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KBS 명견만리 '교육의 미래'(2)
1953년과 2013년의 서울은 사진 속 흑백과 컬러로 대비되는 것처럼, 많은 것이 변하였습니다. 전 세계 유래 없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뤘고, 고도의 산업화를 달성하였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급격한 발전을 이룬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그중 교육의 힘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은 탓에 우린 많은 시간과 비용을 교육에 투자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수능(학력평가를 포함)은 30년 넘게 학생들을 평가하는 기준이었습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암기식 교육에서 창의적인 사고를 이끌어내야 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린 여전히 수능이라는 암기식 시험 체계를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수능은 학생을 평가하는 학생을 평가하는 올바른 기준일까요?
여기 작년 수능 영어영역에서 가장 어려웠던 세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영어가 모국어 이거나 영어권 국가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학생들에게 문제당 1분 30초 내에 풀려 보았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문제를 다 맞힌 대학생은 12명의 외국인 중 단 한 명, 다 맞추지 못한 학생도 4명이나 됩니다.
문제를 푼 외국인들은 이 문제를 대체 어떻게 고등학생들이 풀 수 있냐며 반문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우리 학생들은 매우 잘 풀어냅니다. 그 이유는 EBS 수능완성 교재에 나온 지문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교육부가 EBS 수능강의 연계율을 70% 가까이 올리는 바람에 EBS 교재에 나온 지문을 그대로 출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연계에 관한 교육부의 취지는 공감하나 지문을 암기하여 풀어야만 하는 폐단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엔 언어영역을 보겠습니다. 작년에 출제된 수능 문제 중 최승호 시인의 <아마존 수족관>에 관한 문제를 이 시의 저자에게 직접 풀려봅니다. 결과는 시인의 답과 교육부의 답이 다른 결과가 도출됩니다.
이처럼 저자의 생각과 교육부의 생각조차 다른데 학생들은 어떻게 답을 도출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수능 문제를 어떻게 공부했는지 2015년 수능 만점을 받은 4명의 학생들이 모여 자신의 공부방법을 서로 나눕니다. 하나같이 연계율이 높은 EBS 교재를 몇 번씩 보고 또 보고, 풀고 또 풀고를 반복하여 문제 푸는 패턴을 암기하고, 영어 지문을 통째로 암기하는 학습법으로 수능을 준비 했다고 합니다. 이런 학습의 밑바탕에는 당연히 암기식 스킬을 전수하는 사교육의 힘을 빌려야 했으며, 이에 맞춰 아이들의 24시간은 온통 학습에 초점이 맞춰 있었습니다.
대한민국과 핀란드의 중3 학생의 주당 학습시간만 보더라도 얼마나 우리 학생들이 학습에 올인해야 하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핀란드 학생보다 3배 넘는 시간을 공부해도 학습효율은 30% 가까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존에 지식만을 암기하는 것이 우리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우린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여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이에 강연자인 박형주 교수는 프랑스와 핀란드 교육에 주목합니다. 이미 교육으로 많이 언급된 두 나라는 최근 또 한 번의 교육개혁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먼저 프랑스의 경우, 200년 가까이 이어온 바칼로레아(Baccalaureat)란 시험이 있습니다. 이 시험은 논술과 철학을 필수로 하는 프랑스 대학 입학시험으로 개인의 생각과 논리가 명확히 답지에 담겨야 합니다. 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프랑스는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고 발표하는 연습을 해옵니다.
이렇게 논리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바칼로레아 시험이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를 프랑스가 12명이나 배출할 수 있게 한 힘이었다고 필즈상 수상자들은 말합니다.
핀란드의 경우 기존교육의 틀을 버린 통합교육을 준비 중입니다.
통합교육이란 예를 들어 생물, 물리, 화학, 수학, 미술, 직물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하나의 주제와 실험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그에 필요한 여러 학문적 지식을 학생들에게 다각도로 제시해주는 수업 방식을 말합니다.
교사들도 이런 수업이 처음이기에 지금은 다양한 과목의 교사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수업 방식을 논의하고 있으며 함께 직접 실험도 하고,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칠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이런 통합교육을 미래를 대비한 교육으로 선정하여 더욱더 확장해나갈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핀란드 청소년들은 하나의 실험을 바탕으로 보다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내용을 숙지할 수 있으며 암기식 위주의 학습에서 벗어나 체험적, 융합적 학습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교육은 1980년대나 2010년대나 변함이 없이 암기식 학습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정보가 모두에게 공개되지 않았을 때에는 이런 암기식 교육을 통해 우린 성장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암기보다 융합적 사고와 창의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더 의미가 있는 사회입니다.
교육은 한 번에 바뀌기 어렵습니다. 핀란드가 21세기 교육의 방향을 통합교육으로 잡은 것처럼, 우리 또한 체계적인 틀 안에서 실제 도움이 되는 교육의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