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여름 젤라또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 꺄르륵대는 아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Lecker! Das ist ein tolles Essen, Papa!". 돌아봤더니 서너살 정도 되어보이는 애기가 한 손에 야무지게 스푼을 들고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먹고있더라. 사실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었는데 나는 그 아이가 참 부러웠다.
어린아이들은 감정에 솔직하다. 아이들은 본인이 싫으면 울고불고 떼를쓰고, 좋아하는게 있으면 하루종일 좋아하는 티를 감추지 못하며 행복해한다. 사실 이런 행동방식은 조그마한 아이일때나 귀엽고 봐줄 수 있는거지, 성인이 본인의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한다는건 미덕이아니라는 걸 나도 잘 알고있다. 하지만, 정말 가끔은 나는 이런 아이들이 너무 부러워질 때가 있다. 감정에 솔직한 아이들의 순수함과 그들에게 인정되는 그 상황이 말이다.
나는 감정을 꽤 잘 숨긴다. 잘 숨기기도 하고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걸린다. 딱히 어떤 경험에의한거라기보다는, 나는 감정에 느린편이다. 그리고 청소년기를거쳐 성인이되면서 감정을 숨기는게 미덕이라는걸 깨달아서인 것도 있다. 어찌보면 어른이 되간다는 증거일 수 도 있겠다.
감정을 숨기고 머리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상처받지 않을 만큼만 보여주고 불편하지 않을 만큼만 숨기는 평범한 어른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걸 "이성적"인 행동이라고 이름붙였다.
그런데 말이다. 가끔은 이런 행동이 싫어 내 행동방식을 고쳐보려해도 이미 이런 모습에 적응을해버린 것 같기도하다. 누군가를 좋아해도 말을하지않고, 선을 넘는 듯 넘지않는듯 넘지않았다. 표현하지않았다.
나의 이런 "이성적"인 행동은 어찌보면, 두려움이 그 근원일 것같다. 내가 내 감정을 표현한다면 그것이 상처로 돌아올까봐, 상대방이 싫어할까봐, 당황해할까봐. 그리고 내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워서 일 수 도있다.
나의 두려움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내 감정을 놓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를 겁쟁이로 만들기도했다. 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겁쟁이였지만, 이제 나는 솔직해지려고한다. 내가 하고싶은일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이다. 아직은 아이 걸음마 수준이지만, 이렇게 연습하다보면은 언젠가 "이성적인 어른"과 "솔직한 아이" 그사이 중간 어느쯤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지않을까한다.
이성적인 어른이 각박한 이 사회를 살아가기에는 편할 수 도 있겠다. 하지만 말이다. 가끔은,어느 사람앞에서는 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만난 아이만큼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