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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Sep 23. 2019

외로운가?

구월도 안지났는데 벌써부터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기다려요.

한국에서의 자취생활과 독일과 캐나다에서의 거주 기간까지 합치면 장장 5년간 혼자 살았다. 모부님의 맞벌이로 어릴적부터 혼자집에 있는게 익숙했서 그런가? "홀로"산다는게 나에게 그리 별일은 아니다. 한국에 살았을 때야 종종 가족들집에 들려서 밥도먹고, 시간을 보내곤 했으니, 한국에서는 딱히 내가 정말로 혼자라는 느낌을 받은 적없다. 


독일과 캐나다에서의 삶은 한국에서 겪었던 홀로서기의 연장선상이었다. 항상 누군가와 함께할 수 없고, 기분 내킬때 연락하면 나와주는 엄마나 언니도 없고. 그래도 운이 좋게도 외로운 외국인을 신경써주는 맘씨 고운 친구들이있었고, 유럽내 외국인이 제일 외롭다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함께 보낼 남자친구도 있었다. 외로웠지만 외롭지않은 삶이었다. 


캐나다는 조금 달랐다. 독일에 살았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래서 내 일상이 더 시끄러웠다. 하지만 항구도시답게 그 많은 사람들은 나처럼 이 자그마한 서쪽 도시에 그리 오래 머무르지않았다. 길어봤자 여섯달을 못채우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덕분에 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글쎄 ..  어느순간부터는 누군가를 만나면, "이 사람도 언젠가 떠나겠지"하는 생각이 들어 마냥 기쁘지는않다.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캐나다에서 생에 처음으로 명절을 혼자 보냈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나 새해나 뭐 그런 것들 말이다. 외국인의 삶에서 그런것 쯤은 숙명이라고 생각해도, 25일 당일이나, 새해 불꽃을보면 마음한 쪽이 조금은 울쩍해지는 건 당연하다. 그런 내가 걱정이라도 되는지 친구들은 명절전후로 내게 안부 편지와 문자를 보내준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캐나다는 크리스마스나 새해에 길거리에 (나름) 사람들이 붐비고, 문을 여는 쇼핑몰과 상점이 있다는 거다. 그래서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그런 날을 보낼 수 있다. 만일 독일이었으면 유령도시가된 길거리를 보고 더 맘이 허전했겠지..


그래도 혼자살이 5년차, 그런 특별한 날을 내 취향으로 채울 수 있는 나만의 날로 만들수 있어 기쁘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페이스 타임을 하고, 좋아하는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길거리를 걷고, 영화관에 가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레스토랑의 음식을 한가득 포장해와 집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조용히 즐기는 그런 날. 


누군가에게는 고독으로 읽힐 수 있지만, 내게 있어서는 온전히 내 취향으로 채울 수있어 새로운 날. 그런 날이  나는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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