에 큰 뜻이 없어 특성화고를 진학하여 부사관으로 진학을 결정한 학생도 있고, 수학이 너무 힘들어 다른 길을 찾다 제주 국제학교에 진학한 학생도 있고, 사교육비가 아까워 차라리 나중에 정신 차려서 장사라도 하겠다 하면 그때 지금의 사교육비를 아낀 돈을 지원해주시겠다는 부모님도 계셨고, 어찌 되었건 대학교는 나와야 하지 않겠냐며 고3 졸업 때까지 믿고 맡기시는 부모님도 계십니다.

누군 맞고, 누군 틀린 걸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 성적이 아닌 성장 가능성을 봐주셔야 합니다.

1등부터 100등까지 줄세우기식 현재의 교육환경에서 내 아이가 90등이라고 '넌 이제 내 자식이 아니다'라고 할 부모가 있을까요? 없을 것 같지만.. 성적에 엄청 예민하신 분들은 자신도 모르게 학생에게 심한 말도 하시고, 학생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은 체, 사교육을 모두 끊어버리시거나, 학원을 부모님 의사만을 반영해 옮기시곤 합니다. (가장 좋지 못한 시험 후 가정의 모습입니다.)

아이가 시험을 잘 못 보거나, (부모님 보시기에) 노력을 전혀 안 한 경우 부모님이 화를 내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화 없는 독단적인 부모님의 결정은 자칫 아이의 성장 가능성도 모두 박탈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내 아이가 공부는 못하지만 다른 분야에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고, 조금 더 믿고 기다려주면 하고 싶은 꿈이 생겨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인데 아이와 소통을 이렇게 단절해버린다면 아이는 믿고 기댈 언덕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데 그 비빌 언덕이 돼주셔야 할 부모님이 성적만으로 아이에게 등져버린다면 그 학생의 성장 가능성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해주시길..


5. 작은 계획부터 소소하게..

내 아이는 노력도 안 하고, 공부머리도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면 아이가 성취 가능한 수준의 작은 목표를 부모님과 함께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연습을 먼저 해주셔야 합니다.

(가급적 남학생은 아버지와 여학생은 어머니와 함께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살다 보며 느끼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몸에 베인 습관들은 쉽게 바꾸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소소한 목표부터 달성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쓴소리 대신 부모님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는 미안해서라도 조금씩 바뀌고자 노력하지 않을까요?


다양한 이유로 학생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기이네요. 공부란 게 누구에게나 쉽지 않겠지만 조금은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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