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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Jun 18. 2020

윷놀이 안에서 인생을 배운다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1

 


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요즘, 아이는 온라인 수업을 시작으로 태블릿과 한 몸이 되고 있다. "책과는 이제 담을 쌓은 거지? 공간도 부족한데 서점에 가져갈까?"라고 물으면, 아니라고 도리질을 한다. 나의 기분과 피로도에 따라 잔소리로 변하는 말은  나를 위해서도 좋지 않으니, 머리 뒤쪽을 타고 이마로 내려와 코쯤 왔을 때 침 한번 꿀꺽 삼키는 것으로 밀어 넣는다. 쉬는 시간도 없이, 친구도 없이, 몇 시간을 의자에 앉아 학습시간을 보내는 아이는 신나게 놀고 싶다,



우리 윷놀이 한판 할까?



잠 자기 전 제안을 했다. 아이는 길~게 하고 싶은 욕심에 말을 각각 6개씩 하자며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는데, 6개로 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5개로 합의를 하고 우린 이불 위에 윷판을 벌렸다. '가위 바위 보!' 순서를 정하고2번째가 된 난 순서에 따라 윷을 던졌다. ‘모’가 4번에 ‘윷’이 한 번, 그리고 ‘개’. 윷판에 있던 ‘개’를 잡고 한 번 더~! 환호성을 지르며 속으론 '이게 웬일이야~ 음하하하하!!!' 1등은 내 몫이다. 



이제는 아이 손 보다 작은 윷


 

우리 가족이 즐겨하는 최고의 보드게임은 전통 놀이인 윷놀이다. 게임의 방식이 어렵지 않고 다양한 갈래를 만들 수 있어서인지  그 어떤 보드게임보다 즐겁다. 하지만 아이는 승패에 따라 즐겁지 않을 때가 있으니, 본인이 지고 있다고 판단이 되면 눈꼬리가 쳐지고 입을 삐죽이며 얼굴과 몸짓에 마음을 드러낸다. 


게임을 하다 보면 결과가 어느 정도 짐작되기도 하지만 그 짐작도 뒤집히기가 일쑤, 엎치락뒤치락 끝나기 전까진 알 수 없는 게임의 결과에 무릎을 탁! 하고 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니 "끝은 알 수 없는 거야" 말해주고는 윷놀이를 이어갔다. 이때까지도 난 당연히 1등을 할 줄 알았다. 거의 끝에 다다라서 뒤따르던 말에 잡혔고, 단 한 개의 말도 나오지 못해 꼴찌를 할 줄 알았던 남편은 말 5개를 모두 업어 단 한 번에 끝내는 마법 같은 한판을 벌였다. 


그 어떤 게임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윷놀이 안에도 인생이 들어있음을 느낀다. 그렇다고 인생 역전을 꿈꾸거나 바라는 건 결코 아니다. 그저 우리 모두 내일을 알 수 없기에 오늘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살면서 특히 요 몇 년 사이 인생은 알 수 없음을 여러 번 느낀다.




놀이 순서 정하는 방법 (육아팁!)

놀이 순서를 정함에 있어 항상 아이의 의견에 따랐다. 첫 번째로 하고 싶다면 첫 번째가 되었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다면 마지막이 되는 식이었다. 이것이 독이 될 줄 몰랐던 남편과 나는 아이의 의견을 100% 따랐다.
또래보다 작은 아이는 조용하기까지 하여 어디 가서 치이지나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웬걸, 단짝 친구인 3명의 아이들과의 놀이에서, 놀이의 순서를 내 아이가 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불만이었던 아이의 친구들은 엄마에게 얘기했고, 그 얘기는 감사하게도 나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나는 미안하다 사과를 한 뒤 '아이가 왜 그랬을까?'를 고민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놀이를 통해 가르치겠다고, 우리 가족의 놀이 방법이 잘못되었음을 아이 친구의 엄마에게 전하고 양해를 구했다. 
가족끼리 하는 게임이지만 순서를 정함에 있어 누구에게나 평등한 방법으로 정해야 한다. 이것을 터득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린 놀이를 통해 아이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했다. "이제부터는 순서를 정할 때 가위바위보로 할 거야!"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하는 눈치 더니 이젠 당연한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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