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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Mar 09. 2022

그렇다고 별 것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는 마


급기야 60일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고 브런치 알림이 왔다. 이러다간 브런치에서 잘릴 것 같아 아주 오랜만에 들어와 제목과 요약내용을 한 줄로 써 놓고 저장했다. 딱 거기까지 하고 창을 닫으려는 순간 내가 이전에 저장해 놓은 글이 궁금해졌다. 지난해 10월에 써 놓은 글.(by시연 Oct 10. 2021) 그 글을 정리해 발행하기로 한다.




 " 며칠 전 아이 때문에 화가 났는데 말이야~" 여기까지 말해 놓고는 왜 화가 났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일이 바로 생각나지 않았다고 별 것 아닌 일에 화가 난 것은 아니다. 아이의 행동이 그때가 처음은 아니었으니까.






조금 늦게 깨웠다고 아이가 징징거렸다.

일찍 일어나려는 아이와, 더 자도록 하고 싶은 엄마인 나는 종종 이 문제로 다툼이 생긴다.


학교가 멀어 남편이 출근길에 아이를 등교시키는데, 일어나서부터 집을 나서기까지 40분이면 충분하고도 남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자꾸만 10분 더 일찍 일어나려고 했다. 10분 일찍 일어난다고 10분 일찍 준비를 마치면 좋겠지만 늘어난 시간만큼 준비 시간이 더 느긋해지니 바라보는 내 입장에서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또래보다 작은 아이라 최대한 많이 재우는 게 우선인 나는, 아이의 수면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일찍 잤으면 좋겠고, 조금 더 늦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이는 등교를 하는 날이나 온라인 수업을 하는 날이나 기상시간을 준수했다. 이것에 불만을 가질 필요가 있나 싶겠지만 나는 내 아이가 그 무엇보다 잠을 좀 많이 잤으면 하는, 그래서 부쩍부쩍 키가 컸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뱃속의 1개월은 1년과 같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아이를 5주나 빨리 낳았다. 2.38kg에 45cm의 작은 체구. 더군다나 식탐이라고는 1도 없어 내 속을 참 많이 태웠다. 그러니 또래보다 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엄마 아빠가 큰 키도 아니고..... 결국 내 탓이 되고 만다.


때문에 난 아이가 요구하는 시간보다 10분이라도 늦은 시간에 깨웠다. 그날도 7시 40분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렸다. 잠을 잘 못 자는 난 맞춰놓은 알람이 무색할 만큼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그런 날엔 혹시라도 알람 소리가 아이의 잠을 방해할까 봐 알람을 끄고 기다린다. 그런데 그날은 알람이 울릴 때까지 잠을 잔, 아주 흔치 않은 날이었다. 주말이라면 잠을 더 청해도 좋았겠지만 평일 아침은 잠시의 지체도 허락하지 않고 아이 방으로 향한다. 창문의 나무 덧문을 열어 밝은 빛이 천천히 들어오도록 했고, 통통 튀는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린 후 온기가 있는 붉은 뺨에 살포시 입을 맞춰 잠을 깨웠다.





2011.12. 01.  납작한 종이컵으로 처음 물 마신 날.





유아기를 벗어나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일정한 기상시간이 요구됐다. 아이를 깨우기 위해 큰소리를 다던지, 대면하지 않고 일어나라고 얘기한다던지의 행동은 하지 않기로 했기에, 최대한 부드럽게 잠을 깨우고 있다. 그날은 특히 더 그랬다.


나의 입맞춤에 잠에서 깬 아이는 시간을 물었고, 7시 40분이라는 소리에 10분 더 일찍 깨워달라고 했다. "알았어."라고 했으면 순탄하기만 했던 아침이 되었을까? 나는 알았다는 말 대신 '10분 더 일찍 일어나서 뭐하게?'라는 말을 삼키며, 준비하고 아침 먹자는 말을 남긴 채 아이 방을 나왔다.


느긋한 아이는 10분 일찍 깨워달라는 말과는 달리 천천히 움직였다. 성격 급한 난 답답함이 턱까지 차올라 들이마신 숨을 참으며 아래층으로 내려와서야 숨을 내쉬었다. '흐음~'


아침을 준비하며 커피를 다 마시도록 내려오지 않는 아이가, 아빠한테 툴툴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혼내는 일이 없는 아빠라 그런지 아빠는 아이에게 만만한 대상이다. 내 기분 탓도 있겠지만 그날은 아빠에게 하는 말투가 더 거슬렸다. 둘이 해결하도록 해야 했는데 나는 기어이 그 둘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 큰소리를 냈다.

"엄마는 징징대는 소리가 정말 싫어! 그러려면 일찍 자!"

 

'알람이 울릴 때까지 자고 일어났지만 결코 개운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세상 따뜻한 몸짓과 표정으로 소곤소곤 편안하게 너를 깨운 거였어. 10분 일찍 일어나도 똑같은 시간에 나갈 거면서 10분 일찍 깨우지 않았다고 투정 부릴 일은 아니잖아. 빠르게 움직이면 준비하고도 남을 시간이야.'


10월, 생각할 것도 많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일들도 많아 힘든 시기였다. 화가 난 이유가 많은 일로 쌓인 고단함이었는지, 반복되는 아이의 기상시간으로 불거진 문제였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큰소리 내어 엉엉 울고 싶었다. 소리 내어 울면 후련해질 것 같았다. 하지만 혼자 울 공간이 없음을 깨달았다. 아이는 아직 등교 전이고, 남편은 출근 전. 울음을 꾹 참았다.


남편과 아이가 집을 나서자마자 이윽고 참던 눈물을 터뜨렸다. 고요한 아침 시간, 혹시라도 내 울음소리가 밖으로 나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미쳐, 크게 울지도 못했다. '참았어야 했나? 아침 시간에 굳이 내 기분을 드러내야만 했나?'


궁금하다. 아침시간에는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어도, 맘에 들지 않는 일이 있어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꾹 참아야 하는 건지.....

등교하는 아이의 이후 시간을 고려해 참는다는 말을 많이 듣긴 했지만 난 그게 어렵다. 그럼 난 어쩌라고. 이후 나의 시간은 어쩌라고. 정말 모르겠다. 어쩌면 난 매우 이기적인 엄마인지도 모를 일이다.







2021년 10월에 써 놓은 글을 정리하며 조금은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까짓 10분! 일찍 깨워주면 되지 나도 참... 하지만 여전히 충분한 취침시간을 갖길 바라고 있습니다. 해는 바뀌어 차로 20분 거리의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걸어서 5분 거리의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아이 등 하교에서 해방되니 마음마저 가벼워졌습니다. 좀 더 현명한 엄마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________^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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