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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Jun 14. 2020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

고양이를 싫어하는 엄마


밤새 잠을 못 자고 새벽 4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을 청한 난 오전 9시 25분이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 잠시 뒤 아이의 태블릿에서 알람 소리가 들리더니 놀란 목소리로 "엄마! 9시 30분이야"라고 얘기한다. 늦잠 자는 법이 없는 아이는 내가 부스럭거리지 않아 오랜만에 늦잠을 잔 것 일까?


일요일 아침 알람 소리의 목적은 '동물농장'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는 TV 동물농장 보는 것이 일요일의 일과가 되었는데, 아이 덕분에 온 가족이 TV 앞에 앉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펼쳐진 풍경으로 프로그램에 푹 빠져 시청하다가 온 가족이(온 가족이라 봤자 3명이지만) 숨죽이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사연인즉슨 실험용 비글에 관한 얘기로 차마 멀쩡한 얼굴로 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혐오스러운 인간의 모습이 어디까지인지, 인간이 살겠다고 사람을 따르는 비글을 이용하다니, 그저 기도만 할 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마주 앉은 아이는 입을 틀어막고 숨죽여 울고 있었고,  남편은 눈물 흘리는 것을 감추고 싶었는지 슬그머니 소파에 누웠다.


"우리 입양할까?"라는 제안을 하면 아주 멋진 엄마이자 아내가 되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니 슬퍼하며 좋은 곳으로 입양되길 바라는 아주 소극적인 자세만 취할 뿐이다.


남편은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아이도 다르지 않아 동물을 무척이나 키우고 싶어 하는데, 단칼에 거절한 나 때문에 길고양이에게 애정을 주고 있다.


어릴 적에는 고양이를 키웠다. 고양이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땐 쥐 때문에 집집마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았을까 짐작하는데, 왜 그랬는지 '고양이는 요물'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더군다나 학교 앞에서 사다 놓은 병아리가 사라진 것이 고양이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난 고양이가 싫어졌다. 이후 작고 예쁜 말티스를 키웠는데 그 강아지를 교통사고로 잃게 된 엄마가 오랫동안 눈물로 지내시며 "앞으로는 절대로 키우지 말라"는 당부를 하셨다. 그 말씀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동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탓인지 동물을 키우는 일은 나와는 먼 얘기가 되었다.


하지만 남편은 동물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다. 특히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톰과 제리도 아니고 '고양이 = 쥐'와 한 세트로 느껴지는 난 남편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길고양이를 잠시 임시 보호한 일이 있기는 하지만 키우는 건 생각조차 해 본 일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다. 아이가 고양이를 너무나 좋아한다.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슬쩍 묻기를, "엄마는 고양이 싫어하니까, 그럼 우리 강아지 키울까?" 고양이든 강아지든 예쁘다고 귀엽다고 키우는 것이 아님을 아는 나는 "NO"라고 단호히 얘기했다.

 

셋째 삼촌댁에서 강아지를 키우셨는데 당신의 외동딸이 너무나 원하기도 하고, 본인이 잘 돌볼 거라는 말에 혹 해서 데려왔다가 모든 일이 당신의 몫이 되는 경험을 하신 터라 함부로 키울 일이 아님을 누누이 말씀하셨었다. 경제적인 것은 또 어떤가. 미용에 소요되는 비용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이 들어 병이 드니 한 달에 약값만 60만 원~100만 원이 소요된다고 말씀하셨고, 그러한 여러 가지 것들을 책임질 수 없으면 절대로 키워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하셨다.


나 또한 외동딸을 키우고 있다. 아이에게 좋다는 말에 팔랑귀도 아니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반려견보다 반려묘는 키우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말로 한동안 유기묘를 찾아보기도 했고, 유기묘 보호소인 인근의 동물병원도 찾아가 입양 절차를 묻기도 했다. 유기동물 보호소는 사명감과  동물에 대한 사랑으로 똘똘 뭉친 곳이라 생각했는데 돌려 말하긴 했지만 유기묘 대신 일반분양으로 슬쩍 유도했다. 유기묘는 길고양이이기에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 병원비가 많이 들 거라고. 질병의 이유를 찾기도 어려울 거라고 했다. 아기 고양이도 그러냐 물었더니 어차피 엄마가 길고양이 아니냐고 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에서도 병원의 담당자 말과는 상관없이 유기묘를 입양해 왔으면 내 아이한테는 최고의 엄마가 되었을 테지만, 감당할 자신이 없는 난 축 처진 어깨를 보이며 병원 문을 나섰다.  ' 길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어서 그렇게 태어난 게 아닌데, 나쁜 사람들'


결국 유기묘 입양은 접기로 했다. 입양하면 가족의 일원으로 부족함 없이 키워야 하는데 내 형편이 그렇지 못하니 아이의 마음을 돌릴 수밖에 방법이 없다.  혼자 자라는 아이에게 더없이 좋다는 수많은 유혹도 따르지만 어느 날 아주 우연히 우리 가족이 되면 몰라도 일부러 찾아다니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리고 동물들이 사람들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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