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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Sep 24. 2019

베짱이의 고백




새벽 6시 11분에 맞추어놓은 알람에 맞게 눈을 떴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수업을 가는 걸 택할 수 도 있었겠지만, 나는 수업 대신 잠을 택했다. 그리고 점심쯔음에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일어나 느릿느릿 점심을 차려먹고 다시 자리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다 잠들었다.


네시쯤 되었을까? 느릿느릿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봤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온 이 시간에 도로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들로 붐볐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이렇게 어두컴컴한 월요일에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게 본인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게으른 나의 하루를 후회하냐고? 아니 전혀. 나는 오늘 정말 푹 잘 잤다. 잘 먹고 잘 잤다. 수업에 출석하지 않은 것, 아침과 오후를 꿈속에서 헤맨 것. 어느 하나 후회하지 않는다. 왜냐면 오늘은 그냥 그러고 싶은 날이었으니깐 말이다.


주말 내내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은 걸까 아니면 내 안의 역마가 다시 도진 걸까. 한국이 가고 싶었다. 정말로 한국이 그리운 건 아니지만, 그냥 이렇게 어적어적 어설픈 학생으로 사는 것보다는 커리어를 쌓는데 집중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2년 직장을 다니다가 mba를 지원해 한국을 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


긴 생각 끝에 "정말 갈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현실적인 고민이 물밀려 왔다. 비자를 이미 연장했고, 이번 학기 학비도 냈고, 집계약도 연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한국을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나는 과연 한국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단순한 향수병으로 인한 충동적인 생각인 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계획을 바꾸고 싶은 건지 나도 모르겠다. 생각하면 생각할 수로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복잡한 머리를 부여잡고 혼자 스트레스를 받으니,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거지. 나는 넷플릭스와 잠으로 하루를 채워 현실에서 도망가고 있는 거다.  


도망만 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풀리는 건 없다. 나흘간의 도망은 여기서 끝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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