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사 + ㄹ + ㅁ

by 시연
삶.jpg 사 + ㄹ + ㅁ = 삶



'삶'을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검색하면 아래와 같이 출력된다.


삶_명사

1. 사는 일. 또는 살아 있음.

2. 목숨 또는 생명.




언젠가는 / 조은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기도 하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박웅현 님의 『여덟 단어』를 읽는데 이 시의 일부가 소개되어 있어 시집을 빌려왔다.

일부를 읽었을 때는 좀 더 깊이 들여다볼 것, 좀 더 깊이 생각할 것을 다짐했는데 전문을 읽어보니 마음이 슬픔에 휩싸인다. 좀 더 곱씹어 읽어봐야겠다. 슬픔에 빠지지 않기 위해.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따위는 없길 바라며.

언젠가는 그토록 원하던 삶의 모양을 완성하길 바라며.

오늘도 차곡차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