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등교 둘째 날, 일찍 깨워달라고 했다. 집에서 10분이면 되냐는 내 질문에 5분이면 된다고 했는데 일찍 깨워달라......학교에 일찍 간다......
"일찍가서 뭐할건데?"
아는 이 하나 없이 입학한 학교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중학교 배정 신청을 했다. 1,2,3 지망을 써 냈는데 아이와 내가 원하는 학교는 배정표에 없었다. 중학교 배정 기준은 거주지가 아니라 초등학교가 되는데, 학교와 우리집은 '구(區)'가 달라 원하는 학교를 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 원하는 학교, 아니학군이 다를 경우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다.
1. 거주지 학군의 초등학교로 전학하여 그곳에서 배정받는 방법과
2. 현재의 초등학교에서 배정 받은 후 배정받은 학교에 포기 신청서를 제출하고, 교육지원청에서 공지하는 내용을 개별로 확인하여 해당일에 재배정 신청을 하는 방법이다.
너무나 만족스럽게 보낸 초등학교에서 졸업을 시키고 싶었기에 우린 2번을 선택했다. 문제는, 재배정 신청을 하고도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학교에 신청자가 몰리면 추첨 과정을 거치기 때문인데 내 생각엔 우리가 원하는 학교는 추첨없이 배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라도 아이와 내가 원하는 학교에 배정 받지 못할까봐 걱정하셨던 아이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물으셨다.
"어머님이 생각하시기엔 그 학교가 인기 없나요?"
나는미소를 띄우며 "네"라고 대답했다.
나의 대답이 의아하셨는지 선생님은 소리내어 웃으셨다.
음... 아마도 이런 생각이 포함되지 않았을까?
'인기 없는 학교를 굳이 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친한 친구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부분이 가장 컸고, 미션스쿨이기 때문이다. 장점이라고는 우리집 후문과 학교가 바로 마주보고 있다는 것 하나.
초등학교를 멀리보내 6년동안 등하교를 도왔으니 중학교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보내고 싶었다. 친한 친구들은 날을 정해 만나면 되고(어차피 집이 멀어 학교밖에서는 날을 잡고 만났다.) 중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면 되지 않을까? 친한 친구들의 행보에 딸아이의 마음이 살짝 기울어지는 듯했지만 아이를 설득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이제 남은 건 종교문제.
나는 불교를 종교로 갖고있다. 모태신앙이라 나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는데 불교의 가르침이 좋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아이에게 미션스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학교는 아니지만 교회 부속 건물을 사용하는 어린이집을 3년동안 다녔다. 처음부터 종교가 다르다는 것을 말했고 인품 좋은 원장선생님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으로 어린이집 결정에 큰 역할을 하셨다. 어린이집은 집에서 가까운 게 중요하다는 친구의 말도 더해져, 5분거리의 그곳을 3년동안 보냈었다. 하지만 아이는 밥을 먹을때마다 기도를 했고 '아멘'을 외쳤다. 잘 먹겠다는 기도는 참으로 좋은 습관이라 생각하지만 '아멘'은 쫌... "아멘은 안하면 안되겠니?" 라고 묻자 아직 어린 아이니 그냥 두자는 남편말에 반기를 들지는 않았지만 거슬리긴 했었다.
그런데 중학교는 조금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종교시험도 본다고 하는데 괜찮을까? 타 종교를 배우는 것도 좋지 않을까? 두루두루 알고 선택하는 것도 괜찮겠지?" 남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우린 미션스쿨인 집 앞에 있는 중학교에 아이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아이는 추첨없이 원하는 중학교에 배정을 받았고 예쁜 교복을 입고 입학했다.
코로나로 아이들만 입학식에 참석했고 학부모는 입학식을 유튜브를 통해 청취했는데 교장선생님 말씀보다 목사님의 말씀을 먼저 들어야 하는 순서에 입이 쩍 벌어졌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진 후. 그저 3년동안 잘 다니길 바랄 뿐이다. 예정 시간보다 30분 일찍 입학식에 다녀온 아이는 5분이면 된다고 혼자 등*하교 하는 것을 무척 신나했다.
"엄마! 우리반에 '마'씨도 있다!, '팽'씨도 있어!" 다양한 성씨를 가진 반 아이들을 얘기하는데 내성적인 아이가.... 괜찮겠지? 라는 생각에 머물렀다. 그런데 그날 밤 잠자리에 드는 아이가 일찍 깨워달라고 하는 것이다. 학교에 일찍 갈 거라고.
입학한지 이틀째 되는 날, 학교에 일찍 갈 거라고 일찍 깨워달라고 했다. 자기네 반에서 우리집에 제일 가까우니 제일 처음으로 가고싶은 눈치였다. 경험에 의하면 지각하는 친구들의 대부분은 집이 가까운 친구였는데 아이는 그 불문률을 깰 작정인가보다.
그날 하교 후 아이는 재잘거리며 학교에서의 일상을 들려줬고 자기네반에서 제일 처음 오는 아이는 학교에 8시에 온다며 반에서 첫번째로 등교하는 것은 포기 한 눈치다. 하지만 좀 여유있게 가고싶은지 또 일찍 깨워달라고 했다.
'일찍 가서 단정하게 앉아 책을 볼 건가? 아님 새로 받은 교과서을 볼 건가? '
이런생각을 하며 이유를 물었다.
친구들이랑 놀건데?
순간 아이가 너무 귀엽고 예뻐 웃음이 나왔다.
마냥 내성적이라고 생각한 아이가 아는이 하나도 없는 학교에 입학한지 불과 이틀째인데 학교가서 친구랑 놀겠다는 대답은 의외이기도 했고 마냥 소극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