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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Jun 12. 2020

그리워할 것은 그리워하라


언젠가 ‘시연이의 손편지展’ 하고 싶은 나는 그간의 받은 편지들과 보내지 못한 편지를 모아두었다. 가끔 그 편지를 열어보며 그때의 나를 추억한다. 





벌써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래전에 받은 편지를 꺼내봤던 날, 수많은 편지 중 내 마음에 닿은 2통의 편지를 발견했다. 그 편지는 내가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받은 편지로 빛이 바래다 못해 금방이라도 바스라 질 것만 같았다. 누런 갱지에 한 자 한 자 예쁘게 쓰여 있는 글씨는 내 마음에도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 새겨졌고 선생님이 그리워 엉엉 울었다. 그때도 연세가 꽤 있으셨던 선생님은 깡마른 체구에 등이 약간 굽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상하셨던 선생님으로 두 살 아래의 동생 바지를 접어주셨던 한순간의 기억이 뇌리에 깊게 남아있다.



초등학교때 선생님께 받은 편지 2통



편지 글을 보며 선생님이 너무나 그리웠고 찾아야겠단 생각에 다다라 방법을 생각했다. '내가 유명인도 아니고 어디 가서 선생님을 찾나.......' 막막하던 차 교편을 잡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했다. 하지만 원하는 답은 들을 수 없었다. 궁리 끝에 무작정 교육청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연세도 모르고 성함만으로는 찾을 수가 없다는 무심한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살아계시기는 한 걸까?’ 겁이 나기 시작하자 눈물만 하염없이 나왔다. 다시 한번 천천히 선생님의 편지를 보는데 전화번호가 눈에 들어왔다.(요정이 가져다 놓은 걸까? 이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전화 번호가 한눈에 들어왔다)
‘032-73- 0000’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앞에 '7'을 붙여 전화를 걸었다. ‘7.7.3.0.0.0.0.’ 따르릉~~~


잠시 후 수화기 너머로 여자분의 음성이 들린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혹시 000 선생님 댁인가요?”     

“네~”     

‘네’라는 대답을 듣는 순간 난 얼음이 되었다. 누군가 ‘땡!’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흔들었고, 잔뜩 긴장했던 어깨가 내려가며 스르르 녹는 느낌이었다. 아~~~ 선생님 댁이 맞았다. 드디어 찾. 았. 다.


다시 한번 정중히 인사를 하고 1979년,  00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셨을 때의 제자 ooo이라고 말씀드렸다. "선생님 바꿔드릴까요?" 사모님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내게 물으셨다. 나는 "네"라는 짧은 대답과 함께 살아계시다는 안도감으로 큰 숨을 내쉬고 있는데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짧은 통화를 마치고 며칠 후, 버석거리는 편지 두 통과 어릴 적 사진을 들고 선생님을 만났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주름살만 살짝 걷어내면 선생님은 그때 그 모습이셨다. 하지만 '그리워할 것은 그리워하는 것으로 끝나야 하는 건가?' 하는 물음표가 남았다. 너무나 그리워 만나 뵈었는데 그리움이 사라졌다. 후련하긴 했지만 그리움이 사라진 것이 아쉬웠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가 아니라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한동안 내 마음에 가득했다. 그 어느 쪽도 답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나의 대답이라 다음엔 그리워하기로 한다.


이 글은 이전에 발행했던 글로 발행 취소했다가 다시 편집하여 발행 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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