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부하는 인간_1~2부 동양인의 학습
배움은 인간을 좀 더 나은 지성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다. 그렇기에 우리는 예전부터 배움을 강조해왔다.
어릴 적에는 그저 수능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 타의 반, 자의 반(나 같은 경우 8:2) 공부를 해야 했다. 대입과 함께 배움이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다시 전공 공부와 토익을 위한 학습 전쟁이 시작되고 이를 모두 통과하면 사회인이 되어 우린 돈을 벌기 시작한다.
물론 사회에 나와서도 배움은 끝나지 않는다. 이제부턴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만 학습을 해야한다. 어떤 이는 대학원에 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배움이 아닌 상사와 술자리를 통해 자신의 배움을 대신한다. 우린 이렇게 학습을 통해 성장하기도 하고 정체하기도 하며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만 이렇게 살고 있을까?
오래되긴 했지만 2013년 KBS가 '공부하는 인간'이란 주제로 동양과 서양의 학습에 관한 다큐를 만들었다.
릴리 (Lillian Margolin) - 하버드대학교 졸업, 구글 입사
브라이언 (Bryan Kauder) - 하버드대학교 3학년 통계학
임준택 (Scott Yim) - 한국계 미국인
제니퍼 (Jennifer Martin) - 하버드대학교 4학년 뇌과학
지금은 모두 사회인이 되어 있을 네 명의 하버드 학생이 각 나라를 돌며 그 나라의 학습법과 문화에 대해 찾아 나선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 교육의 꽃은 수능(대입)이다. 내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은 당연시되며, 고등학생들은 하루 평균 6시간이 넘게 공부를 해야 한다. 이 다큐가 방영된 2013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변한 것이 있다면 정부가 과도한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수능의 비중을 줄이는 수시모집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정유라 사태'이후 오히려 수능이 더 객관적인 대입의 지표라며 수능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더 강하다.
이제는 더이상 대입이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학을 나오고 보자는 학부모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대입 준비가 아니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남들 다 가는 대학을 내 자식만 안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오늘도 학부모는 힘들게 사교육비를 벌고, 학생들은 (흥미가 전혀 없는) 수학 문제를 풀어낸다.
중국 허난성에 장웬쉬안이라는 장원 마을이 있다. '장웬쉬안'이란 마을명은 이 마을에서 장원급제자가 많이 나온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그만큼 교육열이 대단히 높다. 물론 이 마을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은 인구수가 많은 만큼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자 하는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에는 한국의 수능과 유사한 가오카오라는 대학입학시험이 있다. 중국 학생들은 이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 한국 학생만큼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경쟁한다. 중국 최고의 대학인 칭화대나 베이징대에 합격하려면 적어도 500,000명 중에 1등을 해야 한다고 하니 실로 무섭기까지 하다. (인구수로 따지면 우리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여담으로 한국과 중국 학생들의 공부방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한국 학생들은 조용히 암기하는 한편, 중국 학생들은 교실이 떠나가리만큼 큰 소리로 암기한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교육체계)
http://www.chinaemb.or.kr/kor/zglx/jytx/t82936.htm
도쿄대는 매년 합격생을 대자보를 통해 발표한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되어도 옛 전통을 간직하고픈 도쿄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도쿄대는 일본 최고의 대학.
이 대학에 합격한다는 것은 일본 사회의 상류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물론 합격생 자신뿐만이 아닌 그 가족들까지도 말이다. 일본의 학생들 또한 최고의 대학 입학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며, 나아가 공부의 신도 모시기도 한다. 그만크 일본 또한 공부에 대한 열정은 한국과 중국에 뒤처지지 않는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는 동안 도쿄대의 위상도 많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도쿄대는 일본 최고의 대학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변화하는 도쿄대의 위상)
(여학생은 도쿄대를 싫어한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404989&ref=A
법적으로는 폐지되었지만 아직까지 카스트제도란 신분제도의 잔재가 남아있는 인도.
가장 최고계층인 브라만에서부터 가장 최하층인 수드라(불가촉천민)에 이르기까지 인도 또한 교육열이 높다.
특히 수드라 계층에게 있어 공부는 신분상승의 유일한 통로이다. 그들은 공부만이 자신과 가족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고 있다. 1평 남짓한 쪽방에서 배움을 받는 것 조차 그들은 돈이 없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수드라 계층에게 교육환경 매우 열악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절실하고 또 처절하게 공부에 매달린다. 그것만이 길이기에..
(인도의 교육제도)
https://prezi.com/cpht9gwgeskt/presentation/
그렇다면 왜 동양인은 죽도록 공부하는 것일까?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또 이루고 있는 아시아 4개 국가들의 학습의 내적 동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큰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관계성과 가족이었다. 아시아 학생들은 모두 자신만의 안위와 번영을 위해서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곧 가족이 번영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남과의 비교를 통해 사회적 기준을 만들기에 남과 비교하는 것이 당연시되었으며 내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곧 가족의 성공과 연결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중국은 더 나아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하여 국가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대다수의 학생들이 가지고 있었으며, 인도의 경우 신분 상승의 유일한 통로인 명문대 입학을 위해 엄청나게 공부에 몰입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내적 동기와 더불어 아시아 학생들의 학습방법을 살펴보면, 그들은 모두 혼자 공부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한국과 중국인의 공부법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두 나라 모두 암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동양사회에서 공부는 책을 보고 암기하여 그것을 그대로 받아 적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소학, 명심보감 등을 그대로 암기하여 누가 얼마나 더 잘 암기하는지를 겨루는 것이 장원시험 이었듯 말이다.
물론 동양만 시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SAT, GRE 그리고 프랑스는 바칼로레아라는 대학입학시험이 있다. 그러나 다음 글에서 언급하겠지만 공부에 대한 아시아와 미국(유럽 포함)은 그 뿌리부터 달랐다. 그렇기에 공부에 대한 방법과 동기가 다른듯했다.
자의든 타의든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노력은 아시아 국가(특히 한국)들이 단기간에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내가 주체가 아닌 관계성과 가족이 메인이 되어버린 학습이 소수의 학생은 성공으로 이끌지 몰라도 다수의 학생에겐 시간과 비용 낭비 그리고 심하면 삶의 포기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폐해도 가지고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