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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주로가 있는 밤 Jul 11. 2022

공항에서 무슨 일 하세요?

공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토목 직무입니다. 공기업마다 다르겠지만 기계, 건축, 전자 직무와 같은 시설 중심을 둔 직무가 있고, 행정, 회계 직무와 같은 우리가 먹고사는-월급 처리와 비용처리-해두는 곳으로 크게 나눠져 있습니다. 왜 내 직무는 이야기하지 않냐고 여쭤보셔도 저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내친김에 행정직무에 관해서 할 재미있는 이야기가 엄청 많지만, 지금은 제가 몸 담은 토목 직무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면 공사가 빠질 수 없습니다. 먼 옛날 고조선의 고인돌에서부터 조선의 경복궁과 잠실의 롯데타워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몸과 시간을 갈아 넣어서 만듭니다. 땅을 파고 다시 매우고, 하천을 매우고 거대한 댐을 만듭니다. 물론 인력으로-기계가 도와주기는 하지만-대부분을 해내게 됩니다. 사실 저는 진 건물이나 필요한 하수처리시설을 만드는 법을 모릅니다. 대신 투박한 활주로를 만듭니다.


김포공항, 서울의 관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곳입니다. 1982년 개항이래 시름시름 앓고 있는 활주로를 다시 만듭니다. 활주로는 사람과 같아서 쓸리고 눌려서 상처가 납니다. 아스팔트니 콘크리트 따위의 재료를 적절히 넣어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반창고를 붙입니다. 리고 병을 참고 참다가 걷잡을 수 없어지는 사람처럼 활주로의 균열도 스멀스멀 자라나 결국 그 자리를 들어내는 최악의 치료법으로 치닫습니다. 어쩔  수 없지 하곤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의사 선생님처럼 우리는 보수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들여 활주로를 정상-처럼 보인다-로 돌려놓습니다. 쩌면 못 믿으실 수도 있지만 활주로는 우리들보다 건강합니다. 일 년에 한 번 내지 두 번 건강검진받는 우리들과는 다르게 매일 검진을 받습니다. 낮에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사람들이 활주로를 조사하고, 밤에는 매주 사람들이 활주로를 걷습니다. 그렇게 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큰 도로를 닦습니다.

정말로 이렇게 안전모를 쓰고 행정업무를 합니다. 물론 이렇게 도면을 직접 그리지는 않고 컴퓨터를 쓰지만요.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저는 토목 직무입니다. 회사에서는 토목부 누구누구입니다라고 저를 설명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감자라고 생각합니다. 바꿔 말하면 감자 같은 저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면접을 준비하시는 분이 있다면 본인이 감자보다 좋은 점, 예를 들면 토목 직무의 역할은 활주로를 만들고, 고치고, 그리고 조사하는 역할입니다 정도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어느 분도 공항에서 토목을 관심 있게 생각하시지 않고 비행기를 떠올리시겠지만. 감자로 할 수 있는 요리가 무궁무진하듯이 토목이 공항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무궁무진하다고 여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김포공항 토목부는 고인 감자들의 대전이라, 된장찌개에 들어가 부서지기 직전인 감자들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된장찌개에는 두부고, 된장이지라고 맛 평가를 하셨다가는 감자 같은 면접관들이 좋아하지 않을게 뻔합니다. 된장찌개에서 같이 어울려 놀기 위해서는 감자, 즉 토목 직무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 제일 중요합니다. 두부나, 양파는 다른 여러 요리-수많은 회사라고 하겠습니다-에 들어갈 수 있으므로 우리는 된장찌개 감자에 만족한다고 이야기하면 더 좋습니다. 된장찌개 자체를 좋아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감자처럼 밥 한 공기를 비울 수 있는 그런 맛이 토목 직무입니다.


아참, 토목은 활주로를 혼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운전을 하고 겁이 없어야 합니다. 불 꺼진 공항은 생각보다 어둡고 무섭기 때문이죠. 물론 비행기가 활주로에 다시 날아오를 수 없을 때가 더 무서우니, 토목 직무로서 활주로를 가슴에 품고 나가시죠!

제가 도움이 된다면 같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자, 다시 비행기가 날아오를 수 있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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