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활주로가 있는 밤 Jul 17. 2022

회식을 사실 좋아합니다

공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극중 상황, 배우 S는 이렇게 묻죠. 밥은 먹고 다니냐. 저는 이렇게 대답해보죠. 솔직히 잘 먹고다닙니다, 물론 부장님께서 오늘 회식을 같이 하자고 말씀하신다면 그건 그런대로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한달에 한번정도 먹고 싶었던 음식 -특히 삼겹살-을 양껏 먹을 수 있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회식은 나쁘지 않습니다. 보통 회식의 목적은 소통과 화합을 주로 하는데, 이게 술이 그렇게나 많이 필요한 일인지는 사실 의아합니다. 물론 술을 권하시지는 않습니다. 깔끔하게 본인의 자리에서 본인 주량만큼의 술을 마시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도 필요없고 그냥 묵묵히 고기를 굽습니다. 술잔이 몇번 돌면 팀장님을 필두로 옛날로 돌아갑니다. 나떼는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게 해야되 라던가, 이제는 퇴직하신 팀장님의 팀장님 이야기를 합니다. 본인들의 황금기라고 생각하는 시기를 그렇게 상기된 얼굴과 우렁찬 목소리로 이야기하시는게 보기 좋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한 일을 자랑하고 싶은 욕망이있고, 회사일을 회사에서 인정하고 자랑하지 않으면 어디서 자랑해야할까 뭐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이런 자랑은 보통 금방 끝납니다. 자녀분들이나 회사교육을 통해서 회식할때 말하는것보다 말하지 않는 침묵의 중요성을 너무 주입받은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안쓰럽습니다. 젊은 꼰대로서 한마디 하자면 사실 별 생각없이 그러려니 하며 듣습니다. 물론 자랑이 길어지게 되면 그것보다 지루한 이야기는 없으니깐, 1차 까지만 요청드립니다.


회식 하면 맥주를 빼놓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애사심이라는게 거창한 말 말고 회식은 1차에서 신나게먹고 집에 빨리 들어갈수 있도록 해주기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집에 가는길 적당히 오른 취기와 누워서 볼 유튜브를 생각하면 물론 다음날 출근하기가 싫어지기는 합니다. 내친김에 말하자면 저는 술마시면 식욕이 돋아서 안먹던 음식도 사가지고 들어갑니다. 요근래 지하철 개찰구 앞에있는 타르트집에서 한 보따리 사서 갔습니다. 평소에는 먹지도 않는 음식들이 마감세일이라는 이름으로 유혹하면 아무래도 쉽게 지나치기가 어려워집니다. 당연히 쓸 데 없는걸 사왔다고 혼구녕이 납니다.


아버지도 회식이 끝나고 종종 먹을걸 사가지고 오셨습니다. 본인은 하나정도 먹을까 말까하지만 보통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이었습니다. 그때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참 많이 먹었습니다.

아주 가끔은 술도 드시지 않고 저녁시간에 맞춰 치킨을 사오셨습니다. 회사에서 힘든일이 있을때 그렇게 번 돈으로 가족들의 웃는얼굴을 볼 수 있다는게 그분들의 생각이였구나. 저도 힘든날 치킨을 사들고 들어가며 느낍니다.


회식에대해 생각하다 어렸던적 아버지 추억까지 생각하는거보니 역시 회식이 그렇게 삶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주는건 아닌가봅니다. 그래도 너무많은 술과 고기는 체중조절에 독이되니깐, 역시 퇴근하곤 집에가는게 좋겠습니다. 오늘은 비가왔으니 아내에게 삼겹살을 구워줘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공항에서 무슨 일 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