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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Mar 01. 2021

고양이와의 거리 좁히기 - 2

코로나 19로 어디에서든 거리를 둬야 하지만 조금씩 거리 좁히기에 노력 중인 아이가 있다. 그의 이름은 쎔버. 2살 3개월 된 고양이다. 쎔버를 입양하겠다고 했더니 지인은 그랬다. “한참 예쁜 시절은 다 지났네요~” 그렇다. 고양이 나이 2살이면 사람 나이로 25살 정도로 귀여움 뿜뿜 날리는 예쁜 시절은 다 지났기에, 유기하는 사람도 생기고 파양 하는 사람도 생기는 그런 연령대라고 한다. 때문에 입양률이 저조하다고 한다. 하지만 성묘를 입양하고 보니 일단 외모만 봐도 존재감이 확실하기에 “성묘는 사랑”이 맞다.     




입양하면 적어도 ‘2주일은 되어야 다가올 거’라던 쎔버-이전의 이름은 스미스-의 전 집사 말에 놀라 입양 카페에 문의하니, 한 달이 걸릴 수도 있다는 답변에 느긋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입양 4일 차 아침, 내게 말을 걸어왔다. “냐~~~ 옹” 

‘어~? 싹 무시하라고 했는데.......’ 고양이의 부름을 듣고도 애써 모른 채하며 곁눈질로 행동을 살폈다. 잠시 후, 다시 한번 내게 말을 건다. “냐~~~ 옹”


고양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이것은 분명 나를 부르는 소리가 맞다. 계속 모른 채 한다면 그건 고양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 “안녕?” 짧은 인사를 마친 후, 내게 오라는 손짓을 했다. 어~~~ 정말 온다. 그러더니 내 다리에 제 몸을 쓰윽 문지르며 지나간다. ‘으윽.......’ 하지만 아직 그 감촉이 좋지만은 않았다. 덩치도 산만한 -제대로 본 건 처음이라 많이 놀랐지만 그것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 아직은 내게도 낯선, 고양이가 닿는 감촉은 엄청 묵직했다. 경계를 허물고 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 자체는 고마웠지만 다가오는 건 나에겐 아직 이르다. ‘나에게만은 좀 늦춰주면 안 되겠니? 미안하지만 네가 아직 낯설다.’ 나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얼른 남편과 딸아이에게 쎔버의 행동을 알렸다. 덕분에 나는 아이에게 있어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 후로 하루, 이틀. 사료와 간식을 챙겨주는 아주 단순한 시간을 보내며 일주일쯤 되었을까? 남편이 보이면 숨기에 바빴던 쎔버는 놓아둔 사료와 물을 서슴없이 챙겨 먹고, 남편의 다리에도 제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이렇게 조금씩 좁혀지는 거리가. 하지만 마냥 기쁘게 생각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으니 그건 식탁 위에서 발견한 쎔버의 흔적이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쩌지?’ 그때부터 내 목소리는 커졌다. 

“안돼~~~~~~~~~~~!” 한번 흔적을 남긴 쎔버는 시시때때로 식탁 위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안~~~ 돼~!” 호통도 쳐보고 올라가지 말라고 애원도 해보고, 슬쩍 내려놓기도 했지만 도대체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고양이는 약아서 주인이 싫어하는 짓 안 한다고 하던데 내가 싫어하는 것 같지 않나? 어떤 사람은 ‘쓰읍!’ 소리를 내기도 한다고, 어떤 사람은 코를 때리기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어쩐지 그건 내키지 않아 “안돼~!”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낮은 음색으로 단호하게 해야 한다는 조언이 있어 그렇게. 나의 이런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는 가족도 놀랄 만큼 복부에서부터 끌어올려내는 소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아들 키우는 집 엄마는 목소리가 커진다더니 딱 그 격이다. 


문제는 더 생겨 싱크대 위에서도 흰 털이 발견되었다. 아무래도 손잡이를 발판 삼아 올라가는 가 싶어 손잡이에 키친 클로스를 주렁주렁 걸어두었다. 정신없음을 감수해야 하는 건 사람의 몫. 그러던 어느 날 설거지를 하는데 아주 가볍게 폴~짝! 싱크대 위로 올라앉는 쎔버군을 발견했다. 깜짝 놀라 “안돼~!”라고 말하니 바로 내려가긴 한다. 그런데 이번엔 오른쪽에 뭐가 있다. 헉! 어느새 싱크대 오른쪽으로 올라앉는 크고 흰 무엇. 더군다나 정수기 받침대 위에 얌전히도 앉았다. 털썩 이라던지 발돋움을 위한 그 어떤 소리도 없이 말이다. 아... 울고 싶다. 


나의 이러한 하소연에 고양이 집사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어머머머머~! 귀여워라~~~ 귀엽지 않아요?”


85cm 높이의 싱크대 위를 단숨에 올라가는 고양이가 귀엽다니.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도 이런 쎔버가 귀엽게 보일 날이 있을까? 도대체 나는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다. 거기에는 쎔버군이 더럽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자그마치 2년 3개월이 넘도록 단 한 번도 목욕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양치질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그루밍을 한다고 해도 양치질을 하지 않은 입 속의 혀로 제 몸을 닦는다 한들 깨끗하다는 게 나로서는 영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었다. 더군다나 뒷 발바닥은 왜 그렇게 꾀죄죄한 건지. 벅벅 목욕시키고 싶어 안달이 났다. 


고양이를 키우는 내 지인들은 한 달에 한 번, 분기에 한번 목욕을 시킨다고 했었다. 분기에 한번이라는 말에도 놀랐었는데, 얘는 무려 2년 3개월이 넘도록 목욕을 해 본 일이 없으니 주방과 침실만은 지키고 싶었다. 털은 왜 그렇게 많이 빠지는 건지. 시시때때로 털 청소를 해야 했고, 싱크대나 식탁 위에 올라가는 것을 막아야 했다. “네게 허락된 공간은 거실과 계단이야. 계단 위 네 숨숨집과 욕실은 얼마든지 이용해도 괜찮아. 하지만 침실과 주방은 안돼~!” 나의 이런 바람은 바람일 뿐. 큰 덩치와 다르게 가볍게 뛰어올라 착지.  





이런 쎔버가 나를 점점 길들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쎔버의 매력을 조금씩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밥 달라고 얇은 소리로 “엄마~~~”라고 부르기도 하고, 심심하니까 놀아달라고 문을 노크하기도 하는 이 네발 달린 생물체가, 벌러덩 누워 붉게 변한 코끝과 귀를 쫑긋 세우며 동그란 눈동자로 쳐다볼 땐 무장해제가 된다. 그럴 때면 “아~ 귀여워~” 라고 말하는 내 목소리가 들린다. “쎔버야! 우리 목욕할까? 목욕하면 그때 침실도 허락할게.” 목욕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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