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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Sep 26. 2019

나를 견딜 수 없게 하는 찰나의 순간

오후에 친구 생일 선물을 사러 런던 드러그에 갔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게 안 곳곳은 사람들로 붐볐다. 사야 할 물건을 집어 들고 계산을 하러 가는데 가는 길에 한 남자와 아이가 길을 막고 있었다. 비켜달라고 말하려는 순간 남자와 나는 눈이 마주쳤고, 남자는 신경질 적으로 아이의 어깨를 치며 짜증이 가득 담기 목소리로 아이에게 소리쳤다. "네가 길을 막고 있잖아!"아이는 기죽은 얼굴로 내쪽을 슬쩍 보더니 한걸음 뒤로 물렀다. 묘하게 민망한 순간이었다.  


아이는 코카시안이었고 남자는 아시안이었는데, 그 둘의 관계는 뭐일까? 둘이 무슨 관계였길래 그 남자는 그 아이를  함부로 대할 수 있었을까? 외관으로 타인을 평가해서는 안된다지만 아이의 어두운 얼굴, 둘의 허름한 행색으로 보면 분명, 사연이 있는 관계일 수도 있겠다 추측했다. 


찰나도 안 되는 순간이었지만 그 아이의 풀 죽은 얼굴을 보는 순간 어제 젤라토 가게에서 본 다른 아이의 행복한 표정과 겹쳐 보였다. 분명 누군가가 잔뜩 신경을 써준 옷을 입고, 한 스쿱에 6달러 나하는 아이스크림을 더블 스쿱으로 먹고 있던 아이. 그 둘의 차이점은 무엇이길래 누군가는 타인 앞에서 고함을 들어야 하고, 누군가는 앉아 "사람"으로써의 권리를 누리고 있는 걸까.


이렇게 빈부격차가 너무도 생생히 눈에 보일 때는 이 도시를 도망치고 싶다. 독일에서도 길거리에서 "Pfand"( 유리, 플라스틱 등 재활용이 가능한 병들을 모아 보증금을 돌려받는 독일의 제도)를 하기 위해 빈병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인들을 종종 보았다. 그런데 밴쿠버는 독일과 다르게 빈부격차가 더 가시적일 때가 많다. 약에 취해 바지에 분뇨를 지리며 쓰러진 노숙자, 주삿바늘로 촘촘히 찬 팔다리를 내놓은 채 구걸을 하는 노숙자, 해변을 전전하며 플라스틱 병을 모으는 노인들..( 노동으로 정당하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기에 앞서 언급한 노숙자들과 같은 카테고리에 넣고 싶지만 않지만.) 반면, 서쪽으로 가면 갈수록, 해안가와 가까워질수록 도시는 고급 식당, 카페, 요트 그리고 잘 차려입은 세련된 사람들로 가득 찬다. 


이런 가시적인 빈부격차에 나는 가끔 이 도시를 견딜 수 없다. 


타인 앞에서 하대를 당해도 아무 말할 수 없는 그 아이와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 그 아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 베를린과 비참하지만 부유한 도시 밴쿠버의 차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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