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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주로가 있는 밤 Jul 22. 2022

커피마시러 회사에 출근합니다.

공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라는 커피와 일과의 상관관계는 명확히 밝혀진 사실입니다. 라는 건 사실 제가 방금 지어낸 논리다. 미안합니다. 그래도 매일 아침 업무 시작을 커피와 함께하는 신사숙녀 여러분은 참 많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포함입니다.


회사 지가 좋습니다. 사무실에 커피머신이 있습니다. 아침 공복에 원두를 갉아내는 소리를 들으며 아메리카노 한잔에 바삭한 파이과자를 하나 먹읍시다. 날이 덥다면 얼음을 담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좋습니다. 취향대로 마셔도 됩니다. 늦게일어나 편한 옷으로 집을 비적비적 나가서 좋아하는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상상을 해봅다. 단지 회사 커피 기계는 1대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이 잔기침으로 빨리하라는 무언의 신호를 받지 않도록  상상은 신속하게 자기 자리로 돌아오며 마무리 짓도록 합시다.  , 피를 정말 좋아한다면 원두를 고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에티오피아산 원두든 베트남산이든 같은 검정 물이라고 크게 괘념치 않지만 이 부분은 예민할 수 있니다. 특히, 커피는 다 똑같다는 공격받을 수 있는 논리 커피머신 앞에서 이야기 꺼내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요즘 마시는 원두는 에티오피아산이 더군요. 신경 쓰지 않는 편이지만 확실히 신맛을 좋아하는터라 내친김에 두 잔씩 마시게 되었습니다. 사실 두 잔은 마셔야 살 것 같아서 그냥 마시게 되는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커피는 기분으로 마시는 것 같네요. 그래도 회사에서 커피라도 있어서 참 다행이다.


다방 커피도 나쁘지 않습니다. 정수기까지 걸어가며 어떤 커피를 마실까 생각하고 매번 먹는 인스턴트커피를 집어 듭니다. 뜨거운 물을 담아 숟가락으로 휘저으며 달달한 프림이 선사하는 커피의 향을 느끼시죠. 파리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느낌으로 한잔 해보겠습니다. 사실 다방커피는 을지로 노포에서 전날 거하게 마고 해장하는 느낌이지만요, 커피 마시는 시간만큼은 착각에 빠져보도록 합시다. 다방커피는 제 자리에서 조금 더 먼 곳, 그러니까 법적으로 자리를 떠서 동기와 잡담을 할 수 있는 탕비실에 있다는 점도 아주 매력적입니다.


그렇게 회사까지 와서 커피를 골라마신다고 생각하 출근하면 아무래도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입니다. 아참, 앞서 말씀 안 드린 점이 있는데, 이제 막 입사하신 분들은 축하합니다. 이제 커피머신은 당신 겁니다. 머신 청소에서부터 원두 구매 그리고 10oz짜리 커피 컵까지 당신이 구매하고 정리해야 합니다. 참고로, 팀장님은 첫 커피를 8시 30분에 내리십니다. 물론 모른 척 9시부터 준비하셔도 됩니다. 그렇다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는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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