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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Jul 22. 2020

하루만 살 것처럼

총체적 난국이다


남편과 운영하고 있는 서점 공사가 한 달이 넘게 진행 중이다. 서점과 연결되어 있는 창고 공사라 영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지만 사전 계약과는 무관하게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과정도 더디게 진행 중이라 속이 타들어간다.  이미 속을 썩을 대로 썩고 있던 터라 '제발 끝내기만 해라.......' 생각하며 이제는 내려놨는데, 갑자기 집 천정에서 누수가 발생하는 바람에 심란하기가 그지없다. 생각지도 않은 지출될 비용도 비용이지만, 마땅한 업체를 찾는 일이 큰일이라 머리가 지끈지끈할 지경에 이르렀다. 

  


서점 창고공사중




'뚝, 뚝, 뚝. ' 처음엔 빗방울 소린 줄 알았다. '비가 오시나 보다.......' 다시 잠을 자는데 서점 창고 공사로 이른 아침 나갔다 들어온 남편이 말한다. "1층에 물이 떨어져!" 후다닥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잠결에 들었던 소리는 밖에서 들리는 빗소리가 아니었다. 작년에 공사한 지붕의 문제인가 싶어 우선 공사 업체에 전화를 했다. 마침 우리 빌라의 다른 동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니 그때 방문하겠다고 하신다.  


그런데 시간을 두고 살피니 이건 지붕의 문제가 아닌 듯했다. 우선 비도 내리지 않았는데 혹시라도 머금고 있던 물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는 양이었다. 우리 집 욕실 아래쪽이라 욕실을 의심해 볼 수 있겠지만 욕실은 100% 건식으로 사용 중이라 그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럼 옆집의 욕실에서 문제가 생긴 것일까? 이모저모 따져본 후 옆집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마침 옆 동에는 우리 빌라가 지어질 때부터 사셨던 건축가분이 살고 계셔서 여쭙기로 했다. 현장을 보시더니 아무래도 수도관의 문제가 아닐까 하신다. 하마터면 옆집 탓이라고 물을뻔했는데 사전에 확인을 해 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비용이 지출될 생각을 하니 걱정이 한가득, 마땅한 업체를 찾는 일도 큰일이다. 저절로 나오는 푹푹 쉬는 한숨은 해결해주지 못했다.

   

괜찮은 업체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기에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하지만 괜찮은 업체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 경비아저씨께 소개받기로 했다. 서점 공사를 한 달 넘도록 진행하다 보니 모르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보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문하신 분은 무척이나 친절하셨다. 하지만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전문가를 연결시켜주시겠다며 우선 비용을 확인해 주셨다. 알려주신 비용은 생각보다 컸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좀 더 알아보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어차피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흔쾌히 그러라고 말씀하시며 인터넷으로 알아볼 때 주의할 점까지 알려주셨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덜컥 시작하면 추가로 여러 가지를 붙이니 반드시 금액을 확정해야 하고 추가 비용에 대한 것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업체는 우리 빌라 단지의 일을 많이 하시는 분으로 이 분도 경비아저씨께서 소개해 주셨다. 하지만 비용은 좀 더 높았고, 그 비용에 놀라니 5만 원 정도는 깎아주실 수 있다고 했다. 저녁 시간이라 다음날 공사를 하신단다. 비용을 무시할 수 없는 난 생각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가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때 연락 주면 깎아주는 건 없어요~!” 하신다. ‘이 말씀은 하지 마시지 뭐하러 하시나.......’ 리스트에서 ‘아웃’이다!    

 

결국 인터넷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인천 누수탐지’ 검색해보니 속 썩고 있는 집이 많은지 문의 내용이 많았다. 최 상위에 있는 누수탐지 전문 업체가 우리 집과 가까운 곳이라 연락을 취했다. 우리 집 상황을 말씀드렸고 비용을 문의했다. 누수탐지 비용은 15만 원~20만 원이란다. (다른 곳은 기본이 45만 원이었기에 쾌재를 불렀다.) 


