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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양 Aug 14. 2024

돌들의 반란

내 몸속의 돌멩이들

빙그르르르르~~~

만화 속에서 어지럼증을 표현하는 그림들을 보면  천정이 360도로 핑그르르르~~ 돌아간다.

직접 경험해 보니 '저걸 처음 그린 사람은 정말 경험해 본 사람이야. 경험해 보지 않고는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할 수가 없어. 만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웠는데 회오리바람 속에 갇힌 듯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 하더니 조금 몸을 옆으로 옮겨 뒤척이자 절벽 아래 떨어지 듯 균형감각을 잃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느낌에 화들짝 놀랐다. 몇 분을 그렇게 침대모퉁이를 붙잡고 누워 있다 앉으니 구토감이 올라와 변기를 붙잡았다. 아프면 서럽다. 눈물이 핑~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요.'라고 초록창에 검색하니 이석증이라는 병명이 나왔다. 이런 낯선 병이 나에게 오다니 어색하고 당황스러웠다.

나 이제 정말 늙었나 봐 또 서럽고 억울하다.

다행히 아직은 번의 경험으로 며칠 고생하고 끝이 났다. 반복적으로 이석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지만 보름쯤 치료 후 어지럼증은 사라졌다. 몸 속 돌멩이의 1차 반란.

왜 제자리에 딱 붙어 있지 못하고 떨어져서 돌아 댕기는 거야...



그리고 6개월이 지났다.

건강검진을 했더니 또 돌멩이가 나왔다.

내 몸속의 돌멩이들이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있어 할 놈은 떨어져 굴러 댕기고, 없어야 할 놈은 생겨서 짱 박혀 있다.

의사선생님은 담석이 제법 큰 사이즈로 보인다고 했다. 증상은 특별히 없지만 담낭벽도 염증으로 두꺼워져 있는 상태라 담낭을 잘라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쓸개 빠진 분이 되는 거다.

담낭염이 지속되면 담낭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골치 아픈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잘라 버리는게 낫다고도 하셨다. 담낭암이라는 단어를 자 뭐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수술하기로 했다. 무서운 병명을 듣기만 해도 바로 꼬리 내리는 나약한 사람이다.

처음에는 하면 하는 거지 50년 가까이 살면서 수술경험이라곤 쌍꺼풀 수술이 전부라 내 일 같지 않아서 무섭지도 않았다.

그런데 CT 찍자고 조영제 맞는데 '바늘이 좀 굵어서 아픕니다' 하니 심장이 콩딱콩딱.

이상한 통 안에 몸이 들어가니 또 심장이 벌렁벌렁.

CT도 무서운데 수술은 어째하지 걱정이 소복소복 쌓여간다.



별 말 않고 지내다가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에게 남편이 말했다.

"엄마가 쓸개를 떼는 수술을 하게 됐어. 쓸개를 기증 받아야 한데. 너 쓸개 좀 엄마한테 기증해 줘."

이건 무슨 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아들.

"너...... 한 번에 오케이 안 했다. 엄마한테 쓸개 떼주기 아까워?"

"아니 그렇게 말하면 내가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르잖아."

학원 가는 고딩 둘째에게 똑같이 물어봤다.

"엄마 쓸개 필요하데. 너 쓸개 좀 떼주라..."

둘째는 말했다.

"쓸개를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거야?"

"엉, 뗐다 붙였다 할 수 있어. 떼 줄 거지?"

둘째도 이게 뭔 소린가 하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차 뒷좌석에서 이 모든 상황을 파악한 초딩 막내가 말했다.

"엄마, 내가 그거 떼주께. 내꺼 엄마줄께."

"역시 우리 딸이 오빠들보다 백배 낫구만..."

순발력은 아들들보다 딸이 낫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수술 날짜가 다가온다.

남의 일인 듯 무심히 지내다 이틀 앞으로 다가오니 수술후기들을 찾아보게 되고, 후기들을 읽다 보면 다른 내용들은  눈에 안 들어오고 마약성진통제를 맞을 만큼 아프다는 문장만 누적되어 수술하지 말걸 그랬나? 좀 지켜볼걸 그랬나? 마음만 뒤숭숭하다.

 애들한테 짐 되지 않게 건강관리 잘하라 잔소리하고픈 남편에게 내가 먼저 신세 지게 생겼다.

그래도 무서우니 붙들고 가서 옆에서 지켜 달래야지. 몇 년 무서운 마눌님으로 살았는데 며칠 연약한 아내로, 듬직한 남편으로 지내야겠다.

아프면 안다.

건강이 최고라는 단순한 진리를...

날마다 싸우더라도 남편이 젤 편하다는 사실도.

아프지 말자. 

남편에게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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