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부하는 인간_3~5부 서양의 학습
앞서 살펴본 동양의 학습은 대게 비슷했다. 암기 위주의 학습, 자녀 교육에 온 가족이 매달려 좋은 대학입학이 곧 인생의 성공으로 여기며 달려왔다. 이제는 서양의 학습을 보며 그들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살펴보자.
유태인들은 전 세계적으로 두뇌가 매우 명석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공부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그들에게 공부는 뿌리 깊은 질문의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유태인들은 항상 모든 현상에 대해 궁금해하고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대화하고 토론한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공부이자 학습방법인 것이다.
유태인의 토론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스라엘의 도서관 '예시바'이다. 예시바는 우리나라 도서관과는 다르게 모두가 대화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으며 도서관이라 하기에 너무나도 시끄럽고 서로의 의견을 말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것이 그들에게는 일상이자 공부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왜 대화와 토론이 중요한 공부방법으로 계승된 것일까?
유태인은 유랑민족이다. 2000년전 유태인들은 오랫동안 로마의 침략을 받아, 살아남은 몇몇이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서 금, 은, 보화와 같은 물질보단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 그것을 계승하고자 노력하였다. 입에서 입으로 전달된 지식은 그 어떤 누구라도 훔쳐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유태인들에게 공부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존전략이었다.
영국 최고의 대학인 옥스퍼드.
그들에게도 특별한 학습방법이 있다. 그 첫 번째는 함께하는 식사이다.
옥스퍼드 대학의 학생들은 매일 저녁 함께 식사를 한다. 해리포터 촬영지로도 유명한 옥스퍼드 식당에서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서로 토론하며 식사한다. 이런 토론문화는 옥스퍼드 유니언을 통해 더 확인할 수 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옥스퍼드 유니언에선 유명인사를 초빙하여 그들과 토론하며 자신의 생각을 여러 학생들 앞에서 함께 공유하며 논리적 사고를 키워나간다.
두번째로 옥스퍼드의 특별한 공부방법은 바로 튜토리얼(Tutorial) 수업이다.
이는 교수와 제자가 1:1로 토론하는 수업방식으로 옥스퍼드 탄생 때부터 이뤄졌다고 한다. 제자는 튜토리얼 수업 전, 에세이를 먼저 보내고 교수는 에세이를 확인하고 첨삭하며 튜토리얼 수업을 준비한다. 학생은 에세이를 제출한 이후에도 튜토리얼 수업 전까지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보완하며 가다듬는다.
이렇듯 옥스퍼드 대학의 공부 방식 또한 협력과 교류의 방법을 지향한다.
미국의 유명한 사립고등학교인 이곳에도 특별한 교육 방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하크니스 테이블 수업이다.
하크니스 테이블 수업은 둥그런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수업이 진행된다. 심지어 토론과 상관없어 보이는 수학이나 음악수업도 이 테이블에서 진행된다고 한다. 수업의 진행은 교사가 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이 한다. 단지 교사는 그들의 토론을 지켜보고 조언할 뿐이다.
이렇듯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가는 수업이기에 학생들 개개인은 모두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해와야 한다. 구성원 모두 수업을 통해 다른 학생들과 도움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토론을 하며 공유한 지식은 그들의 머릿속에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결론적으로 동양의 공부가 암기와 기억이었다면 서양과 유태인의 공부는 질문과 토론이다.
릴리의 아버지 힐 마골린. 그가 말한 유태인들만의 특별한 교육방법이 생각난다.
우리는 보통 자녀들에게 '오늘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니?'라고 물어본다. 그러나 힐 마골린은 '오늘은 학교에서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물어본다고 한다.
왜 자녀의 질문을 궁금해할까?
질문은 아이들이 배운 것에 대해 사고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유태인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가장 흔히 하는 질문은 마따호셰프(내 생각은 무엇이니!?)라고 한다. 그만큼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항상 학생들의 생각을 중시하며 토론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모든 인구는 공부하는 동기나 방식이 모두 다르다. 특히 동양의 공부와 서양의 공부에는 그 차이가 뚜렷했다. 동양은 혼자 하는 공부가 주를 이룬다면 서양은 함께하는 공부가 주를 이룬다.
한국과 일본은 공부할 때 필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서양이나 유태인은 함께 토론하며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을 강조하였다.
앞서도 언급하였듯 혼자서 암기하는 공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암기식 학습을 통해 우리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공부 방식만을 내세우기에 무언가 한계에 도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암기만으로는 유연한 사고와 세상을 놀라게 할만한 어떤 창조물을 만들어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학고와 MIT를 거쳐 지금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이진하 씨는 '소프트웨어 2등은 그냥 2등으로 남으며 사회에선 언제나 1등 만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2등도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담는다면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그런 창의적인 인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라는 말을 흘려들어선 안 되는 시대에 우린 직면해있다.
대화하며 토론하는 것. 그것은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키는데 더없이 필요한 공부방법이다.
예전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세상에 없는 그런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공부의 목적과 방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