혹시 추가 비용이 있는지 여쭈었더니 알 수가 없다 하신다. 그래도 기본적인 것이 어떻게 되느냐며 재차 여쭈었다. 첫 번째 방문하신 분이 인터넷에 검색해서 알아볼 때 주의사항을 알려주셨기에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 재차 여쭈니 바닥이 마루인지 장판인지 물으셨고 10만 원 정도의 추가 금액이 발생할 거라고 했다. 그 금액이면 ‘땡큐!’라고 생각하는데 다음날까지 휴가라며 이틀 후에나 방문하실 수 있다고 했다. 30만 원 이상이 절감되는 데 그까짓 하루쯤 버티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기꺼이 기다리겠다고 말씀드리고는 약속된 날짜에 만났다.


물이 떨어지는 곳 천정의 합판을 뜯어놓고 그 아래 통을 놓았기에 누수 여부는 바로 확인이 되었다. 그것을 본 사장님은 2층에 올라갔다 내려오셔서는 누수탐지 비용 15만 원에 기본이 45만 원 추가된단다. 그리고 공사비용 10만 원 정도가 더 추가된다며 엉뚱한 말씀을 하셨다.


난 추가 45만 원에 놀라 무슨 말씀이냐 여쭈었고 유선상으로 나눈 말씀을 확인시켜드렸다. 하지만 사장님은 들은 채도 하지 않고 당신의 이야기에만 열을 올리며, 다른 곳은 100만 원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일단 호객행위를 한 사장님께 화가 나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 “좀 더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다”라고 했다. 이어 들려오는 말은 출장비 10만 원을 달라는 것이다. 그런 말은 없지 않았느냐며 말씀드렸더니 방문했으니 당연한 거라고 큰소리다. 아침부터 언짢은 기분에 도저히 출장비를 줄 수 없었던 난 그럼 누수 탐지만 일단 해 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면 이후 공사를 진행할 경우 그 비용을 빼주시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답은 가관도 아니다. 누수탐지 비용 15만 원은 누수 여부를 알려주는 금액이란다. 이미 천정에서 물이 똑똑 떨어져 확인이 가능한 상황인데 그것을 아는 데 15만 원을 지불하라는 게 말이 되는가? 누수탐지는 어느 위치에서 물이 새는지 알아내는 것이 아니냐 물었더니 그건 바닥을 다 파해쳐 봐야 안다는 것이다. 참나~ 이대로라면 그냥 당할 것이 뻔하기에 그분의 홈페이지에 접속을 하기로 했다. 


‘누수탐지’를 뭐라도 해 놓으셨는지 보겠다 말씀드리자 그제야 슬그머니 나가신다. 그때 내가 속으로 한 말은 ‘도둑놈‘이었다. 도둑도 아니고 도둑놈.  일만 잘해주면 입소문을 타기 마련일 텐데 하루만 살 것처럼 돈에만 욕심을 두어서야 되겠는가. 도대체 이들은 왜 이렇게 사는 것일까? 결국 첫 번째 오셨던 분께 전화를 걸어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말씀드리고는 일정을 잡았다.


지출 비용은 비슷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 어떻게 다가가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일은 그런 게 아닐까? 연매출에 달하는 비용을 은행의 도움을 받아 서점 창고 공사를 시작했다. 우리에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결정이었다.  “계약금 지불하면 끝이야~”라고 말했던 친구에게 “에이~ 설마~” 했던 내가 순진했던 건가? 친구의 말대로 계약금을 지불하니 칼자루는 업체에게 들려졌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전전긍긍하며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오히려 해 주는 것을 그저 고마워해야 하는, 마치 공짜로 해 주는 것 마냥 구는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만 가져야 할 것 같은 꼴이라니....... 이제는 '그저 빨리 끝나기만 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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